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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산불이 전하는 절박한 경고

기사승인 2020.01.20  16:4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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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비평 - 박병상]

1960년대 유학생으로 미 텍사스를 처음 만난 지도교수는 넓은 초원에 빼곡한 관목을 보며 가족을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온기 겨우 남은 아랫목에서 겨울마다 오돌오돌 떨던 가족에 땔감으로 보내고 싶었다는데, 캥거루가 겅중겅중 뛰는 초원에 정착한 유럽은 실천에 옮겼다. 초원에 목초를 심어 소와 양을 방목한다면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들일까?

과연 소는 무럭무럭 자랐고 성공적으로 늘어났다. 가끔 목축을 방해하는 캥거루들을 총으로 제거하면 그뿐이었는데, 아뿔싸! 건조한 기후에 소똥이 문제를 일으킬 줄이야! 소똥을 동그랗게 뭉쳐 먹으며 그 안에 알을 낳아 처리해 주는 소똥구리가 호주에 없었다. 캥거루 똥을 굴리는 호주의 비슷한 곤충이 거들떠보지 않자 바싹 마른 소똥이 바람에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목초지를 뒤덮는 게 아닌가. 광합성 못하는 목초가 시들자 소들이 비실거렸다. 하는 수 없이 아프리카에서 코끼리 똥을 굴리는 소똥구리를 수입했고,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1960년대 이야기인데, 그 효과 지금도 유효한지 알지 못한다.

유칼립투스 잎사귀만 먹는 코알라는 행동이 굼뜨다. 독성 많고 영양분 적은 유칼립투스를 잔뜩 먹고 오랜 시간 소화해야 하는 코알라는 천적을 피할 수 있는 나무 위에서 느긋하게 낮잠을 잘 뿐 땅에 내려오는 경우는 드물다. 독특한 습성을 맞추기 어려워 코알라를 사육하는 동물원은 매우 드물다는데 이번 호주의 거대한 산불로 멸종위기에 몰렸다는 소식이 언론 국제면을 채운다. 10억 마리가 넘게 타죽은 야생동물 중 절반이 코알라일 것으로 분석하는 기사도 보았다.

유칼립투스 나무는 여간해서 불에 잘 타지 않지만, 기름기가 많아 일단 타오르면 걷잡기 어려운 모양인데, 온도와 수분이 충분하면 교목으로 빠르게 성장한다고 한다. 목재로 활용하는 교목은 물론이고 종이로 가공하는 관목도 유용해 호주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 매우 선호하는 수목이지만 집중해서 심으면 생태계를 단순하게 만들어 자탄의 대상이 된다고 한다. 뿌리를 깊게 내리며 수분을 독점하기 때문에 다른 나무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게 아닌가. 호주의 유칼립투스 숲은 자연림일까 조림일까? 제지산업이 왕성한 호주에 코알라가 유유자적하는 건 자연스러운데, 코알라에게 이런 산불은 일찍이 없던 재앙이었다.

2019년 9월부터 시작된 호주 산불로 수많은 코알라들이 죽었다. (이미지 출처 = 스브스뉴스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드넓은 호주 초원에 사탕수수를 심으면 막대한 이익을 챙길 게 틀림없다. 관목과 덤불을 제거한 드넓은 평지에 끝도 없이 심은 사탕수수에 새카맣게 딱정벌레가 달라붙을 줄 거대 농업자본은 애초 짐작하지 못했다. 호주 두꺼비의 노력으로 퇴치되지 않자 하와이에서 축구공 반 크기의 수수두꺼비를 들여왔더니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언덕 많은 하와이에서 엄금엄금 기면서 곤충을 먹어치우던 수수두꺼비들이 수십만 마리로 늘어나 호주 사탕수수 농장을 벌떡벌떡 뛰어다니며 딱정벌레를 걷어 먹었으므로. 하지만 사탕수수 밖으로 나가면서 문제가 생겼다. 희귀한 호주 곤충들을 멸종위기로 몰아넣는 게 아닌가.

피부에 맹렬한 독샘을 가진 수수두꺼비는 호주에 천적이 없었다. 첫 대면에 징그러워도 덩치가 크니 덥석 잡아 조심스레 뜯어먹은 주머니고양이가 죽어 나가는 데에서 그치지 않았다. 호주가 자랑하는 악어 크로커다일마저 수수두꺼비를 삼키자 데굴데굴 구르며 죽는 게 아닌가. 생태계의 무법자로 변한 수수두꺼비 수십만 마리가 한꺼번에 움직이면 땅이 꿈틀거리는 거로 보이기에 호주 당국은 뒤늦게 포상금을 걸어 포획작전을 벌였지만 소용없었다. 지금은 더는 퍼지지 않도록 관리할 따름이라는데, 우리 황소개구리처럼 천적이 나타나기만 기다려야 할 처지라고 한다.

200여 년 전 인도에서 호주로 들여온 낙타가 곧 수난받을 모양이다. 물을 많이 마시는 습성이 화근인가? 100만 마리로 늘어난 낙타 중 1만 마리를 제거한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낙타가 호주 산불의 원흉이던가? 1만 마리 죽여도 소용없으면 총을 쥔 인간이 구상할 다음 대책은 무엇일까? 애초 낙타는 왜 들여왔을까? 소와 양을 방목한 이유, 사탕수수밭을 광활하게 조성한 이유와 크게 다를까?

모든 인류가 평균적 미국인처럼 살아가려면 지구가 5개 이상 필요하다고 한다. 한국인 평균으로 산다면 3개 이상이라는데, 호주 평균이라면 7개 이상이란다. 호주의 환경은 문명화한 사람이 편안하게 살아가기 척박한 모양이다. 호주에 핵발전소는 없지만, 우라늄 최대 국가로 알려졌다. 2500만 인구가 국토 면적에 비해 많은 건 아니지만 1인 소비 전력은 대단한 모양이다. 전기는 주로 화력이 담당하는데, 호주는 세계 최대 석탄 수출국가 중의 하나다. 그래서 그런지 온실가스 증가와 지구온난화의 관계를 부정하는 산업계의 목소리가 유별나다.

2019년 9월부터 시작된 호주 산불은 수 개월째 꺼지지 않고 있다. (이미지 출처 = 스브스뉴스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이번 호주 산불은 지구온난화와 무관하지 않다. 불볕더위와 가뭄이 호주에 일상화된다면 코알라는 물론이고 사람도 생존하기 버거울 게 틀림없다. 확대되는 사막은 호주의 기후대를 변하게 할 텐데, 인류가 원인을 제공하는 기후위기는 호주와 몽골의 사막을 확장하는 데 그치지 않을 것이다. 올겨울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동토의 숲이 거대하게 타버린 이유도 기후위기로 과학자는 분석한다. 관측 이래 최대였다는 지난여름의 불볕더위는 냉방장치 마련한 유럽을 지치게 했지만, 인도의 경작지를 황폐화할 태세였다. 우리는 괜찮을까?

불볕더위와 가뭄을 과학기술을 앞세우는 산업이 극복하게 할 가능성은 단호하게 없다. 핵발전소로 바닷물을 담수화해 사탕수수밭과 유칼립투스 숲을 얼마나 적시겠나? 이미 돌이키기에 늦었지만, 그렇다고 종말이 눈앞으로 성큼 다가온 건 아직 아니겠지. 지나친 낙관이더라도, 생존을 절실하게 생각해 보자. 기후위기를 부추기는 대책은 당장 모두 철회해야 편안하게 숨쉴 여유를 조금이라도 연장할 수 있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모든 개발, 온실가스를 내보내는 경제성장 정책으로 기후위기는 결코 극복할 수 없다. 과학기술? 감언이설에 가깝다.

눈에 보이는 거대한 산불만이 위기의 전부가 아닌데, 자연을 잃은 회색도시에 더욱 만연되는 범죄, 끝없는 탐욕이 빚는 경쟁은 다음 세대의 위기를 가중하는데, 미세먼지가 호흡을 방해해도 덩치 커다란 지프형 승용차가 잘 팔리는 세상에서 무슨 소리를 해야 할까? 타들어 가는 코알라를 안타까워하는 마음에서 머물 수 없는데, 어제오늘의 현상은 괴로움 너머의 세상을 직시하라고 우리를 거듭 경고하는데.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 환경연구소 소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박병상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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