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코로나-19 확산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성모 성월을 맞았습니다. 전통적으로 바쳐 왔던 묵주기도이지만 이런 시기에 이 기도를 통해 영적으로 마음을 모으자는 내용의 서신이 바티칸으로부터 날아왔습니다. 교황께서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을 향해 보낸 것이었습니다. 

묵주기도의 중요성이 새삼 무게감 있게 다가옵니다. 아시다시피 묵주기도에는 환희의 신비, 빛의 신비, 고통의 신비, 영광의 신비. 이렇게 총 4개의 신비가 있습니다. 그리고 각 신비에는 묵상할 주제가 다섯 개씩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알고 지내는 예레미야란 세례명을 가진 청년으로부터 질문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전까지 저는 별로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인데, 예레미야는 마음을 다해 각 신비를 묵상하며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레미야는 특히 고통의 신비에서 감동을 많이 받는다고 했습니다. 다른 신비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이 표현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전통적으로 화요일과 금요일에 바치는 고통의 신비는 이러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피땀 흘리심을 묵상합시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매 맞으심을 묵상합시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가시관 쓰심을 묵상합시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 지심을 묵상합시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심을 묵상합시다.

고통의 신비. (이미지 출처 = Pixabay)

반면, 보통 월요일과 토요일에 바치는 환희의 신비에서는,

마리아께서 예수님을 잉태하심을 묵상합시다.

마리아께서 엘리사벳을 방문하심을 묵상합시다.

마리아께서 예수님을 낳으심을 묵상합시다.

마리아께서 에수님을 성전에 바치심을 묵상합시다.

마리아께서 예수님을 성전에서 찾으심을 묵상합시다.

 

목요일에 바치는 빛의 신비에서는,

예수님께서 세례 받으심을 묵상합시다.

예수님께서 카나에서 첫 기적을 행사하심을 묵상합시다.

예수님께서 하느님나라를 선포하심을 묵상합시다.

예수님께서 거룩하게 변모하심을 묵상합시다.

예수님께서 성체성사를 세우심을 묵상합시다.

 

수요일과 일요일에 바치는 영광의 신비에서는,

예수님께서 부활하심을 묵상합시다.

예수님께서 승천하심을 묵상합시다.

예수님께서 성령을 보내심을 묵상합시다.

예수님께서 마리아를 하늘에 불러 올리심을 묵상합시다.

예수님께서 마리아께 천상 모후의 관을 씌우심을 묵상합시다.

 

독자분들께서도 고통의 신비가 가지고 있는 특이한 점을 인지하셨을 겁니다. 바로 “우리를 위하여”라는 부연설명이 눈에 띕니다. 예레미야가 고통의 신비를 바칠 때마다 예수님의 희생이 아프기도 하지만 감동을 받는 부분이 바로 여기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어찌하여 고통의 신비에만 “우리를 위하여”란 설명이 붙었는지를 질문해 왔습니다.

답은, 우리나라 교회가 묵주기도의 각 신비를 한국어판으로 통일 제정하였을 때 삽입된 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의도적으로 들어간 표현으로 보입니다. 영어나 프랑스어의 신비에는 이 표현이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통일된 기도문은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 최종 승인한 "가톨릭 기도서"를 따릅니다. 이 기도서에 수록된 “묵주기도” 편에 그렇게 나와 있습니다. 

1997년 "가톨릭 기도서"가 발간될 때 주교회의에서 묵주기도의 각 신비를 정리하여 통일하면서 예수님의 고통과 사랑을 좀 더 깊이 묵상할 수 있도록 삽입한 내용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묵주기도를 통해 우리 신자들이 예수님을 더욱 사랑할 수 있도록 도모한 것이라는 합리적 추측에 이릅니다. 여러분은 어찌 생각하시나요?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