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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를 확충하는 뉴딜은 어떨까

기사승인 2020.04.23  13:5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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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비평 - 박병상]

까치 소리가 시끄럽다고 아파트단지 사이 보행길의 잎갈나무들을 중간 높이로 싹둑 잘라낸 곳이 있었다. 인천시 연수구의 많은 아파트단지 가운데 소득 수준이 가장 높다고 부동산 업자가 평가하는 곳인데, 터전이 훼손되자 까치들이 방황했는지 전에 없이 많은 배설물을 보행길에 쏟아냈다. 계절이 바뀌어도 제 자리를 지키며 물려받은 습성대로 소통하는 까치들이 요즘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그렇다고 까치가 시끄러운가? 보행로를 함부로 내달리는 배달 오토바이들보다 시끄러울까?

우연의 일치일 테지만, 그 아파트단지에서 언론을 한동안 장식한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어떤 인터넷 커뮤니티의 사냥 명령을 받고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를 유인한 부유층 소녀의 살인이었다. 옛날 사람이라 그런가? 까치 소리가 크면 공부에 대한 집중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 한데 요즘 학생들은 거리와 대중교통은 물론이고 집에 들어와도 스마트폰과 연결된 이어폰을 여간해서 제 몸에서 떼어내지 않는다. 이웃과 소통하는 걸 불편해 하는 청소년들은 어떤 소리를 아름답게 여길지 궁금하다. 

1992년 미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폭동에서 한 청소년이 방송 카메라 앞에서 자랑했다. 소리만 들어도 어떤 소총인지 잘 안다고. 그 뉴스를 본 한 환경운동가는 개탄했다고 자신의 책에서 말했다. “노랫소리를 듣고 무슨 새인지 알아야 하는 청소년이 아닌가!” 그이는 점점 삭막해지는 청소년들에게 생태적 감수성을 심어 주기 위해 숲으로 데리고 가자고 부모에게 제안했다. 경쟁과 승리를 요구하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구하자고 독자를 선동했다. 

여름철 매미 소리는 도시에서 더욱 맹렬하다. 밤에도 목청을 높이는 건 주위가 지나치게 밝고 시끄럽기 때문일 텐데, 연수구의 한 아파트는 겉보기 멀쩡한 나무들을 우수수 베어냈다. 수종갱신이라 둘러댔지만, 매미 유충인 굼벵이를 제거할 요량이었겠지. 하지만 갱신해 심은 나무도 마다하지 않았는지 매미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는데, 그 아파트단지 학생의 수능점수가 다른 아파트보다 낮았을까? 알 수 없는데, 맹꽁이가 시끄럽다고 장마철에 석유를 들이부었는지 그 아파트의 습지 근처를 지날 때마다 한동안 악취가 코를 찔렀던 기억이 있다. 

나뭇가지를 다 잘라 까치집만 남았다. 이런 집에 알을 낳고 새끼 기르고 싶은 까치가 있을까. ⓒ박병상

 

요즘 도시마다 가로수 가지치기가 한창이다. 나무에 대한 상식이 없어 참견할 엄두를 낼 수 없지만, 굵은 가지 둘 셋을 간신히 남긴 그 가로수는 제 수명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을까? 담당 공무원도 전문가일 텐데, 설마 죽을 정도로 바싹 자르지 않겠지. 하지만 보행자들은 이번 여름의 뙤약볕을 피하지 못할 게 분명하겠다. 유럽의 유서 깊은 도시에서 본 가로수는 같은 종류였다. 그 가로수들은 터널처럼 보행자도로를 나뭇잎으로 덮고 있었는데, 담당 공무원은 보행자도로를 공원처럼 이용하도록 가지치기를 연구한다고 설명했다. 우리 공무원은 그 방면에 상식이 부족한 걸까? 

가만히 보니 모든 가지를 잃은 어떤 가로수는 까치집만 겨우 남겼다. 도시에 새끼를 노리는 천적은 드물겠지만, 사람들의 시선에 그대로 노출된 나무에 알을 낳고 부화한 새끼를 키우고 싶은 까치가 있을까? 새와 짐승 대부분이 그렇지 않으니 까치도 마찬가지일 텐데, 자신의 편의를 기준으로 자연을 함부로 재단하는 사람은 편의와 탐욕을 위해 오랜 생태계를 허물어 버렸고, 그만 코로나19를 맞았다.

코로나19 내습으로 일자리와 경기가 위축되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대통령은 “한국형 뉴딜”을 추진하겠다고 최근 천명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한데 정부는 어떤 사업으로 일자리 50만 개를 창출하려 고민할까? 아직 구체적으로 구상한 내용은 없는 모양인데, 변형이 빈번한 코로나바이러스가 다시 창궐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개과천선할 뉴딜은 포함될지 궁금하다. 환경과 생태계도 살리고 일자리를 구현하는 ‘그린뉴딜’을 많은 환경운동가는 제안하는데, 추가하고 싶은 뉴딜이 더 있다.

고속도로와 비행기를 타고 들어오는 코로나19는 생태계가 극단적으로 황폐해진 지역에서 더욱 극성을 부린다. 콘크리트로 점철된 도시가 특히 그런데, 이참에 고속도로를 없애거나 최소화하고 그 자리에 녹지와 습지를 확대하는 뉴딜은 어떨까? 생태계를 파괴하는 공항 계획의 철회는 물론이다. 쓸모를 줄여야 할 기존 공항을 대폭 축소하거나 없애고 그 자리에 농민이 운영하는 전통 유기농단지를 조성하는 뉴딜은 어떨까? 생태적 완충력이 높아지면 코로나 이외의 바이러스도 창궐이 그만큼 억제될 텐데.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 환경연구소 소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박병상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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