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setNet1_2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기준치를 바꾸면 방사능이 안전해지나?

기사승인 2020.03.16  14:45:57

공유

- [시사비평 - 박병상]

2020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9년 전 동일본대지진 희생자에 대한 추모행사를 관저에서 가졌다고 언론이 소개했다. 해마다 대규모로 추모해 왔지만 코로나19 확산을 감안해 각료 20여 명과 조촐하게 진행한 추도식에서 희생자에 애석한 마음을 드러낸 일본 총리는 오는 7월에 개최할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계기로 부흥하는 피해지역의 모습을 전 세계의 많은 사람에게 보여 주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다고 전한다.

부흥? 일본은 세계 굴지로 부흥한 국가가 아닌가? 9년 전 걷잡을 수 없는 지진에 이은 강력한 쓰나미는 태평양을 바라보는 후쿠시마 바닷가의 핵발전소들을 휩쓸었고, 그중 설계수명을 넘긴 4기가 폭발하고 말았다. 지진과 쓰나미가 파괴한 상황에서 그쳤다면 아무리 처참했더라도 벌써 복구하고 남았겠지만 애석하게 지역사회는 물론이고 거대한 예산을 동원할 수 있는 국가도 마음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누구나 두려워하는 방사능 때문이었다.

9년이 지났지만, 분열하던 핵연료가 부서진 핵발전소 안에 현재 어떤 상태로 방치돼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파괴된 압력용기, 20센티미터 두께 이상의 강철 보일러 아래 뭉쳐 있을 거라 짐작하는 핵연료는 몇 차례 접근한 최첨단 로봇들을 여지없이 파손했다. 여전히 분열하면서 방출하는 방사선량이 막대한 탓일 텐데, 아베 총리는 올림픽 개최로 그 일대의 부흥을 꿈꾼다. 하지만 진정성 있는 후쿠시마 주민들은 눈물로 호소한다. 방사능이 잠잠해질 때까지 안전을 철저히 관리하며 사람이든 자연이든 들쑤시지 말라고, 부흥 운운하며 방사능 지대에 풍파를 일으키지 말라고.

일단 핵분열이 시작되면 핵연료에 반드시 포함되는 플루토늄은 인류가 만든 최악의 독성물질이다. 플루토늄 1킬로그램에서 방출하는 방사능으로 60억 명을 폐암에 들게 만들 정도라고 전문가는 경계한다. 그 플루토늄은 방사선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기간, 다시 말해 반감기가 2만4000년이다. 그 플루토늄은 부서진 핵발전소 안에 수 톤 이상 존재하고, 폭발 초기 상당한 양이 후쿠시마 앞바다로 흘러들었을 거라 전문가는 짐작한다. 지금도 적지 않게 주변 바다와 지하수로 스며들 것으로 추측하는데, 부흥을 알리겠다는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 선수촌 식당의 식자재로 후쿠시마 앞바다의 해산물과 후쿠시마 주변의 농산물을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2013년 4월 17일 국제 원자력 기구 전문가들이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4호기를 검토하고 있다. (사진 출처 = Flickr)

후쿠시마 앞바다에 플루토늄만 흘러든 게 아니다. 수십 종류의 방사성 물질을 내놓았고, 지금도 걷잡을 수 없이 나올 텐데, 반감기는 제각각이다. 태평양으로 희석되는 후쿠시마 앞바다만이 아니다. 폭발과 동시에 후쿠시마 일원 반경 30킬로미터를 위험지대로 만든 다양한 방사성 물질은 아직도 제거하지 못했다. 막대한 비용을 들이며 사람 거주지역을 겨우 닦았어도 숲이나 지하수는 어쩌지 못했는데, 일본 정부는 먹어도 괜찮다고 주장한다. 기준치 이하라고 강변하면서.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구내에 막연히 저장하던 오염수를 태평양으로 이어진 후쿠시마 앞바다로 방류하겠다고 서두른다. 태평양에 희석되면 더욱 안전해질까?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 아무리 걸러도 남는 삼중수소의 반감기는 12.3년이다. 수소는 생명체의 기본 원소다. 삼중수소가 몸에 들어간 생명체는 먹이사슬을 거치며 태평양의 해산물에 농축될 것이다. 물론 다른 방사성 물질도 마찬가지다. 미 정부는 자국 낚시꾼에게 일찌감치 참치를 먹지 말라고 당부했는데, 방류 이후 태평양은 얼마나 오염될까? 일본과 가까운 바다를 공유하는 우리나라가 특히 문제다.

러시아를 비롯해 몇 국가는 일본 수출품에 방사능이 검출돼 거듭 되돌려 보냈다고 한다. 우리는 후쿠시마에서 폐기된 자동차 타이어를 수입해 시멘트를 생산하는 데 사용했다. 그 사실을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에서 2015년에 고발한 최병성 목사는 당시 멀쩡한 아파트에서 방사능 계측기가 위험을 알렸다고 밝혔다. 한일 무역 갈등 이후 수입이 격감한 일본 맥주는 제조할 때 후쿠시마 주변 논에서 생산한 쌀을 포함했다고 일본 소식통이 전한 적 있다. 이제 피할 수 있어 다행인데,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해산물과 농산물을 올림픽 출전 선수와 임원에게 대접하겠다 벼르면서 부흥을 홍보한다. 손님에게 독이 든 음식을? 우리는 물론 일본 조상도 격노할 텐데, 우리는 덥석 받아야 하나?

폭발 35년이 되는 체르노빌 핵발전소는 어떤가? 반경 30킬로미터는 여전히 민간인 통제구역이다. 일본은 어떤가? 폭발 직후 거주를 통제했던 지역을 점점 줄여 나간다. 반경 20킬로미터 이내로 줄이더니 위험 지역 복판에서 올림픽 성화를 들고 뛰겠다고 자랑한다. 방사능이 일본의 부흥을 보장한다는 겐가?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일원의 연간 방사능 피폭 기준치를 1밀리시버트에서 20배로 완화했다. 정부가 부흥을 외치면 방사성 물질은 방사능 배출을 느닷없이 줄이는 게 아니다. 위험성이 줄어들지 않았건만 기준치를 완화하며 손님을 초대하려고 든다.

최근 일본 정부는 우리의 투명한 코로나19 감염자 수치를 들먹이며 방문을 가로막았다. 코로나19 창궐에 부적절하게 대응하는 일본의 적반하장은 도쿄올림픽 때문이라는 걸 누가 모르겠는가! 한데 일본을 비롯해 감당하지 못하게 늘어나는 세계 곳곳의 감염자 때문에 도쿄올림픽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코로나19 탓이라며 방역 전문가들은 아쉬워하지만, 방사능 때문에 도쿄올림픽은 누구라도 마땅히 거부해야 옳다. 바꾼 기준치와 무관하게 후쿠시마의 방사능은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므로.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 환경연구소 소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박병상 editor@catholicnews.co.kr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의 기사는 영리 목적이 아니라면 누구나 출처를 밝히고 무료로 가져다 쓸 수 있습니다.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만평·포토에세이

1 2 3
set_P1
default_side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