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환의 세상잡설]

돌아온 추다르크, 이것은 정치공학인가 종교의례인가?

정치 자영업자 드루킹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나기 전에 잠시 팟캐스트를 진행했던 적이 있다. 자칭 타칭 정통하다 하는 정치부 기자나 정치 평론가도 거의 SF소설처럼 정치적 논평을 이어 가는 형국에서 그런 부류로 받아들이며 재미로 들어 봤다. 그런데 상하이방을 주축으로 중국이 내전 상황에 돌입하며, 그 기회를 틈타 만주 벌판을 탈환해야 한다는 허튼소리를 할 때 딱 견적이 드러난다. 그러다가 그 팟캐스트는 중단된다. 나중에 혜성처럼 상위권에 진입했던 이유가 조작질을 통해서였음이 밝혀진다. 드루킹은 팟캐스트에서 마치 문 대통령의 머릿속에 들어가 있는 듯, 문통은 이러하다는 설을 풀어낸다. 문통은 얼마나 무섭고 배신자를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며, 추미애 의원을 적시한다. 어이없는 정치 자영업자의 폐해는 너무도 컸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에서 추미애 의원의 지지 연설은 지금 생각해 봐도 감동적이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노무현을 뽑아 주십시오.” 당시 노무현 후보는 다음에는 (차기 대권 주자) 추미애 의원도 있고요 하는 발언으로 정몽준을 돌아서게 했고, 결국 공조는 파기되어 대선 전날 밤은 많은 이가 잠 못 드는 밤이 되었다.

한때는 그랬던 추미애였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추진의 책임으로 사죄하며 삼보일배를 했다. 그는 그때 후유증으로 요즘 운동화를 신고 다닌다고 했다. 거슬러 올라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되는 과정을 복기하면, 정치란 참으로 기묘하지만 보기에 따라 예술적 종교적 경지도 보여 준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도 탄핵의 흑역사 때문에 분노에 치를 떠는 이가 있을 터인데, 당대표로 선출되는 과정에서는 상당수 친노가 용서해 주는 분위기였다. 총선에서 승리하고 대선 승리로 향해 가던 길목에서, 민주당의 주도권을 장악한 친노 친문의 정치 공학적 선택이기도 했을 텐데, 어떻게 탄핵의 흑역사를 면죄해 줄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지지자의 여론 조성에 영향력이 컸던 '김어준의 파파이스' 등에 출연해 노통과 인연, 탄핵의 후일담, 자기 회개를 풀어간다. 내 생각에는 특히 자기 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던 대목도 회개의 진정성을 느끼게 해 주었다고 본다. 힘을 갖기 시작한 이들은 가끔 관대해진다. ‘죄 사함의 의식’을 거치면서 당대표가 되는 과정은 경이로웠고 결과적으로는 신의 한수였다. 그리고 그가 이 절체절명의 시기에 법무부 장관이 되었다.

1일,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이미지 출처 = YTN NEWS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춘천지방법원의 판사였던 그는 출판의 자유를 지키고자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관련해 꽤 고마운 사실을 최근에 알았다. 폭압적인 전두환 군사 정권은 ‘경범죄처벌상 유언비어 유포’라는 죄명으로 출판을 탄압했다. 그때 춘천지방법원 판사로 근무했던 추미애는 춘천의 가장 큰 출판사를 상대로 불온서적 압수 수색을 하겠다는 영장을 기각했다. 그 살벌한 시절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불온서적 목록에는 조세희 선생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김대중 대통령의 "옥중서신"을 포함한 책 100권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춘천지방법원뿐만 아니라 모든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되었다고 한다. 인문사회과학 출판인들은 이와 관련해 감사의 인사를 전했는지 모르겠다.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어떤 형태로든 감사를 표해야 하리라.

정치인의 포르투나

인간은 스스로 인간이라는 존재를 대단하다고 착각하지만, 마키아벨리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통찰해 인간이 알고 보면 그닥 대단하지 않다는 점을 폭로한다. 그런 마키아벨리에게 행운의 여신 포르투나는 매우 중요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행운, 기회를 꼭 잡아야 한다. 추미애 장관에게는 당대표 이후 또 한 번 기회가 다가왔다.

그가 얼마만큼 법무부 장관을 잘 수행할지 알 길은 없지만,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한참 불거진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고려한다면 엄청난 정치적 기회다. 희미하게나마 남은 탄핵의 흑역사가 완전 청산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막대한 정치적 자산을 보유할 수 있다. 정치를 시작했다면, 궁극으로 바랄 목표에도 한 발짝 더 다가가게 되리라. 사실 우리는 ‘소탐대실’할 뿐 자신에게 찾아온 포르투나를 밀어내거나 그것이 포르투나인지도 몰라 보면서, 몰락해간 수많은 정치인을 보았다.

그는 엄혹한 시절 ‘불온 서적 압수 수색 영장’을 기각했던 담대함과 용기를 다시 불러내야 할 것이다. 지금 많은 사람은 그것을 바란다. 그는 지금 서초동과 국회에서의 함성을 자신에게 내려진 명령으로 받들어야 한다.

김지환(파블로)
마포에서 나서 한강과 와우산 자락의 기운을 받으며 살아왔다. 역사를 공부했고 그중에서도 라틴 아메리카 역사를 한참 재미있게 공부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이 지역 이야기는 가슴을 뜨겁게 한다. 여전히, 좋은 책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