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시기 생태적 단식’ 실천기(사순 제4주간 3.23-28)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기자들이 생태적 단식을 실천합니다.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사순시기를 맞아 지구를 위한 생태적 단식을 제안했습니다. 생태환경위가 제시한 실천 사항에 맞춰 김수나, 배선영 기자의 실천 체험기를 싣습니다.

1. 재의 수요일(2.26-29) : 불필요한 소비하지 않기
2. 사순 제1주간(3.2-7) : 일회용(플라스틱) 제품 단식
3. 사순 제2주간(3.9-14) : 전기사용량 줄이기
4. 사순 제3주간(3.16-21) : 육류 소비를 줄이고 채식하기
5. 사순 제4주간(3.23-28) : 전등 끄고 촛불 기도하기
6. 사순 제5주간(3.30-4.4) : 종이 단식
7. 성주간(4.6-11) : 생태계 회복을 위한 회개와 투신

 

가장 어려웠다

내 자신의 안위를 위한 기도는 결국 지구를 위한 기도와 연결돼 있음을 깨닫는다. ⓒ김수나 기자

‘전등 끄고 촛불 기도하기’는 이번 사순시기 생태적 단식 실천 가운데 가장 어려웠다. 고백하자면 촛불은 1번밖에 못 켰다. 실천기가 점점 반성문이 돼 가는 이 기분이란. 이번 주는 그저 나 자신과 가족, 가끔 지인을 위한 기도밖에는 할 줄 모르는 나에게 ‘기도란 무엇인가’를 묻는 계기가 됐다.

능력만큼 벌어서 원하는 대로 소비하는 것이 미덕인 우리 시대에서 나 또한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살진 않았는지. 비싸고 좋은 것을 많이 소비하는 것이 존재의 가치를 높인다는 생각에서 나는 얼마나 자유로운지. 지구와 뭇 생명을 위한 기도를 내 자신의 안위를 위한 기도의 절반만큼이라도 절실히 바칠 수 있는지. 5주차 실천을 하면서 나의 모든 것, 내뱉는 한숨과 발걸음 하나까지도 세상과 연결돼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결국 지구를 위한 기도는 나를 위한 기도와 다르지 않음을 말이다.

성서의 창세기는 하느님의 모습대로 만들어진 사람이 피조물 가운데 가장 으뜸이며 하느님은 그런 사람에게 땅을 지배하고 온갖 생물을 다스리라고 명한다. 으뜸이란 것은 상하나 존재 가치의 경중이 아닌 하느님 모상으로서의 책임감을 뜻한다. 또 다스린다는 것은 사람이 자신만을 위해 자연을 지배하고 이용하라는 것이 아닌 하느님 뜻에 맞게 이 세상을 돌보고 창조질서를 보존하라는 뜻이라고 한다. 기도의 지평을 넓혀야겠다.

김수나 기자

 

감사 일기

불 꺼진 방에서 촛불을 켜고 그날의 감사한 일을 떠올렸다. ⓒ배선영 기자

같이 사는 사람을 설득하지 못해서 집 안의 전등을 다 끌 수는 없었다. 이미 불이 꺼져 있는 방에 들어가 촛불을 켰다. 하루는 감사할 것을 떠올리며 기도했다. 그 감사 일기를 쓴 것으로 이번 실천기를 대신한다.

1. 추위에 유독 약한 편이라 점점 따뜻해지고 있는 날씨에 감사합니다.
2. 엄마가 챙겨 준 반찬으로 밥을 먹으며, 엄마와 건강한 밥상에 감사합니다.
3. 육체적으로 고된 일을 하는 동거인이 다치지 않고 무사히 집에 돌아온 것에 감사합니다. 
4. 바쁘단 핑계로 별로 신경도 못 썼는데, 여전히 잘 있는 고무나무를 보며 감사합니다.
5. 얼갈이를 넣고 된장국을 끓였습니다. 몸에 좋은 얼갈이를 준 자연과 농부에게 감사합니다.

배선영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