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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한 한국마사회

기사승인 2020.03.12  13:3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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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영식의 포토에세이]

고 문중원 열사가 한국마사회의 비리를 고발하고 100일 만에 장례를 치르는 도중에 한국마사회가 합의를 파기했습니다. 발인도 채 끝나지 않은 시각이었습니다. 100일간의 ‘한국마사회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의 공동행동의 투쟁 끝에 어렵게 합의를 하고, 장례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합의를 파기하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고 문중원 열사는 한국마사회의 승부 조작 등 비리를 고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100일간의 힘든 투쟁 끝에 “부산·경남 경마 시스템·업무실태에 관한 연구용역과 경쟁성 완화와 기수 건강권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을 추진하기로 한국마사회와 합의를 했습니다. 이 합의를 공증받기로 하고 장례를 치렀습니다. 그러나 마사회는 부산 경남 경마공원에서 진행될 ‘문중원 열사 노동사회장’ 영결식 직전에 공증하기로 한 약속을 파기하고, 추후 대 마사회 투쟁을 포기할 것을 요구한 것입니다. 

고 문중원 열사의 아내인 오은주 님이 부산 경남 경마공원 앞에서 오열하고 있고, 김용균재단 김미숙 대표가 위로하고 있다. 자식을 잃은 엄마가 남편을 잃은 한 여인을 위로하는 모습에서 한국 노동의 비정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장영식

이에 대해 녹색당은 성명서를 통해 “장례를 치르자마자 합의를 파기하는 행태는 합의를 이행할 의지가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시민대책위가 요구한 책임자 처벌 등이 담기지 않은 부족한 합의임에도 이마저도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마사회의 뿌리 깊은 비리와 적폐를 해결할 생각이 전혀 없음을 보여 주는 것이며, 고 문중원 열사를 비롯한 7명의 기수와 말 관리사들의 목숨을 모독하는 것이다.”라며 문재인 정부와 마사회를 비판했습니다. 

공증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비정한 상태에서 고 문중원 열사의 장례는 유가족들의 뜻에 따라 경마공원에서의 영결식과 양산의 솥발산 열사 묘역에서의 하관식을 끝으로 엄수됐습니다. 이날 고 문중원 열사의 부인 오은주 님은 “100일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남편을 보냅니다. 99일간 투쟁을 하면서 한 번도 제 남편에게 좋은 곳으로 가라고 말을 못했습니다. 아직 보내 줄 수 없었고, 보내기 싫었습니다. 남편의 유서 마지막 내용 중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적혀 있습니다. 더 나아가 제가 아는 모든 사람들도 행복하길 바랍니다.”라며 오열의 인사를 남겼습니다.  

어린 상주가 아빠를 보내며 마지막 절을 올리고 있다. ⓒ장영식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부와 마사회를 규탄하며 진행된 빗속의 하관식은 비통했습니다. 아직 영문도 모르는 어린 상주가 아빠의 영정 앞에서 절을 하는 모습은 비현실적인 현실이었습니다. 남편의 관을 붙잡고 오열하는 여인의 모습은 사진기조차 흔들렸습니다. 자식을 먼저 보내는 부모의 흐느낌은 어둠을 뚫고 내리는 빗물이 되었습니다. ‘노동 존중’을 외쳤던 문재인 정부에서 노동은 여전히 존중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약속을 안 지키는 마사회는 필요없듯이 적폐의 본질인 재벌을 옹호하고, 노동을 존중하지 않는 정부도 필요가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고 문중원 열사 노동사회장을 엄수하고, 참석했던 이들이 열사를 보내며 '단결투쟁가'를 부르고 있다. ⓒ장영식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장영식 editor@catholicnews.co.kr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의 기사는 영리 목적이 아니라면 누구나 출처를 밝히고 무료로 가져다 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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