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여 개 시민사회종교단체, 호르무즈 파병 즉각 철회 촉구

1월 21일 정부가 청해부대 호르무즈 파병을 결정함에 따라 시민사회가 파병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22일, 팍스크리스티 코리아,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예수살기 등 종교단체를 비롯한 90개 단체는 “그 어떤 이유로든 한국군 파병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정부의 파병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한국군 파병은 그 지역 안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험과 불안정 고조에 기여할 뿐”이라며, “끊이지 않는 분쟁 속에서 중동 민중이 받는 고통과 희생이 커지는 가운데 (파병은) 한국 정부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는 미국의 공세를 정당화하는 데 이바지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이들은 “독자 파병”이라는 정부의 입장에 대해서도, “결국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군은 미국이 주도하는 해양안보구상과 공조할 것이며, 청해부대가 아덴만에서 그랬던 것처럼 앞서 파병된 일본 자위대와도 협력하게 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과 이란 간 정면충돌 위기는 당장은 피한 것 같지만, 미국은 이란에 대한 위협을 계속할 것이고 이 때문에 중동의 불안정은 악화될 수 있다”며, “이에 청해부대가 휘말린다면 파병 군인과 현지 교민들의 안전도 더 취약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방부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 중동 정세를 감안해 우리 국민의 안전과 선박의 자유 항행 보장을 위해 청해부대 파견 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며, “청해부대 파견 지역은 현재 아덴만 일대에서 오만만, 아라비아/페르시아만 일대까지 확대되며, 우리 군 지휘 하에 국민과 선박 보호 임무를 수행한다”고 밝혔다.

또 청해부대가 확대된 파견지역에서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하더라도 필요한 경우에는 국제해양안보구상(IMSC)과 협력할 예정이며, 정보 공유 등 제반 협조를 위해 청해부대 소속 장교 2명을 IMSC 본부에 연락장교로 파견할 계획이라고 했다.

국방부는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 대해, 중동지역에 교민 2만 5000여 명이 살고 있으며, 원유 수송 70퍼센트를 차지하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라며, “중동지역 일대 국민과 선박의 안전을 확보하는 한편, 항행 자유 보장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90개 시민사회종교단체가 청와대 앞에서 호르무즈 파병 결정 철회를 촉구했다. (사진 제공 = PCK)

이 같은 결정에 이란 정부는 여전히 “파병 반대” 입장이다.

청해부대는 다국적 연합 해군 소속의 대한민국 해군 부대로 검색요원, 항공대, 해병대 등 300여 명으로 구성됐다. 소말리아 해역의 해적 퇴치를 위한 국제연합의 요청에 따라 2009년 3월 국회 동의로 파견됐다.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은 미 해군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호위연합’으로 지난해 11월 창설됐으며, 2019년 5월과 6월 미 유조선에 대한 공격의 배후를 이란으로 지목하면서 아라비아만, 호르무즈 해협, 오만만 일대의 항행과 교역 안전을 보장한다는 목적으로 시작됐다. IMSC에는 사우디, 영국, 호주,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알바니아 등 6개국이 참여하고, 일본은 독자적으로 함정을 추가 파견하는 방식으로 참여한다.

“세계적 공권력은 세계적 차원에서 권위를 가져야 하며, 공동선의 구체적 내용을 효과적으로 따르기 위한 적절한 방법이 강구되어야 한다. 이는 강압에 의해서가 아닌 민족들의 공통된 견해에 따라 설정되어야 한다.... 그들의 행동은 세계적 공동선의 객관적 요구에 합치해야 한다. 만일 초국가적이고 국제적인 공권력이 좀더 강한 국가들에 의해 힘으로 다스려진다면, 이런 권력은 특별한 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도구가 되거나 또는 개별 국가에 편파적 이익을 줄 뿐 아니라, 그런 활동의 효력을 위험에 부치게 될 것이다.”('지상의 평화' 138항)

“국제질서와 평화를 깨는 일에 끌려다니지 말아야”

이번 파병 결정에 대해 춘천교구 정의평화위원장 권오준 신부는 “이번 파병이 국익과 안전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으로 들여다볼수록 국익을 해치고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권 신부는 “국익은 국가 이미지 또는 경제적 이득을 얻는 일이다. 지금까지 이란과 한국은 상당히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왔고, 이란에 한국 기업도 약 2000개 진출되어 있다”며, “한국에 대한 이란의 이미지 타격과 시장 문제만 따져도 국익과 완전히 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은 동맹 논리에 자명하게 휩쓸리는 것이고, 자주적 결정이라고 볼 수 없다”며, “파병 철회는 국제질서와 평화를 깨는 일에 끌려다니지 말라는 요구다. 국제질서와 평화 유지가 대의고 명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파병 결정은 북미관계, 이란과 북한과의 관계선에서도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며, “평화는 전쟁만 아니면 되는 것이나 무력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아니다. 이는 오히려 평화를 방해하는 것이고, 군대를 통한 힘의 과시가 아니라 관계의 균형을 통해 평화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