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우 신부] 2월 9일(연중 제5주일) 이사 58,7-10; 1코린 2,1-5; 마태 5,13-16

‘위기의 교회’, ‘교회의 미래가 어둡다’. 요즘 참 많이 듣는 이야기입니다. SNS 등 각종 인터넷 매체를 통해서 교회의 모습을 비판하고 걱정하는 분들의 모습을 많이 발견합니다. 작게는 본당 신부님과 본당 공동체의 모습에서 크게는 한국 교회의 미래 그리고 가톨릭 자체의 모습을 바라보며 거기에 날카로운 시선을 던지는 분들이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거기에는 교회에 대한 아쉬움도 있을 것이고, 안타까움도 있을 것입니다. 사제로 살아가면서 귀담아 들어야 할 말씀도 적지 않게 있어서 저부터 교회의 사람으로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과연 내가 말하는 대로 나는 살아가고 있는지 말입니다.

그 비판의 목소리 가운데에는 어느 정도 선을 넘어선 목소리도 있습니다. 과연 이 사람은 교회에 무엇을 필요로 할까? 하는 질문이 나올 정도지요. 무언가 원칙을 지키거나 조용하고 잠잠하면 생동감이 없는 교회라고 비판합니다. 반대로 무언가 조금이라도 넘친다 싶으면 질서가 없고 근엄하지 못한 교회의 모습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조금 솔직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 비판과 비난 중에는 자신의 올바르지 못한 생활, 좁게는 충실하지 못한 신앙생활에 대한 변명이 녹아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자주 겪은 예를 들면 자기가 귀찮아서 성당에 나가지 않으면서 ‘꼭 성당에 나가야 하느님을 만나나’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제도 교회를, 본당 공동체를 비판합니다. 원칙과 규칙이 자유롭고 싶은 자신을 구속하고 있다고 말이지요. 그리고 나름대로 신앙생활을 잘하고 있는 사람들을 자극합니다. 물론 건전한 비판의식을 가진 분도 계시지만 자기의 올바르지 못한 삶을 감싸기 위해 교회가 목표물이 되는 것이지요. 교회에 학생들이 없다고 아우성입니다. 그런데 내 아이는 학원에 보내야 합니다. 경쟁에 밀리면 안 되기 때문이지요. 

교회, 하느님의 집. (이미지 출처 = Pxhere)

얼마 전 성당에 교무금을 내지 말자고, 주일 헌금을 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글을 보았습니다. 성직자가 제대로 살아가지 못함을 비판하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꽤 많은 댓글이 달려 있었습니다. 과연 그분에게 교회는 어떤 모습일까? 오늘 글의 제목대로 ‘당신은 교회를, 하느님의 집을 필요로 하십니까?’라고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대외적으로는 자신은 ‘천주교 신자’라고 이야기합니다. ‘성당은 나가지 않지만 나름대로 올바른 시각을 가지고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도 답답하고 폐쇄적인 교회를 떠나라고 합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좁디좁은 하느님의 체험이 각자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이야기에 해당하지 않는 분들에게 희망을 호소하고 싶습니다. 건전한 비판의식을 가지고 교회를 바라보는 분들에게 말입니다. 이번 주일 복음을 묵상하면서 이 무거운 마음을 쉽게 내던지지 못했던 이유입니다. 당신은 교회를, 하느님의 집을 필요로 하십니까?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마태 5,13)라고 말씀하십니다. 소금이 제대로 그 짠맛을 발휘하려면 그 ‘짬’이 필요한 곳에 있어야 합니다. 짠 곳에 있으면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그러기에 소금이 소금답기 위해서는 ‘싱거운 곳’, ‘밋밋한 곳’으로 던져져야만 합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마태 5,14)라고 하신 말씀도 되새겨 봅니다. 빛은 어두움 속으로 들어가야 그 가치를 발휘합니다. 어둠속을 관통할 때에야 빛은 빛으로서 가치가 있습니다. 밝은 곳에서의 빛을 외치지 말고 자신이 생각하는 어두운 곳으로 들어와서 빛의 참 모습을 드러내야 되지 않겠습니까? 부족하고 안타까운 교회를 바라보고 계시는 세상의 소금과 빛이신 여러분, 그렇다면 그 부족하고 모자란 교회를 향해 뛰어 보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소금과 빛을 필요로 하는 하느님의 집을 향하여 말입니다.

유상우 신부(광헌아우구스티노)

부산교구 감물생태학습관 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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