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결혼. (이미지 출처 = Pxhere)

교회상식이라고 하기보다는 교회시사에 더 가까운 질문이 되겠습니다만, 최근 다시 접하게 된 것이라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먼저 답을 드리자면, 로마 가톨릭 안에서는 사제 독신제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럼에도 사제 독신제 해제에 관한 가능성 타진은 사실 어제오늘 생겨난 것이 아니란 것을 오랫동안 신앙생활 해 오신 분들은 기억하실 겁니다.

성직자가 독신으로 사는 것이 마음에 들어 가톨릭을 선택하신 분이 아니라면, 사제 독신제가 가지는 장점과 단점에 대해 나름 의견을 제시하실 수 있으리라 봅니다. 교황청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와는 상관없이 말이죠.

신자들끼리 다양한 의견이 오갈 수 있으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밝혀 온 입장을 확인해 보면, 그분은 서방교회(로마 가톨릭)가 유지해 온 사제 독신제가 교회를 위해서 유익하다고 보는 전통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제 독신은 현재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사제 독신이 풀릴 것이라는 예상이 언제보다도 강해진 것은 아마도 작년 10월에 있었던 아마존 주교시노드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때 몇몇 주교가 기혼자인 종신부제에게 성품을 주고 사제가 부족한 아마존 지역에 파견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타진했기 때문입니다. 

주교회의 같은 공적 자리에서 이런 제안이 있었다는 것이 고무적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전까지는 물밑에서야 말이 오갔는지 모르겠으나 이런 주제는 논외였으니까요. 하지만, 변하고 있는 지역 교회의 현실에 대해 보편 교회 역시 숙고하고 반응하도록 역사는 진행되어 왔습니다. 

그럼에도 이미 운을 띄었듯이 사제 독신 규정이 당장 변화를 맞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로마 가톨릭 교회가 결혼하여 가정을 꾸려 나가고 있는 종신부제들을 서품하여 사제로 파견한다고 해도 그것은 아마존 지역에 국한된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방안에 대해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다른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즉, 상대적으로 사제가 풍부한 지역교회를 설득하여 아마존에 파견하는 방안이나 아마존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부제들이나 평신도 선교사들을 더 양성하여 파견하는 방법이 가능합니다. 

참고로, 로마 가톨릭(서방 가톨릭)이 아닌 동방 가톨릭 전통에서는 기혼자가 사제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동방 가톨릭에서도 이미 사제가 된 이가 결혼을 하는 것은 허락하지 않습니다. 이것을 보면 로마 가톨릭도 정말이지 방법을 찾을 수 없다면 기혼자 중에서 덕망 있는 사람을 선발해 사제로 양성하게 될 날이 오겠지요. 하지만 오늘은 "아직 그때가 아니다"라고만 정리하는 것으로 속풀이를 끝내겠습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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