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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폭력으로 가장 고통스러운 이는 누구인가"

기사승인 2020.01.13  17: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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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CK, 프란치스코 교황 평화의 날 담화 세미나 진행

팍스 크리스티 한국지부(PCK)가 ‘세계 평화의 날’을 맞아 세미나를 열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화의 날 담화문’을 중심으로 평화의 길을 제시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10일 오후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제53차 세계 평화의 날 세미나’는 지난해 창립된 팍스 크리스티 한국지부의 주요 사업의 하나로, 매년 1월 1일 세계 평화의 날 즈음한 교황 담화문을 보다 구체적으로 읽고 실천 방안을 모색하는 기회로 삼고자 제안됐다.

이날 진행된 첫 세미나에서는 올해 53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문의 내용과 의미, 담화문에 담긴 동북아 평화의 함의을 읽고, 한국 교회의 구체적 실천 방안을 내놓았다. 각 주제별 발표는 팍스 크리스티 한국지부 공동대표 박동호 신부(서울대교구), 박문수 연구이사, 박은미 공동대표가 맡았다.

“우리 인간 공동체는 기억으로든 실제로든 전쟁과 분쟁이 남긴 상흔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점점 더 큰 파괴력을 지니는 전쟁과 분쟁은 특히 가난한 이들과 힘없는 이들에게 끊임없는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모든 나라가 증오와 폭력을 조장하는 착취와 부정부패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수많은 이들의 존엄성, 신체적 온전성, 종교의 자유를 포함한 자유, 공동체 연대, 미래에 대한 희망이 무시당하고 있습니다. 많은 무고한 희생자들은 모욕과 배척, 슬픔과 불의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들 민족과 그들이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구조적 적개심에서 비롯되는 정신적 상처는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국내외 분쟁의 참상은 흔히 무자비한 폭력으로 증폭되고 인간의 육체와 정신에 오랫동안 영향을 미칩니다. 모든 전쟁은 인류 가족의 사명으로 새겨진 형제애를 파괴하는 일종의 형제 살해입니다.”(프란치스코 교황 53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

먼저 박동호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부터 세계 평화의 날 담화를 통해 강조했던 평화의 핵심 의제들이 어떠한 흐름으로 변화했는지 짚는 동시에 모든 메시지에는 “시대 징표를 탐구하며, 세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성찰하고, 무엇을 할 것인지 길을 제시하라”는 메시지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의 언어는 비단 개인, 주변의 이웃 차원의 평화를 넘어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반평화’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짚고 있다면서, “평화를 형재애의 관점에서 보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 세계적 반평화의 현상, 평화에 가장 위협이 되는 것, 그리고 평화가 파괴됐을 때, 가장 고통스러운 이가 누구인가”를 들여다본다고 말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화를 단지 교회의 언어, 신앙의 언어 안에 담아 두지 않으며, 평화라는 가치가 전 세계의 정치, 사회, 문화, 경제에 구체적으로 적용되고, 통합적으로 발전해 가야 한다고 이른다. 이렇게 개인과, 각 영역별 공동체, 자연(환경)이 유기적이고 통합적으로 발전할 때에야 비로소 온전한 평화, 즉 하느님의 평화가 도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통합적이고 유기적인 온전한 발전은 곧 “생태적 전환의 여정”으로서의 평화를 이룬다.

이날 세미나에서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 공동대표 박동호 신부, 박문수 연구이사, 박은미 공동대표가 발제를 맡았다. ⓒ정현진 기자

박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하는 생태적 회개, 회심은 신학적, 종교적 영역의 의미만이 아니라 “길 바꿈, 전환, 새로운 길”에 그 중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하고, “생태적 전환은 각 개인, 공동체로서 사회, 자연과 환경 각각이 유기체이며, 각 단위가 서로 또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함께 타락하는 국면에서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고 요청한다”고 말했다.

박 신부는 이러한 요청을 받아들인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서서 성찰하고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특히 과거부터 현재까지 전쟁과 권력의 폭력에 의한 ‘반평화’로 인해 인류 공동체가 지니게 된 기억의 상처, 살(몸)의 상처를 봐야 한다며, “교회는 적어도 공동체가 겪은 역사적 상처와 상흔을 잘 정리하고 영성이나 믿음의 관점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문수 연구이사는 이번 담화문이 동아시아 평화에 대해 갖는 함의를 들여다봤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담화문에서 지난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방문한 체험을 통해 핵무기와 전쟁에 대해 다시 한번 경고했다.

박문수 이사는 전 세계적 대분단체제와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의 소분단체제를 나눠 보고, “1989년 이후 냉전이 종식되면서 유럽에는 평화가 왔지만, 동북아에는 아직 평화가 오지 않은 현실”에 대해, “왜 전쟁을 하는가보다는 왜 전쟁을 하지 않는가에 대한 의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이사에 따르면, 미소간 냉전이 중단된 뒤에도 중국의 공산화에 따른 미국의 대 중국 봉쇄정책이 시작됐으며, 이는 동북아에서 냉전구도가 보다 선명해지고 강화되는 이유가 됐다. 강대국간 패권 다툼은 동북아의 갈등 요소들을 확장시켰고, 미중 간 갈등이 커짐으로써 남북 간 대화나 동북아 평화는 멀어졌으며, 또한 이는 남북한이 함께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좁아지게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현재 동북아의 평화는 전쟁의 위험이 사라진 적극적 평화가 아닌 힘의 균형상 서로 도발하기 어려운, 즉 단지 전쟁이 일어나기 어려운 소극적 평화라는 것이다.

박 이사는 “한반도 문제를 바라볼 때는 남북한만의 문제로만 바라봐서는 안 되며, 소분단체제의 갈등과 대분단체제의 패권 다툼이 서로 영향을 주고 상승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평화를 추구한다면, 현재 한반도나 동북아뿐 아니라 모든 지역의 전쟁을 반대해야 하며, 특히 핵무기로 안보를 지킬 수 있는 신화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억과 연대의 차원에서 동아시아 지역에서 지난 150년간 일어났던 모든 전쟁의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피해자와 연대하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 10일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PCK)는 '53차 세계 평화의 날'을 맞아 프란치스코 교황의 담화를 중심으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정현진 기자

마지막으로 박은미 공동대표는 2020년 팍스 크리스티 한국지부의 실천 계획을 공유했다.

박 대표는 “올해 팍스 크리스티 한국 지부의 사업은 ‘형제적 만남의 문화를 만들어 가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대로 더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강점을 나누며 평화의 일꾼으로 역량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팍스 크리스티 한국지부는 올해 평화교육의 하나로 ‘평화 기초학교’를 개설하고, 3, 6, 9월에 진행한다. 또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운동의 중요한 파트너인 일본 시민들과의 교류를 이어 가고, “대화, 화해, 생태적 회심”이라는 3개의 키워드를 통한 교육 방법론도 고민할 계획이다.

또 현재 주교회의 제안으로 이어지는 매일 밤 9시 평화기도 운동에 적극 동참하는 한편, 국제 팍스 크리스티가 제안한 평화의 날 미사 전례문과 강론 등도 소개하며 네트워크 구축에도 힘쓸 예정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정현진 기자 regina@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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