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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하나되는 지구촌

기사승인 2020.03.27  11:2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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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떼제에서 만난 나 그리고 청년들]

코로나19 사태에 직면한 청년 프리랜서의 삶

지난 칼럼을 쓴 2월 중순 때만 해도 지역사회 감염이 완전히 시작되기 전이었다. 확진자가 급증하자 여러 종교단체와 더불어 한국 천주교회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미사까지 전면 중지했다. 그리고 감염 위험이 높은 전국 유치원 및 초중고등학교의 개학 또한 여러 차례 미뤄지고 있다. 

이러한 시기는 나같이 안정된 직장에 고용된 것이 아닌 프리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겐 가장 어렵고 힘든 시간이다. 그중에서도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공연이나 강의를 하는 직종은 더더욱 어렵다. 작년에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많은 행사가 취소됐었다. 올해의 코로나19는 더군다나 사람 간의 감염이니, 여러 사람과 대면해서 진행하는 그룹레슨도 할 수가 없다. 여러 연습실들이 무기한 사용중지되어 쓸 수 없게 되었고 정부의 지침을 따르기 위해서라도 모든 일정을 중단해야 했다. 

다행히 그동안 바쁘게 지냈던 나에게 이번 겨울 동안에는 충분한 휴식을 주기로 했던 터라 많은 스케줄을 잡지 않아서 처음에는 큰 타격이 없었다. 다만 2월 초에는 전염병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해 학위수여식이 취소되어,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

지난달부터 성남아트센터에서 새로 진행하려던 수업과 본당 내의 오카리나 동아리의 시작이 2월부터 무기한으로 연기되면서 계속 미뤄지고 있고, 개학도 미뤄지면서 한 달 넘게 완전 백수가 되었다. 그리고 어딜 다니든, 마스크를 항상 써야 하는 불편함과 마스크 구매, 그리고 사용한 마스크의 엄청난 쓰레기 양이 지구온난화의 한몫을 할 거라는 심리적 부담 또한 늘었다.

그러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기를 즐기고 있는 부분도 있다. 재의 수요일부터 미사를 갈 수 없게 되자 TV로 가족들이 함께 모여 매일 미사를 드리고 있다. 이전에도 종종 매일 미사를 드렸지만 지금처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사순시기에 가족들이 매일매일 다 같이 드린 적은 없었다. 하루에 여러 차례 같이 모여 식사하고, 기도하고 미사 드리는 단순하고 소박한 삶의 패턴을 반복하는 것이 묘하게 안정감을 준다. 또 항상 바빠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던 여러 지인의 가족사진, 브이로그를 볼 때도 두고두고 좋은 추억이 될 거란 생각을 한다.

물론 긍정적이지만은 않아 언제까지 지금처럼 백수로 지내야 하나 하는 걱정으로 강박증과 스트레스가 오기도 하고, ‘백수가 과로사 한다’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오카리나 연주, 녹음, 편집, 유튜브 업로딩 등의 여러 작업과 공부로 지루할 틈 없이 바쁘게 지내고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시작, 혼란 속의 유럽

팬데믹(대유행)이 시작되기 전, 우리나라에서 확진자가 늘어갈 때, 세계 곳곳에서 떼제 친구들의 안부 인사를 받았다. 대부분 ‘뉴스를 통해 들었는데 한국에 확진자가 많이 나왔다는데 괜찮냐’며 나와 가족들의 안부를 물어 왔다. 그러면 나는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으로 자의로 집에서 격리 중이지만 괜찮고, 다만 많은 행사나 일정이 취소되고 개학이 연기되어 무직자가 되어서 쉬고 있다고 답했다. 

그렇게 우리나라가 전 세계의 집중을 받고 있을 때에, 나는 자연스레 떼제 공동체가 걱정되었었다. 항상 젊은이가 많이 모이는 곳이고 특히나 사순시기, 부활 전후로는 4000명가량이 모이는데 코로나19가 유럽에도 곧 돌 것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과 미국에서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면서 결국 WHO에서도 코로나 팬데믹을 인정했으며 하루하루 무섭게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를 걱정하던 유럽은 지금 초긴장 상태로 국경을 막고 ‘외출금지령’ 등으로 우리보다 강경하게 대응하며, 코로나 확산을 막으려 필사적인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제는 내가 친구들에게 안부와 위로의 연락을 하고 있다.

떼제 공동체가 있는 프랑스도 여러 차례 정부 지침이 내렸고, 떼제 공동체는 정부 협조 차원에서 방문객을 받지 않는 것에서부터 상주하던 봉사자들마저 집으로 돌려보내고 수사님들도 여러 곳으로 나누어 생활하고 계신다. 떼제 공동체에서도 처음으로 방문객 없이 특별하게 맞는 사순이라고 한다. 전 세계가 아주 특별한 봄, 사순을 맞이하고 있다.

떼제 수사들이 코로나 확산 방지로 나뉘어 기도하는 모습. (이미지 출처 = 떼제 페이스북)

떼제 공동체의 사순시기와 성주간

항상 사순시기가 되면 떼제의 사순시기가 그리웠다. 떼제 공동체에서 사순시기와 부활을 두 번 맞으면서 공동체 안에서 맞이하는 풍성하고 생활과 밀접히 연결되어 체감하는 전례에 푹 젖어 있었던 그 시간들이 참 그립다. 

성금요일에 몇천 명이 각자 할 일을 하다가, 걷다가도 3시에 울리는 벨소리에 모든 일을 멈추고 그 자리에 서서 약 5분간 예수님의 죽음을 묵상하던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도 충격적이었던 첫 성목요일의 세족례를 잊을 수 없다.

저녁기도에 수사님들이 갑자기 여느 때와는 다르게 양동이와 스펀지를 들고 성당 곳곳으로 흩어지셨다. 원장 수사님께서는 연로한 형제 수사님들을, 다른 건강한 100명 안 되는 수사님들은 각자 흩어져 성당 안의 모든 3000-4000명의 사람들의 발을 씻기시는 것이었다. 전혀 모르고 있다가 충격을 금치 못하고 지켜보니 대부분이 나와 같이 당황한 반응으로 한 쪽 신발을 벗고 양말을 벗었다. 그리고 하얀 수도복을 입으신 수사님께서 다가와 무릎을 꿇고 앉으셔서 양동이에서 스펀지로 물을 묻히고 짠 뒤에 발을 정성껏 닦으셨다.

내 순서가 되어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으로 발을 수사님께 내어 드려 그분이 닦아 주셨을 때 밀려오던 감동과 벅찬 눈물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세족례야 많이 봐 왔지만 이렇게 예고 없이 모두에게 세족례를 베푼다는 것은 상상해 보지 않아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감동스러웠고, 성서 속으로 들어간 것 같은 느낌과 함께 그 모습이 눈물 나게 아름다웠다. 그리고 다음 해에는 수사님 곁에서 봉사자로서 양동이를 들고 따라다니면서 그 아름다운 현장을 다시금 보면서 또 한 번 기쁨과 감격을 느꼈다.

떼제에서는 세 번의 공동 기도 때에 주로 찬양을 부르는데, 사순시기에는 ‘알렐루야’가 들어간 노래를 부르면 안 되기 때문에 특별히 선창 봉사자들이 주의하며 자제하다가 부활이 되어 기쁜 노래를 수천  명이 다 같이 부를 때의 그 큰 감동과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부활을 기념하는 촛불 기도 중인 세계 각국의 청년들. (이미지 출처 = Wikimedia commons)

2020년의 성주간과 부활

그렇게 아름답고 풍성한 전례가 있는 떼제 공동체도 2020년 성주간과 부활은 아주 다른 모습으로, 초기 공동체의 모습처럼 소박하고 조촐하게 보내게 될 것이다. 온 세계가 코로나로 혼란스럽고 어려운 지금이 흩어지고 갈라진 종교계에서도 다 같이 합심하여 공동 지향을 두고 한마음으로 기도할 수 있을 때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 팬데믹의 경험이 분열이 아닌 더 큰 하나됨의 기억으로 공유되길 바란다

페이스북에서 진행하는 떼제 공동체의 저녁기도 라이브 스트리밍. (이미지 출처 = 떼제 페이스북)

떼제 공동체는 함께 드리는 저녁기도를 대신해서 라이브로 매일 저녁기도를 스트리밍하여 전 세계의 많은 사람이 함께 기도하고 있다. 어제 저녁 8시에는 교황님의 초대로 주님의 기도를 모든 그리스도인과 함께 바쳤는데 이와 같은 아름다운 일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우리에게 큰 시련을 주고 있는 코로나19가 역설적으로 우리를 더 기도하고 하나로 모이게 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보며, 2020년도의 사순은 오래도록 특별하게 기억될 것이다. 2021년에는 젊은이들이 다시 아름다운 봄에 떼제에서 기쁜 부활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

 

유혜진(마리아)
MaryU(메리유)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오카리나 연주자이자 강사. 공연기획 및 진행, 영어 통•번역 일도 하고 있으며 떼제 기도모임에서 선창과 솔리스트를 맡고 있다.
대학에서 영어영문학, 사회복지학, 실용음악학(오카리나)을 전공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유혜진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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