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니 크리벨레르)

홍콩에서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2003년, 사스가 유행한 뒤, 국가보안법을 도입하려는 시도들이 있었다. 이와 비슷하게, 지금 코로나19가 잦아들자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저번과 달리 해피엔딩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우리는 두려워한다.

홍콩이 마주하고 있는 위험에 관해 말하는 글을 우리는 그간 많이 써 왔다. 어떤 이들이 보기에, 우리는 기우에 빠진 사람들이다. 홍콩에는 탱크가 보인 적이 없고, 그러므로 우리는 아직 사태가 우리 손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18일, 저명한 민주파 인사 15명이 재판정에 모습을 보였다. 이들의 재판은 오는 6월 15일에 재개될 예정이다. 이들 가운데 5명에게는, 우리의 친구인 리측얀을 포함해, 혐의가 확대되어 최고 5년형까지의 아주 심한 처벌을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최악의 뉴스는 베이징에서 나왔다. 중국의 (국회 격인) 전인대는 중국을 통치하는 실체인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이미 내린 결정을 공식으로 통과시키는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중앙위원회(와 정치국) 또한 시진핑 주석이 모든 권력을 과거의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 수준으로 자신에게 집중시킨 뒤로는 그 중요성이 줄어들었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시진핑이 내린 결정이다.

홍콩을 사랑하는 사람들, 홍콩의 청년 학생들과 주민들, 자유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등골을 얼어붙게 만드는 법안이 전인대에서 통과되었다. 홍콩 국가보안법이다. 이 법에 따라 홍콩의 “고도 자치”에 관한 소헌법 역할을 하는 홍콩기본법 부칙에는 새롭게 제3항이 추가된다.

이 법은 모두 7개 조항으로 돼 있다. 반역, 분리운동, 폭동, 전복활동, 외세 개입 등이 규정돼 있다. 2019년 6월에 시작된 대중적 항의운동이나 여러 형태의 정부반대 활동을 탄압하는 데 이러한 조항들이 얼마나 편리하게 이용될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이미 중국 본토에서는 그러한 법률로 모든 형태의 항의나 이의가 처벌받고 있는데, 최대 사형까지 받을 수 있다.

특히 문제되는 것은 제4조다. “필요한 경우, 중앙 정부는 국가안전 수호를 실행할 임무를 지닌 기구들을 홍콩에 둔다.”

이 조항에 따르면 (중앙정부의) 정치적 조직을 우선해서 (일국양제 원칙에 의해 고도 자치를 보장받고 있는) 홍콩 정부와 의회의 권한을 무시하게 된다. 홍콩에서 지금까지 이런 일은 없었다. 홍콩 의회의 위축은 특히 염려스러운데, 오는 9월에 있을 선거에서는 지난해 11월에 있었던 구의회 선거와 마찬가지로 야당이 더 많은 의석을 얻을 것으로 모든 이들이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7월 1일,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이양된 지 22주년을 기념하는 연례 국기 게양식이 끝난 뒤, 한 시위자가 홍콩정부 본부 밖에서 고함치고 있다. (사진 출처 = UCANEWS)

홍콩 국가보안법 도입은 현재 홍콩 정치의 두 원칙인 “일국 양제”와 “고도 자치”의 종말이 될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몇 주간에 걸쳐 중요한 시험을 받게 된다. 다음 주인 6월 4일에는 (1989년에 베이징에서 일어난) 톈안먼 학살사건을 기리는 행사가 있을 것이다. 9일에는 지난해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시작된 1주년을 맞는다. 그리고 7월 1일은 우산혁명 이래로 해마다 항의시위가 있는 날이다. 이런 행사들이 제대로 진행될까? 어떻게?

2003년 여름, 많은 이가 기억하듯이, 국가보안법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 일은 사스가 유행한 뒤에 일어났다. 하지만 당시의 홍콩 정부수반인, 퉁제화 행정장관은 중국 정부가 임명한 이였음에도, 그 운명적인 해 7월 1일에 단 한 번의 대규모 시위가 있은 뒤로 그 법안을 철회했다. 여러 장관들이 사직했고, 퉁제화 자신도 정계에서의 조기 퇴진이라는 정치적 대가를 치렀다. 그 선택으로 그는 조금의 위신을 회복했었다. 그리고 홍콩은, 그 뒤 몇 년간은 구원을 받았다.

지금의 캐리 람 행정장관이 이끄는 홍콩 정부는 수많은 대규모 시위를 겪었고, 그 대부분은 2003년 7월 1일의 시위보다 훨씬 규모가 컸다. 코로나19라는 새 유행병이 돌았고 자유를 말살하려는 법안이 다시금 등장했다. 이 법은 홍콩이 약속받았던바 진보와 온전한 민주주의를 누리지 못하게 막을 뿐 아니라 그나마 지금까지 누려 왔던 것조차 없애려 한다.

람 장관은 이번 국가보안법이 발표되자 곧바로 홍콩 정부는 법안 실행에 “온전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장관은 학생들이 이 법안을 잘 공부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몸이 후두두 떨린다! 람 장관은, 지금 이 말을 내가 아픔을 참으며 쓰고 있지만, 홍콩 역사에서 홍콩에 가장 해악을 끼친 정치인으로 남을 것이다.

기업가 출신으로 오랫동안 정치를 했던 앨런 리가 최근 죽었다. 그는 소년 시절에는 공산주의자였는데, 홍콩에서 자유당을 창당한 친중국 정치인이었다. 그는 해외에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홍콩에서는 친숙한 인물이다.

나는 그를 잘 기억한다. 그는 홍콩의 이익을 중심에 두고 판단했다. 2003년 7월 1일의 시위 뒤에, 그는 중국이 국가보안법 실행을 중지하도록 설득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용기가 있었고, 그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앨런 리는, 그간에 온건 우파가 돼 있었는데, 남은 여생을 홍콩에 온전한 민주주의와 자유를 달라고 요구하는 데 바쳤다.

지금의 친중국 진영에는 앨런 리와 같은 지혜를 지닌 인물들이 없다. 지금 권력층에 있는 인물들이라고는 정치적 존엄과 용기가 없는 인물들뿐이고, 가장 힘센 자의 권력에 노예가 된 기회주의자들뿐이다. 홍콩의 민주주의를 원하는 이들은 “철없는 젊은이들”과 “책임감 없이 반대만 하는 자들”뿐이라는 말은 진실이 아니다. 홍콩의 민주주의와 자유는 진지한 문제이며, 우리가 사랑하는 이 도시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이 바라는 바다.

결국,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기는 아주 쉽다. 눈에 보이는 대로다. 자유, 민주주의, 인권에 반대되는 한 체제가 가하는 위협들은 그냥 허공에 휘두르는 주먹이 아니다. 솔직히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홍콩의 종말이 준비되고 있다고.

(잔니 크리벨레르 신부는 교황청 외방선교회 소속으로,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교황청 외방선교회 국제선교신학교 교학부장을 맡고 있다. 그는 중화권에서 27년간 가르쳤으며, 홍콩에 있는 성신신학교에서 중국 교회사와 선교신학을 강의하고 있다.)

기사 원문: https://www.ucanews.com/news/the-end-of-hong-kong-is-being-prepared/88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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