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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집

기사승인 2020.01.02  14:5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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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영식의 포토에세이]

김진숙 지도위원은 7일간 116킬로미터를 걸어서 영남대 의료원에 도착했습니다. 영남대 의료원 입구에서 오른쪽 건물 고공 위에 친구가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친구가 손톱 만한 모습으로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자신도 모르게 울컥했습니다. 친구를 만나면 남겨질 친구가 너무 힘들 것 같아 울지 않으리라 결코 울지 않으리라 다짐했건만,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숨이 막혔습니다.

고공 위로 친구를 만나러 가는 시간은 온몸이 감전된 듯 전기가 흘렀습니다. 70미터 고공 옥상 위에 도착하니 고공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친구의 집이었습니다. 손을 뻗으면 잡을 듯한 고공 위에서 손을 흔드는 친구의 모습을 보니 가슴에서 후두둑 소나기가 쏟아졌습니다. 182일 동안 노숙했던 집은 비루한 천막 하나였습니다. 거친 비바람에 어떻게 견딜까 염려스러운 집이었습니다.

항암 투병 중인 김진숙 지도위원은 70미터 고공 위의 친구를 만나기 위해 7일, 116킬로미터를 걸어왔습니다. ⓒ장영식

다시 고공 위의 친구의 집으로 올라갔습니다. 반백의 친구는 눈물을 쏟으며 “왜 왔어?”라고 말합니다. “어른이 왔는데 내려와서 맞이해야지 어디 위에서....”라며 말하다가 함께 눈물을 쏟습니다. 서로의 얼굴을 만지고 깊은 포옹으로 서로가 서로를 쓰다듬고 위로합니다. 밀양에서 선물로 받았던 목도리를 감아 주고, 85호 크레인에서 입었던 따뜻한 잠바도 입혀 주었습니다. 7일간의 긴 일정이었지만, 70미터 고공 위의 만남은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그야말로 짧은 만남이었고, 긴 이별이었습니다.

친구를 홀로 남겨 두고 내려오는 길은 벼랑 끝 같았습니다. 차마 친구에게는 보일 수 없는 눈물이 끝도 없이 쏟아집니다. 숨을 고르고 계단 길을 내려오는 길이 얼마나 아득했던지요. 친구의 집에서 내려와 다시 땅 위에서 바라본 친구의 모습은 초승달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영남대 의료원 입구에서 바라본 친구의 손톱 만한 모습을 보니 가슴에 후두둑 소나기 같은 눈물이 내렸습니다. ⓒ장영식

영남의료원은 1000명이 넘는 조합원으로 조직되었던 강건한 노동조합이었습니다. 친구는 그 노동조합 조합원들에게 절대적 지지와 신뢰를 받고 있었습니다. 영남의료원은 노동조합을 파괴하기 위해 창조컨설팅과 계약을 맺습니다. 창조컨설팅의 노동조합 파괴 기획에 의해 해고자가 생기고, 조합원 수는 70여 명으로 줄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어떤 탄압이 있었는지는 자명한 사실입니다. 친구는 박근혜가 영남학원 실제 주인이었기 때문에 서울에 방을 얻어 놓고, 매일 박근혜의 집과 국회 등 박근혜 그림자 투쟁을 하였습니다. 2012년, 박근혜가 대선 후보가 되자 박근혜 집 앞에서 대선 전날까지 57일 동안 매일 삼천배를 하였습니다. 불심이 깊은 친구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암 투병 소식을 듣고 매일 5백배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고공 위에서 182일을 보낸 친구를 바라보며 "힘들면 그만 내려와~"라고 말하면서도 울고 웃습니다. 친구가 고공 위에서 내려와 땅을 밟는 날, 따뜻한 밥을 먹자고 약속합니다. ⓒ장영식

김진숙 지도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던 날, SNS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습니다. “이제 더 이상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고공 위로 올라가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그러나 이 소망은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노동의 차별과 불평등은 더욱 깊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친구가 고공 위에서 내려오는 날, 함께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다시 친구와 만나는 꿈을 꾸며 항암 투병도 끄떡없이 견디고 이겨 낼 것입니다.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이겨 낼 것입니다.

7일 동안 친구의 집으로 향한 도보여행에 함께하셨던 모든 이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걱정과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보내주셨던 모든 이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친구들 홀로 남겨 두고 내려오는 길은 아득하기만 합니다. 이제 더 이상 노동자가 죽고, 고공 위로 올라가는 세상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장영식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장영식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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