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새사제 서품식. ⓒ김용길

새 사제들에게

- 닐숨 박춘식

 

 

- 진정 당신은 좋은 사제가 되려고 결심합니까

매일 새벽, 사제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ADSUM*(예, 저 여기 있습니다) 응답하고 어깨에

양들을 올려놓기를 신자들이 항상 원합니다

 

- 참으로 당신은 하늘 마음으로 일하겠습니까

매일 새벽, 사제는, 엎드려 하느님의 사람으로

성모님과 저희 순교자들에게 도움을 간청하기를

모든 신자가 낮밤 간곡히 바라고 있습니다

 

- 진실로 당신은 흙바닥 겸손으로 봉사하겠습니까

매일 새벽, 사제는, 삼보 일배 보다 더 통절한

일보 복배(一步伏拜)를 통하여 제단에 오르고

제단 아래서는 사람들에게 먼저 절하는 모습으로

참 겸손이 되기를 교형 자매들은 절절하게 원합니다

 

이렇게 여쭈어보는 까닭은

성인 사제를 앙망하는 수많은 신자들의 요구를

도저히 외면할 수 없으므로 ....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20년 2월 10일 월요일)

*ADSUM은 라틴어이며 발음은 ‘앗숨’입니다. 사제 수품 예절에서 우리말 전례 이전 라틴어로 예절을 할 때 수품자 이름을 부르면 해당 부제는 ‘ADSUM’ 하며 한 발 앞으로 나가 서 있었습니다.

 

초등학생도 거만한 선생을 싫어합니다. 군인도 정직하고 겸손한 장교를 좋아하고 따릅니다. 개도 거만한 사람을 슬슬 피합니다. 신자들 중에 거만한 신부를 좋아하는 신자도 한 신자도 없습니다. 의사가 겸손하면 환자가 계란 하나라도 드시라고 줍니다. 성경에도 오만한 사람은 하느님이 사랑을 못 받는다는 구절이 많이 있습니다. 종교 지도자(성직자)들이 거의 거만하니까 종교를 믿는 사람이 점점 줄어듭니다. 성당은 해마다 신자들이 눈에 보이게 줄어드는데, 그 이유가 본당신부의 거만함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신자 감소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방법의 하나는 성직자들이 매우 겸손하도록 노력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직자는 반드시 겸손하여야 한다는 말은 제가 만든 말이 아닙니다. 성경에서 수없이 말하고 있고, 교부들의 말씀 그리고 모든 심신 서적에서 항상 말하는 내용입니다. 신자들이 겸손하여야만 은혜를 많이 받는데, 그 겸손의 본보기가 성직자이므로 겸손에 대한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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