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꿀벌. (이미지 출처 = Pxhere)

저는 지금 가평으로 파견을 나와 있지만, 본래 소속 공동체는 서울에 있어서 공동체가 전체 모임을 할 때는 가평과 서울을 오갑니다. 

그런데, 최근에 서울의 공동체 경당에서 꿀벌 수백 마리가 출몰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119 소방대에서도 출동했다네요. 꿀벌은 여왕벌을 중심으로 아주 조직적인 사회를 구성하는 동물로 유명합니다. 어쩌다 여왕벌이 공동체 환기통로로 들어와 경당의 천장에 거점을 마련한 모양입니다. 

벌들의 입장에서 보면 경당 천장이 안전하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겠지만, 사람 쪽에서 보면 봉침이 약이라고 좋아하는 형제들을 뺀 다른 형제들에게는 위협이 되는 겁니다. 봉침술사나 양봉업자가 아닌 바에야 공동체 경당을 공유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벌을 쫓는 전투 중에 적잖은 벌들이 죽음을 맞았습니다. 그 녀석들을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저는 경당에 집을 지은 꿀벌들을 통해 부활초를 연상하였습니다. 왜냐하면 본래 부활초는 꿀벌들이 만들어내는 밀랍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공교롭게도 꿀을 뜻하는 “밀”과 라틴어로 꿀을 뜻하는 멜(mel), 불어나 스페인어의 미엘(miel)의 발음이 비슷하네요.) 

벌들은 초대 교회시대부터 동정성을 지닌 피조물로 여겨졌습니다. 이에 교부들은 벌을 동정 성모의 상징으로 생각해 왔고, 이 벌들이 만들어내는 밀랍으로 이루어진 밀초는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것으로 간주해 왔습니다. ("가톨릭대사전", '부활초' 항 참조)

여왕벌이 자신들의 신학적 자기 정체성을 알았을 리는 만무하지만 매우 의미 있는 장소를 선택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로, 부활초에 관한 다른 기사, “부활초를 축성하나요?”도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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