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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지옥’ 뉴욕에서 벗님들께 보내는 세 번째 편지

기사승인 2020.04.03  12:4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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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존경하는 벗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코로나 지옥' 뉴욕에서 세 번째 소식을 전합니다. 오늘 전 세계 코로나 확진자가 백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사망자도 5만 명을 훌쩍 넘겼습니다. 미국은 세계 4분의 1에 해당하는 25만 명이지만 하루 2-3만 명씩 증가하는 것을 보면 세계 코로나 환자의 절반 이상 차지할 것이 분명합니다. 미국 확진자 절반을 차지하는 뉴욕 주 코오모 주지사는 전망을 묻는 질문에 “아무도 모른다”고 대답합니다. 다만 전문가 말을 인용 5월 말을 정점으로 올해 내내 계속될 것이라고 합니다. 뉴욕의 명물 센트럴파크와 각 대학 캠퍼스와 스타디움에도 야전병원이 세워지고 있습니다. 곳곳마다 드라이브스루 검사소가 세워졌지만 검사 희망자들이 밀려들자 며칠 전부터는 예약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더욱 절망적 현실은 의료체계 붕괴입니다. 대부분 가정의나 전문의들이 문을 닫았습니다. 또 정부에서는 아주 긴급한 경우가 아니면 911(한국의 112나 119) 사용을 금하라고 권합니다. 종합병원 응급실 사용도 자제하라는 것입니다. 각 병원에서는 심폐소생술을 중단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있습니다. 어차피 소생해도 산소호흡기가 부족하다는 이유입니다. 즉 죽을 위험 있는 환자는 내버려 두고 생존가능성 높은 환자에 집중하라는 것입니다. 오늘 가까운 지인 2명이 코로나에 감염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평소 강인한 K여사는 목사인 아들에게 전염됐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러나 입원하지 않고 집에서 한약과 증세에 따른 약으로 자가 치료 중입니다. 다행히 며느리가 의사라 약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모양입니다. 한인동포 중에도 사망자들이 여럿 나왔습니다. 많은 사람이 코로나 증상에도 위급하지 않으면 병원이 받아주지 않아 코로나 확진자 몇 배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는 어느 의사의 말입니다. 사실 병실이 태부족이라 경증환자까지 치료할 여력이 없긴 합니다.

저는 오늘 두 가지 충격적 경험을 했습니다. 집에만 있을 수 없어 기도드리러 해변에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어머님께서 잠든 공동묘지를 찾았습니다. 곳곳에 매장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보통 같으면 긴 차량행렬이 묘지에 옵니다. 오늘은 모두 가족들만으로 몇 대 안되는 행렬입니다. 그보다 저를 놀라게 한 것은 묘지 인부들입니다. 모두 TV에서나 본 코로나 의료진처럼 우주복 같은 차림으로 작업을 합니다. 우주에 온 것처럼 생경한 광경이었습니다. 설마 관에 있는 사자(死者)에게 전염될 것을 염려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관식 참석한 사람들을 경계하는 것입니다. 

집에 오는 길에 몇 가지 식품을 사러 한인마켓에 들렀습니다. 넓은 주차장이 있는 H마켓 문 앞에는 주차장까지 길게 카트를 밀고 손님들이 2미터 간격으로 줄지어 있습니다. 20분 만에 간신히 입장하니 맙소사, 8개 계산대 중 1곳만 열려 있어 쇼핑한 사람들이 점포를 빙 둘러 기다리고 있습니다. 상점에는 캐셔 모집한다는 영어 포스터가 붙어 있습니다. 캐셔들이 공포에 질려 대부분 그만둔 것입니다. 저는 아무래도 한 시간 이상 걸릴 것 같아 쇼핑을 포기했습니다. 어릴 때 겪은 6.25 전쟁은 뭐가 뭔지 모르고 경험했지만 이번 바이러스 전쟁은 처음 겪는 충격입니다. “하느님 당신께 부르짖습니다. 죄 많은 인류를 불쌍히 여기소서”

2020년 4월2일 뉴욕에서 장기풍 드림

장기풍(스테파노)
전 <평화신문> 미주지사 주간
2006년 은퇴. 현재 뉴욕에 사는 재미동포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장기풍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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