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기후행동 공동대표 김종화 신부 인터뷰

향후 10년, 2030년이 기후위기 임계점
가톨릭 기후행동, 청년 시민학교 열어 교육과 행동 병행

“가톨릭 기후행동은 범 세계적인 조직입니다. 한국 교회에서만 활동이 없어 구체적인 활동을 하자는 의미에서 평신도, 수도자, 사제가 공동대표가 되는 국내 ‘가톨릭 기후행동’이 발족됐습니다. 많이 늦었지만 신자들은 물론 국민들에게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교육과 실천 방안을 병행하는 활동을 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합니다.”

가톨릭기후행동 공동대표 김종화 신부. ⓒ상인숙 기자

가톨릭 기후행동 공동대표 김종화 알로이시오 신부(작은형제회)의 일갈이다. 

한국교회에서는 기후문제에 대해 개인 차원에서, 또는 몇몇 교구와 수도자의 교육 차원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개별적 노력만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각 교구와 수도회 차원에서 함께 기후문제에 대한 연대체를 만들기로 결의해서 지난 1월 20일 가톨릭기후행동 출범을 했다"고 말했다.

가톨릭 기후행동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청년과 청소년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그만큼 미래 세대에게 절박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성세대가 안심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미래세대가 살아갈 이 지구별을 온전하게 물려줄 책무가 있기 때문인데, 그것 역시 요원한 게 현실이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당장 기후 문제에 대한 위기 의식을 공유하며 행동에 옮겨야 하는 당위성이 무엇보다 크다.

“2017년에 모로코 세계기후 총회에 처음 참석했습니다. 그때 비로소 기후 위기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됐어요. 수몰 위기에 처한 남태평양 섬 주민들의 절박한 사연, 브라질 선주민(원주민)들이 파괴되는 아마존에서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는 현실이 먼나라의 이야기가 아니었던 거죠. 알래스카 원주민들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기후 총회에서는 기업과 강대국들의 발언이 이들의 고통을 묵설하곤 하지요.”

자연의 울부짖음은 먼나라 얘기 아니야, 우리가 귀여겨들어야
눈앞에 열린 통합생태계에 주목해야

작은형제회 정의평화창조질서보전(JPIC) 담당이기도 한 김종화 신부는 “자연의 울부짖음은 먼나라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지금 내가 쏟아내는 이산화탄소로 인한 온실 효과는 우리 곁에서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고 있는 가난한 이웃 사람들이 당장 피해를 입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미 통합생태계는 눈앞에 열려 있고, ‘나와 상관없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하는 그는 종교 역시 개발과 성장의 이론에 함몰돼 정체성을 잃어버린 것이 가슴 아프다고 말한다. 김 신부는 "지금, 이 시대야말로 우리가 상실한 ‘공감 능력’을 되찾고, 가톨릭의 자비심을 함께 나누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신자는 물론 시민들을 대상으로 기후행동과 관련한 의식화 교육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 우선 작은형제회에서부터 수도자들의 생태교육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제안했어요. 이름뿐인 프란치스칸이 아닌, 성인의 삶을 따르고 실천하는 프란치스칸이 되어야겠죠. 말과 행동이 다른 프란치스칸이란 것이 부끄러울 때가 많습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름뿐인 평신도, 이름뿐인 성직자 수도자가 되지 않으려면 우리 모두 각성하지 않으면 안 되겠죠.”

“이미 교회 안에 성교육이 제도화되었듯이 기후행동 교육도 제도화 해야 합니다. 1년에 1-2회 성직자는 물론 평신도들을 대상으로요. 그것이 사실 당면 목표입니다. 올해는 가톨릭 기후학교를 개교할 예정입니다. 청년들의 사회참여를 확장하기 위해 이미 활동하고 있는 청년시민학교와 청년성서모임과 연계해서 교육하는 방안에 대해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2019년 열린 COP25 스페인 마드리드 기후총회에서 기후행진 끝난 뒤 한국의 시민사회단체와 김종화 신부가 함께한 모습. (사진 제공 = 김종화)

기후 위기는 이미 우리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교회 내 여성 리더들의 관심과 참여 기대

이와 함께 김종화 신부는 교회 내 여성 리더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여성은 여전히 교회 내의 약자로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것. 그는 교회 안에서 남성 중심, 성직자 중심주의가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여성 수도자와 여성 평신도의 지위와 역할이 더욱 확대되기를 희망하면서 생태계 문제에 대해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확장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름철 온도가 올라가면 실외 노동자들이 힘들어진다. 열악한 노동 조건은 더욱 심화된다. 임금 격차는 삶의 질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먹거리와도 직결되는 기후변화는 좋은 먹거리 생산에 걸림돌이 된다. 기온이 상승하면 단백질과 여타의 영양소에 영향을 미친다. 먹거리 문제가 심각해지면 건강 문제가 대두되고 보건, 의료에 문제가 생긴다. 장티푸스와 콜레라 등에도 감염되기 쉽다. 이렇게 당장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위기는 삶의 여러 곳에서 도미노 현상처럼 영향을 미치고 있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김종화 신부는 가톨릭 기후학교에서 모든 분야를 다룰 수 있다고 말한다.

“에너지는 물론 인권, 건강, 의료, 보건, 노동, 농업, 먹거리 등 모든 것이 기후와 연계되어 있습니다. 최후의 마지노선이 앞으로 10년, 2030년까지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못하면 그 후로는 돌이킬 수가 없을 것입니다. 희망을 가지고 있는 많은 사람이 2030년을 임계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와 시민사회 단체 안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출범식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진은 이미 1월 20일에 출범을 했다.

COP25 스페인 마드리드 기후총회 행진 중에 작은형제회 수사들(왼쪽부터 가나, 인도네시아)과 함께한 김종화 신부. (사진 제공 = 김종화)

“교회에서도 매년 생태교육제도가 자리 잡으면 좋겠다.”고 다시 한번 강조한 김종화 신부는 교회 역시 세속의 삶과 닮아 있는 것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기후행동에 대한 본질적인 것을 회피하고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라고 말한 그는 교회 역시 이러한 기업이나 정부의 전략에 무관심으로 대응하는 것에서부터 깨어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어 김 신부는 정부와 기업, 국회에서 기후비상대책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때까지 행동하는 가톨릭 기후행동의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다국적 기업이 아마존을 파괴하고 브라질에서 생산되는 쇠고기 등 농산물을 EU에서는 사지 않겠다는 거부운동을 합니다. 기업들이 긴장하겠죠. 우리가 생산하는 제품의 ‘탄소 가격’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 제품이 이산화탄소가 많이 발생시키면 가격이 당연히 올라가야 하듯이 말입니다. 기후 악당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공유해야 합니다. 세계무역시장에서 이런 기업들은 퇴출되는 것이 마땅한 일입니다.”

김종화 신부는 향후 10년 안에 이런 운동이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희망을 말한다. 아니, 어쩌면 10년이란 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종을 울린다. 

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이산화탄소를 줄인다고 하면서도 인도네시아나 미얀마에서 석탄, 석유, 천연가스 채굴 사업에 투자하고 있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독일과 미국 교회 등 유럽에서는 이런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투자철회 운동(divestment movement)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종교계에선 관심이 없다. 오히려 한국전력공사(한전), 포스코, 수출입 은행이 아시아 나라(미얀마,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석탄 중심 해외 투자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 이 사실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같은 투자는 윤리적 문제가 있기 때문에 유럽에서는 철수하고 있으므로 김 신부는 이 사실을 국내에도 알리고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나라 교회도 화석 연료에 투자하는 기업이 어디인지 관심을 기울여 미래세대가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기를 희망했다. 

가톨릭 기후행동은 3월부터 각 교구 정평위 혹은 생태환경위원회와 연대하여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행동뿐 아니라 각 교구에서도 기후문제의 심각성을 알려 나갈 계획이다.  

한편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지역별 기후행동학교를 열며 원하는 지역으로 찾아가 교육을 시행한다. 가톨릭 기후행동 홈페이지는 gccmkorea.k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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