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재 신부, 대구 미사 중단 큰 결정, 정부에 협조할 때

31번째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가 신천지 신도로 밝혀진 뒤, 질병관리본부는 21일 오후 2시 신천지 대구교회 관련 확진자가 44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후 신천지 관련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신천지에 대한 부정적 의식과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 신천지라는 조직 특성상 이전과는 전혀 다른 체계의 방역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 종교 전문가 그룹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신천지의 특성은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철저한 방역을 위해 긴급히 갖춰야 할 것은 무엇일까. 

먼저 지난 10여 년간 신천지에 대해 집중 취재해 온 <YTN> 변상욱 기자는 21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부 차원에서 신천지 본부와 방역 협조 방식을 논의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제안했다.

또 대구 확진자들의 대거 발생은 정황상 청도 대남병원에서 열린 이만희 형의 장례에 참석했던 신천지 고위급들이 대구를 들러 예배를 했거나 추모예배의 성격이 있었던 것으로 본다고 설명하며, “처음 31번 환자가 집중을 받았지만, 장례식이나 병원에 출입한 다른 고위급이 전파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청도 대남병원에서 발생한 첫 번째 사망자가 폐쇄병동에 있었던 환자인 것을 들어, “이만희의 형이 같은 폐쇄병동에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간호사도 감염된 상황에서 대남병원 전체를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신천지의 특성은 ‘조건부 종말론’
본부 지침 없이 신도들 종교 활동 금하기 어려워

그는 먼저 신천지라는 종교가 가진 특성에 대해 설명하며, 일반 개신교나 종교와 같은 성격으로 파악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변 기자에 따르면 신천지의 교리는 ‘조건부 종말론’이다. 조건이란, 구원에 이르는 조건이 신도들 각각의 충성도로 예배 참여, 포교 성과가 각 개인의 성적이 되고 이 성적이 충성도로 매겨진다. 그리고 각 개인의 성적은 지파와 그룹의 성적이 된다.

종교활동 참여가 일종의 ‘점수’가 된다는 특성 때문에 신천지 예배 참여 행태는 다른 종교와 달라서 대구지역 신천지 신자 수가 약 1만 명이라면, 대구예배에 참석했던 인원은 300여 명이 아니라 한 예배당 적어도 700-800명 정도일 것이라고 추산된다.

또 포교활동 참여도 큰 점수이기 때문에 신천지 본부 측의 강력한 지침 없이는 이들의 포교활동을 금하기 어렵다. 다른 종교에 잠입 활동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자가격리 차원에서 활동을 멈춘다면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에 이 역시 신도 개인 차원에서는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

모임 구조도 군대와 같아서, 지역 거점 예배당뿐 아니라 각 센터, 센터 아래 복음방 등의 하위 구조가 있어, 본부에서 예배한 뒤 그 아래 단계 모임이 반드시 이뤄진다. 이 모임에 대한 실적 보고도 이뤄지기 때문에 이 역시 확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신천지 활동을 이유로 가출해 주거가 불분명한 이들이다.

이들은 같은 신도들끼리 단체 기숙생활을 하는데, 각 지역에 흩어져 있으며, 가출한 청소년이나 대학생들은 신천지 활동을 한다는 것을 대부분 숨기고 있어 집에 돌아가기도 쉽지 않다. 주로 단기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유지하기 때문에 자가격리를 하면 숙식도 어려워진다.

변상욱 기자는 이런 흐름이라면, 신천지 본부 측에 당국이 협조를 구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필요한 방법이라며, 신천지는 신도들의 활동을 매일 보고받는 등 관리와 통제가 철저한 집단이기 때문에 종교의 자유를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연락처를 받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재 사태를 신도들이 종교적으로만 읽는다면 일종의 “순교”라고 인식할 수도 있다며, 신천지 본부도 신도들이 이 상황을 착각하지 않도록 지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21일 오후 2시 질병관리본부가 코로나19 확진자 156명, 이중 신천지 관련은 44명이라고 발표했다. (이미지 출처 = 유튜브 KTV국민방송 채널 동영상 갈무리)

“지역 확산 대응 위한 방역 시스템 교체 필요”
“혐오와 배제는 문제해결 방식 아니다”

시급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한국의 방역 시스템에도 있다.

지역의 작은 병원도 감염병원화 할 수 있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중앙집중식이다. 지금까지는 중앙집중 방식이 통했고, 한국이 일본보다 나은 성과를 얻었지만, 지금처럼 지역으로 확산될 경우, 한국이 가장 불리해진다는 것이다.

때문에 대구예배에 참석했던 이들이 각 지역으로 흩어진 상황에서 신천지와 정부 간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방역, 의료 시스템을 바꿔야 할 기로라는 것이 변 기자의 의견이다.

변 기자는 경기도와 서울시에서 신천지 예배당을 폐쇄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낸 것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필요한 조치”라며, 대구예배 참석자들의 감염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뤄졌다는 것도, 복잡하고 여러 층으로 나뉘어진 예배당 구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방역당국 차원이 아니라 차관급 책임자가 신천지 본부와 협조해야 하고, 공식적 제안은 문화체육관광부 내 종무실을 통해 접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천지 본부를 협의장으로 이끌어내고 국무조정실, 방역대책본부 고위직이 함께 만나 신천지 스스로 방안을 내도록 제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변 기자는 현재 신천지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확산되는 것에 대해서도, “혐오와 배제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개신교 내에서도 신천지를 끝낼 기회로 볼 것이 아니라 전체 사회를 위해 신천지도 피해자로 보고 협조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하나의 좁은 공동체 안에서 벌어진 방역 문제에 대해 신천지를 책임자, 희생양으로 만든다면 전체가 무사할 수 없다며, “위태로운 신천지 상황에서 협조하고 감싸주는 것 또한 신천지로부터 신도들이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의 하나”라고 말했다.

이금재 신부, “대구대교구 미사 금지 큰 결정, 국가에 협력할 때”

이어 한국천주교 유사종교대책위 위원장 이금재 신부(전주교구)는 신천지 내부에서 이번 사태를 종교적 차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전 사회적 심각성을 빨리 깨닫고 국가적 차원에서 함께 대처하고, 솔직하게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신천지뿐 아니라 다른 종단 역시 국가에 협력하며 지역사회, 시민들과 함께 불안요소를 제거하는 데 협력해야 한다며, “대구대교구의 2주간 미사 금지는 큰 결정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부정적 시선이나 불안감을 함께 해소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며, 협력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신자들에게 국가나 지자체의 지침에 따를 것과 코로나19로 고통과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서도 함께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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