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 위한 기억의 지킴이 돼야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하는 미사와 행사가 광주대교구 주최로 17일 진행됐다. 

“우리는 그날처럼 살고 있습니까?”

광주대교구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위원회는 지난해부터 활동해 왔으며, 40주년 주제는 “우리는 그날처럼 살고 있습니까”, 부제를 “대동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나눔과 연대”로 정해 19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진 학살에 맞섰던 그날의 의미를 되새기되, 상처와 분노를 넘은 대동사회, 나눔, 연대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묻고 모색하기로 했다. 

먼저 이날 기념미사는 광주대교구 임동 주교좌 성당에서 봉헌했으며,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와 염수정 추기경, 광주, 대구, 대전, 마산, 서울, 제주교구 등 6개 교구의 주교단 14명, 왜관 성 베네딕도 수도회 박현동 아빠스가 공동 집전했다. 

또 광주대교구 사제, 수도자, 신자뿐 아니라 각 교구 정의평화위원장과 위원 사제단, 5.18 가족들도 참석했다.

5월 17일 광주대교구 임동 주교좌 성당에서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미사와 행사가 진행됐다. ⓒ정현진 기자

미사 전에는 40주년 기념 사업의 하나로 광주대교구 지역 수도공동체들이 함께 만든 ‘십자가의 길’이 진행됐다. 

“1980년 5월 이후에도 수많은 사람이 군사정권의 폭압적인 체포와 고문을 온몸으로 견디며 싸우고 또 싸웠습니다. 그 후로 6월 항쟁과 광화문의 촛불시위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이날을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러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희중 대주교는 강론을 통해 죽음과 폭력 앞에 굴하지 않고, 싸워 이길 수 있었던 대동세상과 나눔, 연대의 정신을 말하고, 오늘 한국 사회가 코로나19를 성숙하게 이기고, 세월호참사 앞에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고 노래할 수 있었던 것은 5.18의 대동 정신, 개인보다 이웃과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 나눔과 연대의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교회적 의미로 40년은 참회와 성찰, 영광을 준비하는 시간, 숙고 충만, 완성을 위해 새롭게 준비하는 뜻을 갖는다고 짚으면서, “오늘 맞이한 5.18 40주년 또한 그날의 정신을 되새기는 성찰, 새로운 준비의 시간이 되어야 하며, 동시에 과거에 머물러 주저앉아서도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40주년이 지나기 전에 역사의 매듭을 지어야 하고 그 매듭은 진상규명”이라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역사적 정리는 용서와 화해로 이루는 것이지만, 용서하되 역사적 사건을 잊지는 말아야 한다면서, “역사적 정리를 확실히 해야 당시 진압에 책임이 있는 당사자들의 후손들에게도 짐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5.18민주화운동 40주년으로 광주의 5월이 더 이상 악몽의 트라우마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며, “거룩한 희생의 결과로 오늘의 대동사회와 민주국가를 이루는 데 밑거름이 된 5월의 영령들과 유가족들, 부상자들에게 감사하는 대동 사회 축제로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5월 17일 광주대교구 임동 주교좌 성당에서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미사와 행사가 진행됐다. ⓒ정현진 기자

2부 행사는 40주년 기념 영상 상영, 시민 증언, 교황 메시지 낭독과 인사말 등으로 이어졌다. 

5.18 증언에는 당시 시민수습대책위원이었던 전남대 명노근 교수의 부인이자, 기독교병원 간호사로서 부상차를 치료했던 안성례 씨가 나섰다. 

전 오월어머니집 관장이었던 안성례 씨는 1981년 가족이 구속되고 사형언도를 받아 구속자 석방 운동을 벌일 당시 김수환 추기경과의 만남을 이야기했다.  

그는 구속된 이들과 사형선고 받은 이들을 살려 달라고 무작정 호소하는 가족들에게 “추기경이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끝내 자신들이 해 줄 것을 찾아 도왔던 김 추기경을 기억했다. 

안성례 씨는 김 추기경이 가족들을 품은 며칠 뒤, 거짓말처럼 사형선고를 무기징역형으로 감형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면서, “지도자의 말의 무게가 무엇인지 알게 됐고, 그 마음이 기적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교회가 억울하고 갈 곳 없는 이들을 돌봄으로써 이루는 기적은 5.18뿐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는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위한 프란치스코 교황 메시지를 직접 한국어로 전했다. 

슈에레브 대주교는 “교황께서는 이번 기념일을 통해 무엇보다도 인권을 수호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모든 젊은이의 희생이 기억되기를 기도한다”며 “광주의 교회가 하느님이 부여한 존엄성과 가족 공동체 구성원 개개인 모두의 권리를 존중하면서 더욱 생명을 보호하는 사회질서 형성을 돕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수 있는 힘을 발휘할 것을 바란다”고 전했다. 

또 “교황님은 이번 40주년 기념 행사가 평화와 화해를 이루는 데 기여하고 사랑하는 한국 국민들 마음에 연대와 형제애를 증진하며 선과 진리와 정의를 향한 열망이 북돋아지기 희망한다”며, 교황의 축복을 함께 전했다. 

미사에 참석한 염수정 추기경은 격려사를 통해, “이 시간 우리는 40년 전 광주에서 무고하게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고 아픔의 세월을 견딘 모든 이들을 기억하는 자리에 있다”며, “40년 전 서울에서 들었던 광주에 대한 소식을 믿을 수 없었고 신자들과 가족을 잃은 이들을 기억하자고 기도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기억의 지킴이가 되자. 또한 그 기억은 진상규명을 위한 것”이라고 당부했다. 

광주대교구 5.18민주화운동 40주년 준비위원장인 옥현진 주교는 1980년 5월 26일 새벽 3시, 계엄군에 맞서 끝까지 싸울 시민군을 잊지 말아 달라는 한 여성의 호소, 그럼에도 밖으로 나설 수 없었던 시민들이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있다며, 40주년을 기억하는 자리에 함께 한 모든 이와 특히 부활의 십자가를 지고 가는 유가족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일부 참석자들은 성전 밖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 전 광주 수도공동체가 함께 만든 십자가의 길을 함께 진행했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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