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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지옥’ 뉴욕에서 벗님들께 보내는 아홉 번째 편지

기사승인 2020.04.27  16: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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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존경하는 벗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조국 대한민국에서는 코로나가 대부분 진정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듣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교회 문도 활짝 열린다니 기쁘고 부럽습니다. 

며칠 전 뉴욕에서 ‘뉴욕 여걸’이란 별명을 가진 85세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40년 전 미국에 건너와 맨하탄 노점상부터 시작해 억척같이 고생하면서 비즈니스를 크게 일으키신 분입니다. 평소 많은 이를 남몰래 도와주고 딱한 일을 보면 가만 있지 못하는 분으로 저도 그분 생전에 정신적으로 많은 격려를 받았습니다. 코로나로 돌아가신 것은 아니지만 이 와중에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유족들은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임종하는 것도 신부님 포함 10명으로 제한되어 가족들도 모두 지켜보지 못했습니다. 같은 성당 신자가 마침 장의사 사장이라 관은 어찌해 마련했지만 오래전 돌아가신 남편 묘지에 합장하는데 묘지 회사들도 코로나 사망자들이 밀려 3주 후에나 예약할 수 있었습니다. 매일 묘지마다 영구차들이 길게 줄지어 대기하고 있습니다. 묘지 인부들이 한정되어 어쩔 수 없는 현상입니다. 묘지 인근 화장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곳에도 영구차들이 길게 늘어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22일 현재 미국의 코로나 확진자는 85만 명이 넘고 사망자도 5만 명에 이릅니다. 6.25 한국전쟁 미군 전사자는 3만 3668명입니다. 코로나는 불과 두 달 만에 3년 전사자의 1.5배에 달하는 사망자를 냈습니다. 최근 미국 확진자가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매일 3만 명 가까이 증가하고 사망자도 이천 수백 명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참다 못한 미국인들은 빨리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하라고 성화를 부립니다. 미네소타, 미시간, 버지니아 등지에서는 사람들이 총기까지 들고 나와 과격시위를 펼칩니다. 주지사들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반대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해방하라”고 선동하는 모양새입니다. 한편으로는 그들의 생각을 이해합니다. 경제공황이 두려운 것입니다. 사업가 출신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부에서는 인구의 0.00015퍼센트에 불과한 사망자들 때문에 경제가 망해야 하느냐고 주장합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를 빌미로 당분간 미국이민 업무도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미 코로나 발원지 중국 확진자의 10배가 넘는데도 다른 나라에서 들어오는 이민자들을 경계하는 것이 아이러니합니다. 인간의 생명을 숫자와 돈으로 따지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을 보는 것 같아 서글픈 마음입니다.

이런 가운데 뉴욕은 여전히 하루 500명 내외 사망자와 1000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약간 고개를 숙였다고는 하지만 절대 안심할 수 없는 단계입니다. 브롱스의 한 장의사에서는 시신을 모실 관이 없어 주차고에 수십 구의 시신을 자루에 담아 쌓아 놓아 주민신고로 보도되었는데 상황만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관도 없고 묘지도 한 달 가까이 지체되는 상황에서 냉동실을 구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시신을 그렇게 모신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며칠 전 동네 골목에서 자동자 경적소리가 요란해 내다 보니 글쎄, 제가 다니는 성당 주임신부님이 오픈카를 타고 성광을 좌우로 비추며 성체강복을 주고 있습니다. 얼른 성호로 응답하면서 마음의 위로를 받습니다. 신자 없는 성당을 지키면서 거리에 나서는 신부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뉴욕은 코로나 지옥에서 해방되려면 멀었습니다. 다시 소식 전하겠습니다.

2020년 4월22일 
뉴욕에서 장기풍 드림

장기풍(스테파노)
전 <평화신문> 미주지사 주간
2006년 은퇴. 현재 뉴욕에 사는 재미동포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장기풍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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