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속풀이 독자 중에 십자성호 긋는 법을 모르는 분은 안 계실 겁니다. 성호를 그으면서 바치는 성호경은 가톨릭에 입문하는 모든 이가 가장 먼저 배우는 기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십자성호는 우리가 흔히 아는 큰 십자성호와 미사 때 복음을 듣기 전에 머리, 입술, 가슴에 새기는 작은 십자성호가 있다는 거 아시죠? 작은 십자성호는 사람이나 물건을 축복할 때도 쓰입니다. 

십자성호를 긋고 있는 사람들. (이미지 출처 = en.wikipedia.org)

다시 한번 그 자세와 의미를 되새겨 보면서 오늘 속풀이를 다뤄 볼 수 있겠습니다. 우선, 왼손을 위장 부분의 배 위에 얹고, 오른손의 손가락을 모아서 이마 -> 배(가슴) -> 왼쪽 어깨 -> 오른쪽 어깨 순서로 몸통에 십자가를 그립니다. 종종 오른손의 검지와 중지 그리고 엄지를 모은 채 약지와 새끼 손가락은 손바닥에 붙이고 성호를 긋는 분들도 계십니다. 틀린 것이 아니니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십자성호 긋는 방법을 유심히 보면 이마에서 배로 향하는 세로축이 먼저 그려지고 나서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어깨로 가로축을 그린다는 사실입니다. 즉, 위에서 아래로 먼저 세로축을 그리는 것은 하느님이 강생하시어 참 인간으로 태어나셨음을 뜻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어깨로 긋는 가로축은 우리가 강생하신 하느님을 통해 죽음을 건너 생명으로 넘어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참고로, 동방 교회에서는 세로축을 먼저 긋는 것까지는 동일한데, 가로축은 오른쪽 어깨에서 왼쪽 어깨로 넘어갑니다. 의미는 그리스도께서 유대인(오른쪽)로부터 이방인(왼쪽)에게까지 복음을 전하셨다는 것입니다. 사실 12세기까지는 동방이나 서방교회 모두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로축을 그었다고 하는데 그 이후에 서방교회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긋는 것으로 구별했다고 합니다. (“십자성호, 삼위일체 하느님께 대한 신앙고백” 참조) 

이렇게 간단히 확인하셨으니, 이제는 작은 성호를 긋는 것도 신경써서 하시기 바랍니다. 무심결에 어떤 분들은 한자의 열십자(十)를 쓰시는 분이 계십니다. 한자로 십자를 쓸 때는 가로획 쓰고 세로획을 씁니다. 만약에 이런 순서로 작은 십자성호를 그으신다면, 그건 그냥 한자 연습하시는 것이 됩니다. 우리가 기도와 축복을 위해 긋는 십자성호는 형태가 열십자 모양일 뿐,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작은 십자성호라도 그 안에 성부, 성자, 성령께 청하는 염원과 구원의 신비가 담겨 있다는 걸 의식하신다면, 정확히 성호를 그을 수 있습니다. 성호경은 짧지만 매우 웅장하고 강력한 기도입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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