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존경하는 벗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아직도 환청 속에 들리는 “예수 부활하셨네 알렐루야” 부활성가의 여운이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은 세월호 참사 6주기이기도 합니다. 해마다 뉴욕동포들이 추도식을 했지만 올해는 각자 같은 시간에 묵념하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뉴욕은 참으로 ‘슬픈 부활’ 축제기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마치 인간들의 부활축제를 조롱하듯 코로나 바이러스의 ‘뉴욕 축제‘는 지금 절정에 달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인구 3분의1에 불과한 뉴욕주 공식 확진자는 16일 21만 4000명을 넘었고 검사도 못 받고 집에 누워 있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환자들은 최대 10배를 넘을 것이라는 의사들의 이야기입니다. 뉴욕주 사망자도 1만 2000명을 훌쩍 넘었습니다. 

제가 사는 롱아일랜드 낫소 카운티 인구는 135만입니다. 면적은 서울의 2배지만 농장과 골프장이 흩어진 외곽의 시골 카운티입니다. 저의 마을은 인도, 중국, 한국인, 백인과 흑인들이 공존하는 구역입니다. 부자동네와 서민동네가 구분된 이 작은 인구 카운티 코로나 환자가 2만 7000명에 달하고 사망자도 1300명을 돌파했습니다. 이나마도 코로나 검사 미실시자로 자택격리 중 사망한 3700여 명은 제외된 것입니다. 이제는 반가운 이웃과도 멀리서 손만 흔들고 인사도 하지 못합니다. 단골로 다니던 세븐일레븐, 던킨 도너츠, 델리가게는 아예 문을 닫았습니다. 한국마켓도 연이어 환자가 발생하자 열흘 째 휴업 중입니다. 특히 양로원, 요양원 집단발병으로 노인들이 많이 사망했습니다. 한 요양원에서는 한인노인 15명이 집단 사망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설상가상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주지사 사이의 의견대립도 심각합니다. 최근 며칠 급증하던 확진자가 약간 줄자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는 악영향을 우려해 증권시장 폭락과 경제공황을 막기 위해 5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하겠다는 입장이고, 주지사와 전문가들은 무슨 소리냐고 펄쩍 뛰고 있습니다. 연방국가 미국에서 주민들의 외출을 통제할 권리는 주지사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주지사의 권한을 뛰어넘어 고집을 피우는 것입니다. 주지사들이 월권이라고 항의하는 이유입니다. 트럼프에게 코로나의 성공적 대처로 총선에서 압승한 문재인 정부의 교훈을 들려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트럼프는 사업가답게 모든 것을 '돈과 표'로 연결하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코로나 전쟁 중에도 많은 미담이 생겨납니다. 뉴욕 한인사회도 “힘을 합쳐 코로나를 물리치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많은 착한 사마리아인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입니다. 여러 개인과 한인단체들이 코로나로 집에 갇혀 식료품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과 노인들을 위해 식료품을 대신 구입해 주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와중에 노동하고 주급도 못 받는 서류미비 이민자들은 정부의 생활보조금 혜택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에 당장 생계가 막막합니다. 또 곳곳에서 마스크 보내기 운동도 펼쳐지고 있습니다. 한국 여성과 결혼한 미국 남편이 아내를 따라 재봉틀을 배워 마스크를 손수 만드는 장면도 보도되었습니다. 한인 상대로 영업하는 보험회사와 기업들도 성금을 보내옵니다. 이번 주부터는 미국정부에서 지급하는 긴급지원 자금이 입금되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부부의 경우 2400불이 나옵니다. 아직 수령하지는 못했지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개신교에서도 아주 작은 교회들이 봉사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대학건물 지하에서 신자들 소수와 예배드리는 어느 작은 교회 목사는 노동으로 번 돈으로 더 가난한 사람을 위해 드러내지 않고 봉사하고 있으며, 나눔의 집 등에서 사역하는 이들도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숨어서 어려움에 빠진 이웃들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소돔과 고모라에서 "의인 열 사람이 있어도 멸하지 않겠다“고 하신 야훼 하느님의 약속 말씀이 생각납니다. 이러한 ‘착한 사마리아인’들의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큰 폭풍으로 변해 코로나 바이러스를 몽땅 날려 보내는 날이 속히 오기를 바랄 뿐입니다. 다시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20년 4월16일

뉴욕에서 장기풍 드림

장기풍(스테파노)
전 <평화신문> 미주지사 주간
2006년 은퇴. 현재 뉴욕에 사는 재미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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