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예정의 휘청휘청: 흔들리는 모두에게]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미사가 멈췄다. 전쟁 중에도 이런 적은 없었다. 생각보다 길어지던 코로나19 사태는 이제 언제 중단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조치로 미사를 재개하는 교구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지만 미사를 제외한 모든 모임과 활동은 여전히 중단이다. 하긴, 대한민국에서 고3들의 모의고사마저 취소된 상황이니 한국사회의 얼마나 많은 것이 중단되었는지 실감이 난다. 

미사가 중지되는 초유의 사태를 마주하고 넋을 놓고 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사순이 지나고 있었다. 몇 주 개학이 늦어지는 정도일 줄 알았으나 사태는 갈수록 심각해졌다. 이에 곳곳의 본당 신부님들과 주일학교는 우리에게 주어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아래와 같이 교리를 이어 가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일학교판 온라인 개학이다. 조심스럽게 미사가 시작되는 분위기이나 본당 공동체 활동이 정상화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1 유튜버형

바야흐로 유튜브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교구, 본당 등에서 하나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던 중이었다. 몇몇 교구와 본당에서 유튜브에 교리, 청소년 혹은 청년들을 위한 강론들이 올라오고 있다. 

부산교구 청소년 사목국 유튜브 화면. (이미지 출처 = 유튜브 갈무리)

#2 화상회의형

교리가 진행되던 시간에 줌(Zoom) 등의 화상회의 플랫폼에서 교리가 진행되는 소식도 가톨릭 매체들에서 소개되고 있다. 

#3 SNS형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서 복음 나눔, 간단한 교리 상식 퀴즈 등을 여는 본당들의 이야기가 많이 들려온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SNS를 통한 이벤트들도 눈에 띈다. 가령 릴레이 복음쓰기, 카드뉴스로 만든 이 주의 교리상식, ‘나 우리 성당에서 이런거 해봤다’ 빙고 게임 등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수원교구 별양동 성당 중고등부 인스타그램. (이미지 출처 = 별양동 성당 인스타그램 갈무리)

온라인개학을 추진하며 한국 사회는 많은 질문을 마주하였다. 온라인 인프라, 돌봄, 빈부격차, 장애인 학습권, 장애인교사의 수업권 등의 문제들이 그러한 질문들이다. 몇몇 본당의 주일학교 온라인 개학으로 교회도 몇 가지 질문을 만나게 되었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주일학교

미사 중단이 2-3주 정도로 예정되었던 시기에 많은 본당은 학생들과의 카카오톡 단체방(이하 카톡방)을 개설하기 시작했다. 늦어지는 개학을 아쉬워하며 갇혀 지내는 요즘의 일상을 나누고 프로필사진으로 올해 담임선생님과 얼굴을 익혔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카톡을 쓰는 것이 보편적인 일이지만 그것이 '모두' 쓰는 매체는 아니다. 초등부는 우선 불가능한 학년이 대부분이고 중고등부도 중1, 2학년의 경우 아직 스마트폰이 없는 학생들이 있다. 중고등부의 경우 SNS로 이벤트를 진행하려고 보니 중1 학생들은 아직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 가입이 불가했다. 주일학교 학생이 되고자 하는 청소년들은 정해진 시간에 성당에 오기만 하면 되었는데 갑자기 어떤 도구가 없으면 참여조차 불가해진 것이다. 어쩔 수 없다고는 하나 그러한 이유로 배제되는 경험이 자칫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장애학생을 맞이할 준비가 충분치 못하다는 뼈아픈 깨달음

발달장애 학생들은 사실상 온라인만으로 이루어지는 교리수업은 불가능하다. 현재 필자의 본당 중고등부 주일학교에서도 온라인 개학을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해 보았었고 발달장애 학생이 있어 그 학생과의 소통을 담임의 입장에서 수 일, 수 주일을 고민했다. 전문가들이 모여 학교의 온라인개학을 준비하면서도 이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는데 주일학교라고 뾰족한 수가 있을 리 만무하다. 장애인주일학교도 없고 장애, 비장애 학생이 함께 지내는 주일학교도 아닌 본당이라면 미사와 교리가 중단된 이 시기에 그들을 위한 신앙교육을 누가 고민하고 있을까. 

모든 본당의 주일학교에서 운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발달장애 청소년들을 위한 장애인주일학교가 운영되는 곳들도 있다. 배움과 어울림의 기회가 더 희소한 것은 교회에 한해서는 시각 혹은 청각 장애가 있는 청소년인지도 모른다. 얼마 전 수원교구 장애인사목위원회 전담 신부님은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수어가 제1언어인 신자들이 그 어떤 성삼일보다도 거룩하게 보내 기뻐했다는 말씀을 전하였다. 내용은 이러하다. 코로나19로 전국의 미사가 중단되면서 <가톨릭평화방송>, 각 교구 유튜브 채널 등으로 평일미사와 매일미사를 방영했다. 유례없이 높은 시청률이었을 것이다. 이용자가 많아지니 청각장애인 접근권에 대해 누군가 지적한 듯하다. 수어통역, 자막 등이 미사 중계에 도입되었다. 

청각장애인 성당은 서울과 인천에만 있고 넓은 수원교구 안에 수어통역이 제공되는 거점본당은 단 6곳. 다른 교구라고 이보다 나은 사정일 리 없다. 미사에 참례해도 그저 앉아만 있다 와야 했던 청각장애인 신자들은 거의 처음으로 다른 신자들과 동시에 언어를 공유하는 성삼일 미사를 드린 것이다. 미사도 청각장애인들의 접근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던 실정인데 주일학교라고 사정이 나았을  리가 없다. 장애인주일학교도 발달장애 청소년을 중심으로 운영되기에 발달장애가 아닌 장애가 있는 청소년들은 그 사이 어딘가에서 예수님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을 것이다. 

온라인으로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요 몇 달, 우리는 온라인의 편리함이 아니라 얼굴을 마주보고 짓던 미소의 소중함을 절감하고 있다. 가끔은 가기 귀찮던 주일미사가 못 가게 되니 절절하게 가고 싶어진다. 이토록 간절히 성당에 가고 싶던 적이 있었던가 싶다. 영적 목마름을 몸소 경험하고 있다. 하루빨리 성당 문이 열리기를 바랐던 우리의 신앙생활은 코로나 이전과 다를 것이다.

잠시 멈춰 숨을 고르는 이 시기에 우리가 직면한 고민을 잘 풀어내어 다시 교리실 문이 열리는 날, 더 많은 청소년이 걸음 하는 주일학교로 거듭나길 바란다.

장예정(소피아)

천주교인권위원회에서 인권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본당에서 청소년들을 만납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