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부처 닮은 석모상. ⓒ박춘식

온몸으로 기도하는 억새

- 닐숨 박춘식

 

 

바람이, 함께 기도할 도반을 찾는다면

어쩌면 사람 손바닥 같은

어쩌면 찢어진 깃발 같은

억새입니다

 

시인이 사는 골짜기에 바람이 자주 찾아오는 까닭은

부처 닮았다는 성모님 석상과

그 옆에 서 있는 하얀 억새 때문입니다

억새가, 령시인과 더불어

천의(天意)를 품에 안으신 마리아님에게

찬미 노래를 온몸으로 부르기 때문입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의 미발표 시(2020년 3월 23일 월요일)

 

성모님 석상을 보는 사람마다 부처 닮았다고 합니다. 그럴 만한 이유는 평생 부처를 만들어 오던 분이 성모님 석상을 부탁받아 만들었는데, 주문한 사람이 맘에 안 든다고 그냥 세워 두었고, 제가 시골로 이사하면서 모셔 온 석상이기 때문입니다. 보는 사람마다 부처 닮았다고 하여 내심 기분이 좋았던 이유는, 성모님은 불자들의 어머니이기도 하다는 제 마음 때문입니다. 성모님 발 아래 많은 억새가 있는데 그중 한 포기가 성모님 옆에 있어서 내내 바라보고 고맙게 여겼고, 억새와 함께 시인도 빛살기도를 많이 바쳤습니다. 3월 25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이 지나면 새로운 억새에게 자리를 물려주는지 기다려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다음 날 즉 3월 26일은 안중근 토마스 의사께서 하늘나라로 가신 날임을 기억해 주십사 하는 당부입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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