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성 베네딕도와 성 스콜라스티카. (이미지 출처 = Flickr)

수도복은 당연히 수도생활의 시작과 관련 있습니다. 수도생활이 4세기 전반에 일어났으니 수도복도 그 무렵에 생겨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혀 새로운 형태였다기 보다는 당시의 평상복이었을 뿐입니다.

평상복 중에서도 하층민들이 입는 옷이었고, 그 지방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값싸고 거친 재질의 천으로 지어 만든 것이었습니다. 

수도생활이 지향하는 청빈의 표지라는 것은 눈치채셨을 겁니다. 거기에다 가난하기에 업신여김을 받는 것도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복장만으로는 하층민들과 수도자들이 쉽게 구분되지 않았고 수도자가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서 한 것이 머리 가운데를 둥글게 파내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삭발을 함으로써 세속의 사람들과 거리를 두었다고 하겠습니다.(“사제들은 주케토 안 쓰나요” 참조)

시대가 변하면서 수도복은 일반 사회의 복장과 구별되기 시작했고, 비로소 수도자의 신분을 드러내는 복장이 되었습니다. 

수도자의 신원을 드러내는 수도복은, 남자 수도복과 여자 수도복으로 구분됩니다. 남자 수도자의 복장은 보통 두건이 딸린 통옷(tunica)과 허리띠 그리고 소매가 없이 어깨에 걸쳐 입는 스카풀라로 구분됩니다. 여자 수도자의 수도복은 두건 대신 베일(veil)로 머리를 가리고 나머지는 비슷합니다.(성베네딕도 왜관 수도원 홈페이지 자료 참조)

여자 수도자가 늘 베일을 쓰는 것과는 달리 남자 수도자는 두건을 늘 쓰고 지내지는 않습니다. 수도자가 두건을 쓰는 이유는 우선, 이 복장이 옛날에 가난한 이들의 일상복이었던 기능 그대로 여전히 보온을 위해 혹은 일할 때 햇볕을 가리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겠습니다. 

여기에 수도생활과 연결된 의미를 부여하면, 세속으로 향하는 시선을 차단하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도구로써 두건이 사용된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언뜻 하늘 보기를 부끄러워하는 죄인의 모습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사실 죄인 아닌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요?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그를 죄인이 아니라 겸손한 이로 봐 주실 겁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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