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비평 - 박병상]

비대면이라.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방식의 수업이나 산업을 이야기할 텐데, 한두 번으로 마칠 거라 짐작했던 비대면 수업이 이번 학기 계속될 듯하다. 강의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는지 알기 어렵기만 한 비대면 동영상 수업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자포자기 심정인데,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19’ 대책으로 ‘한국판 뉴딜’을 내세웠고, 내용은 비대면 온라인 방식의 새로운 일상을 구상하는 듯하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비대면으로 일상이 가능하고 그래야 한다는 걸까? 물론 코로나19 원인 바이러스에 대한 거의 완전한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돼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로 제한하겠지만 쉬울 리 없다. 진화된 이래 인간은 비대면으로 산 적이 거의 없다. 결국 사람은 만난다. 물건을 비대면으로 주문해도 배달이 필요한데, 드론이? 고장 잦은 드론의 성능이 개선되고 사용이 간단해져도 하늘에 드론이 많이 다닐수록 우리는 불안해질 것이다. 지금도 취업이 힘든 젊은이들은 허구한 날 드론 수선해야 하나? 해킹은 큰 걱정으로 등극할 텐데. 감시 드론은 우리 일상을 얼마나 목 조를까?

그린뉴딜을 주장하는 환경단체는 전력사업의 개선을 요구한다. 위험하면서 윤리적이지 않은 핵발전이나 화력에서 벗어나 환경을 개선하면서 건강한 일자리도 창출하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 자원으로 전기를 생산한다면 일자리가 최소 서너 배 이상 늘어날 거라 주장한다. 같은 용량의 전기를 생산한다면 일자리가 30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견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 이미 충분한 건 아닐까? 그 정도 전기를 소모하려고 얼마나 많은 자원이 낭비될까? 전기 효율뿐 아니라 소비 감축이 전제되어야 옳지 않을까?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어떤 일상으로 새로워져야 할까? 재생 가능한 전기를 적게 사용하면 제2 제3 코로나19가 창궐해도 능히 견딜까? 코로나19로 많은 공장과 자동차가 멈추자 세계 곳곳의 대기가 맑아졌지만, 확산이 주춤하자 세계 각국은 ‘거리 두기’를 멈추려 한다. 그만큼 우리 일상은 피곤해졌고 호주머니가 피폐해졌다. 코로나19 이후의 일상이 과연 바뀔까?

고통받는 지구. (이미지 출처 = Pixabay)

효율성을 높이려는 산업의 표준화는 거리 두기를 어렵게 만들었다. 비행기와 자동차는 더 많은 도로와 공항을 요구하고 빠른 이동을 촉구한다. 그를 위해 거듭 황폐해진 생태계는 이제 단순화되었다. 특정 생물이 느닷없이 늘어날 여지를 만들었다. 코로나19만이 아니다. 세계 77억 인구가 먹는 음식의 재료는 거의 비슷하다. 이후 세계인의 습관과 환경은 엇비슷하다.

남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생산하려는 경쟁은 표준화로 치닫는다. 표준화로 다양성을 잃은 사회는 경쟁이 치열하다. 패배는 낙오를 뜻한다. 지역에 따라 문화에 따라 농작물과 식품이 다양했던 농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닭과 돼지는 전 세계가 거의 같다. 거리의 상가에 넘치는 바나나는 한 그루나 다름없는 다년생 초본에서 생산해 보급하지만, 곰팡이에 무력하다. 조류독감과 구제역에 대규모로 살처분되는 가축과 다르지 않은 농업은 전염병에 몹시 취약하다. 비대면으로 완화할 수 없다.

기후변화는 생태계의 완충력을 심각하게 파괴했다. 사람의 탐욕이 저지른 획일적 개발은 생태계를 남김없이 교란한다. 코로나19는 기후변화와 인간의 탐욕에 매우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데, 비대면 산업이 코로나19의 새로운 일상일 수 없다. 새로운 일상은 코로나19가 무섭지 않았던 시절의 풍경에서 찾아야 한다. 석유 없고 자동차 없어도 행복했던 선조의 삶이다. 녹색혁명과 유전자 조작 농산물이 없던 시절, 전염성 강한 질병은 마구잡이로 퍼져 나가지 않았다. 잠시 앓다 이내 회복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협력을 무시하는 입시교육, 취업을 위한 대학, 돈벌이를 위한 취업, 승리를 위한 경쟁이 없다면 지금과 같은 일상은 의미를 잃을 것이다. 2007년 5월 17일 작고한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은 “애국자 없는 세상”을 원했다. 애국을 외치는 이가 없다면 세상은 평화로울 거라 했다. 젊은이들은 꽃과 자연과 연인과 무지개를 사랑할 거라 했다. 그런 사회는 비대면이 아니다. 그런 사회에 코로나19가 무서울 리 없다. 어떤 바이러스든, 이겨내리라. 내 아파트 가격 상승과 아이 대기업 취업보다 창가로 다가오는 때까치 한 마리가 더 반가운 세상이라면 코로나19 이후의 일상은 지금보다 건강해질 게 틀림없다.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 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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