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행동학교 활동가 양성 워크숍

기후위기 문제와 각 부문별 과제를 짚고, 기후운동 조직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21-22일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기후행동학교 활동가 양성을 위한 워크숍’은 ‘가톨릭기후행동’이 마련했으며, 기후위기와 관련한 전반 주제를 강의 9개와 토론 2번으로 다뤘다. 이틀간 각각 종교인, 시민, 단체 활동가 등 200여 명이 참가했다.

강연자와 참가자들은 모두 “지금 당장 바꾸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첫째 날 조천호 교수(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가 “기후위기의 과학적 설명”, 조효제 교수(성공회대)가 “기후위기와 인권”, 한재각 소장(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이 “배출제로와 기후정의”, 황인철 팀장(녹색연합)이 “한국의 기후정책의 현황과 쟁점”, 정혜선 기후활동가가 “기후위기와 사회운동”을 강의하고 기후운동 조직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다.

둘째 날은 김현우 선임연구원(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이 “기후위기와 노동, 정의로운 전환”, 이헌석 본부장(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이 “기후위기와 에너지”, 이근행 부소장(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이 “기후위기와 먹거리”, 이상윤 책임연구위원(건강과 대안)이 “기후위기와 건강위기”를 강의했다.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이근행 부소장은 "먹거리 생산과 소비의 전환을 이루려면 농민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수나 기자

먹거리 생산과 소비 전환 이루려면 사회적 지원 꼭 필요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이근행 부소장은 “생산과 소비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미래는 없다”며 “산업적 고투입 방식에서 지역 순환적, 유기적 생산과 소비로 온실가스를 줄이고 먹거리 생산량과 질을 유지하는 것이 최대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통계청 자료에 근거해 그는 귤, 사과의 재배지가 계속 북상해 2030년이면 남한에서는 사과의 생장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 바다에서 명태가 사라진 지 오래며, 오징어는 해마다 수역을 달리해 나타나고 있다. 이상기후로 작황도 종잡을 수 없는 상태다.

한국에서는 쌀 자급율이 어느 정도 유지돼 아직 식량 파동은 겪지 않았지만, 이상기후로 인한 전 세계적 곡물파동으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고 수출이 금지되면서 아프리카 튀니지나 시리아에서는 내전과 갈등이 10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근행 부소장은 특히 먹는 것보다 생산에 7배나 많은 에너지를 쓰는 현재의 산업농 방식이 문제라며, 이를테면 소고기 1킬로그램을 생산하는 데 석유가 7리터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육류 생산을 1퍼센트 줄임으로써 얻는 온실가스 감축의 효과는 태양에너지 3조 달러를 투자해야 줄일 수 있는 온실가스양이며, 한국은 연간 일인당 50킬로그램이 넘는 고기를 먹는데 이는 일본보다 많다는 것이다.

그는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기후정의로 전환해야 하지만 생산 주체(농민)의 소외, 왜소화로 사회적 지지와 지원 없이는 (농민이) 전환의 주체로서의 역할하기는 어렵다”며 “각자가 먹거리의 선택을 고민하는 동시에 먹거리 생산의 확장을 지지하는 정치적 투표를 할 것”을 제안했다.

이번 워크숍에는 이틀 각각 모두 200여 명이 참석했다. ⓒ김수나 기자

기후위기, 건강 피해 90퍼센트가 어린이, 사회불평등 더 심화해

의사이자 건강과 대안의 이상윤 책임연구원은 “기후위기로 인한 건강 피해의 90퍼센트 이상이 어린이에 집중된다. 지금 태어난 아이들의 삶은 학력이나 자본이 아닌 기후에 의해 결정되고 이대로라면 아이들의 미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기후위기로 인한 건강문제는 폭염사망, 자연재해 등 직접 피해보다 감염병, 대기오염, 먹거리, 악성 유전자 발현, 정신심리 문제 등 간접 피해가 산출이 어려울 정도로 크다.

무엇보다 그는 “기후위기로 부자, 남자, 성인보다 노인, 빈곤층, 어린이, 여성이 더 많이 죽고,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된다”며 “피해가 약자에게 집중되는 만큼 사회정의의 맥락에서 기후위기 이슈를 논의”하라고 조언했다.

또 그는 “기후변화의 주적은 기업”이라며 “기업은 논점을 흐리거나 소비자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대중끼리 싸우게 만든다. 이를 알고 개인을 도덕적으로 탓하지 말고, 사회집단의 환경을 변화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후위기, 정책 문제 아닌 국가 의무

기후위기로 인한 인권침해를 짚은 성공회대 조효제 교수는 “기후위기는 모든 사람에게 닥치지만 피해는 차별적으로 발생한다”며 “쪽방 주민, 홀몸 노인, 불량주택 주거자, 저소득층, 노숙인, 야외노동자, 만성질환자, 노약자, 저지대 주민 등에 피해가 집중된다”고 말했다.

조효제 교수는 기후위기를 곧 인권의 문제로 보면 “기후위기는 단순한 정책 문제가 아닌 국가의 의무가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한재각 소장은 화석연료 채굴 중단, 석탄발전소 폐쇄 등 각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를 향한 전략을 소개하면서, 한국 정부가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추세를 연장하는 대신 바람직한 미래를 탐색하는 방향으로 규범적 목표(배출량)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기후행동은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기후국회 구성을 목표로 4.15 총선을 준비하기로 했다. ⓒ김수나 기자

21대 국회 과제는 기후정책 수립

녹색연합 황인철 팀장은 한국의 기후변화 양상과 기후정책 부재를 설명하면서 “기후정의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과 저탄소 발전 등에 관한 구체적, 적극적 기후정책 수립이 21대 국회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30년 동안(1986-2015) 세계 연평균 기온이 9.2도 오르는 동안 한국은 13.5도가 올랐고, 50년 동안(1968-2017) 한국 바다수온은 세계 바다수온 상승의 2.2배나 높다. 해수면 상승도 세계 평균에 비해 한국이 최대 2배 정도 높다.

그러나 현실은 2000-17년 미국, 영국, 일본, EU가 온실가스 배출을 낮춘 동안 한국은 2010년부터 연도별 목표배출량보다 2.3-15.4퍼센트 초과 배출했고, 계속 늘고 있다. 국내 에너지에서 석유, 석탄 비중이 높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OECD 35개국 중 꼴찌다.

세계 대부분 기업이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선언하고, 미국은 그 목표를 위해 ‘그린뉴딜’ 결의안 채택했다. 유럽연합도 탄소중립 대륙으로 가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으며 독일은 2038년까지 모든 석탄화력 발전을 폐쇄하기로 했다.

‘정의로운 전환’은 가능하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김현우 선임연구원은 기후위기 해결과 일자리 창출을 모두 이룰 수 있는 경제로의 전환을 외국 사례를 통해 모색했다.

한국 정치인 대부분은 경제 성장을 위해서라면 환경을 포기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두 가치가 상생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크지만, 국제사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기후변화에 대응이 늦어질수록 오히려 경제에 큰 타격을 입는다는 인식 아래 녹색일자리에 대한 대안을 시도했다.

이 논의는 ‘정의로운 전환’으로도 불린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 전문에도 정의로운 전환의 원칙이 담겼다. 구체적 현실로 이뤄지려면 아직 과제가 많지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해법을 모색하는 데 주목할 만하다.

김현우 선임연구원은 기후위기로 일자리가 사라지기도 하지만 새로 생기는 일자리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조선업이 쇠퇴했지만 그 기술력은 해상 풍력 발전에 쓰일 수 있다. 에너지 효율화나 재생에너지, 보건의료 등에서도 일자리는 늘어난다.

그는 새로 생겨난 일자리가 환경 보전에 기여함은 물론 노동의 질도 높다면 녹색일자리가 될 수 있다며 녹색경제와 녹색일자리에 대한 대안을 위해 노동조합의 역할을 강조하고 각 나라의 정의로운 전환의 시도 사례를 들었다.

호주 시드니에서 지역 환경운동가와 건설 노동자들이 연대해 오래된 숲과 건물을 지켜낸 그린 밴 운동, 미국 디아블로캐년 핵발전 단지를 재생에너지 연구단지로 추진한 것과 온실가스 감축과 녹색 일자리 창출 결의안인 미국의 그린뉴딜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노동자와 환경운동의 연대 사례다.

기후위기 시대에 고용과 구조조정 문제의 대안을 고민할 수 있는 사례로는 2009년 영국 베스타스 풍력 공장의 녹색일자리 폐쇄에 대항한 노동자와 환경운동가의 연대투쟁, 2022년도 독일 탈핵 목표에 금속노조가 앞장서고 재생에너지 산업에 노동자 적극 참여 등이 제시됐다.

그는 “정의로운 전환이 쉽지는 않겠지만 녹색노조는 가능하며 이제 노동계는 기후위기에 품앗이 연대라는 차원을 넘어 자기 동기로 결합해야 한다”며 “기후위기를 노조의 의제로 삼고, 어떻게 노조의 정책으로 만들 것인지가 노동계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토론 뒤 종이상자 피켓을 만들고 논의 내용을 공유했다. ⓒ김수나 기자

에너지 전환, 에너지원만 바꾸는 것 아니야, 제반 관련 계획 필요해

한국의 온실가스 총배출량 가운데 87퍼센트가 에너지에서 나오기 때문에, 어떤 에너지를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 전환에 대한 구체적 계획 꼭 필요한 이유라고 이헌석 본부장(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은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 4위 석탄 수입국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석탄화력발전단지가 있고, 화석연료 비중이 전체 3분의 2다. 재생에너지는 2030년까지 20퍼센트를 달성해도 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데 온실가스 배출은 계속 늘어 국제사회는 한국을 기후악당국가로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정부가 기준 배출양에 대비해 줄이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가만히 두면 늘어난다는 것을 전제한 것”이라며 “기준치를 떠나 감축 목표치를 먼저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9년 영국의 모든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을 멈춘 날을 예로 들며, 우리가 그 발전소의 노동자였다면 어땠을까를 물었다. 이에 대해 그는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원만 바꾸는 것이 아닌 관련된 모든 것의 전환이다. 일대일 전환의 결과만 보지 말고 사회적 비용이 어디에 얼마만큼 들고 어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지 구체적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후행동학교, 3.14 대중집회 조직, 기후국회 구성 위한 4.15 총선대비 토론

강의 뒤 참가자들은 자신이 속한 지역, 단위별로 기후행동학교를 열고, 3.14 대중집회 참여 확대, 기후국회를 위한 총선 대응법 등을 논의했다.

먼저 2월 안으로 북콘서트, 영화, 카드뉴스 등 다양한 콘텐츠와 온라인 등 매체를 활용해 기후행동학교를 열자는 제안이 나왔다. 또 이번 가톨릭 기후행동학교의 내용을 지역 단체와 공유하고, 지역학교에 필요한 강사나 매뉴얼을 지원해 달라는 요청도 나왔다.

3.14 대중집회 참여를 늘리는 방안으로 각종 SNS 활용한 캠페인과 홍보, 뜻을 같이하는 연예인이나 유명인 초대, 교사 네트워크 활용, 상징물 제작과 공동게시, 기후순례 등이 제안됐다.

특히 참가자들은 총선 후보들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기후위기 해결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기후국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행동하자고 뜻을 모으고, 자기 지역 후보에 정책제안과 질의, 평가, 낙선자 선정 등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편, 가톨릭기후행동을 포함해 330여 개 단체가 모인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오는 3월 14일 서울시청광장 및 인근도로에서 대규모 집회와 행진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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