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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지옥' 뉴욕에서 벗님들께 보내는 열네 번째 편지

기사승인 2020.06.02  13:3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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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성령 강림 대축일이지만 교회는 여전히 굳게 닫혀 있습니다. 뉴욕주는 지난 27일부터 제가 사는 롱아일랜드와 시골타운부터 비즈니스 영업제한을 단계적으로 해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극장, 교회, 도서관, 놀이터 등 다중이용 시설은 제외했습니다.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많은 미국의 주와 여러 나라가 영업제한 해제로 2차 확산을 가져왔다며 다양한 업종별 특성에 맞도록 방역대책을 설명했습니다. 자상한 시어머니 잔소리처럼 들리는 주지사의 브리핑이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또 인구밀집지역 맨해튼이 포함된 뉴욕시 5개 보로는 6월8일부터 단계적으로 해제한다는 계획입니다. 

미국의 코로나 집계방식은 확진자보다 사망자 수를 우선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더 합리적일 것 같습니다. 증세가 가볍거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나가는 무증상 코로나 감염자가 훨씬 많은 상황에서 확진자 수는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현재까지 코로나 검사로 집계된 확진자는 인구의 2퍼센트에 가까운 37만 명이지만 항체검사로 나타난 면역력 보유자 즉 코로나를 거쳐 간 사람은 인구의 15퍼센트 정도로 추산됩니다. 하루 700명이 넘던 뉴욕주 사망자 수는 최근 60명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한창때 10분의 1수준이지만 뉴욕주 인구가 우리니라의 3분의 1인 것을 감안하면 하루 60명도 엄청나게 많은 것입니다.

그럼에도 뉴욕주는 차츰 안정을 되찾고 있습니다. 그것은 교통량 증가와 고속도로 순찰차를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시내 고속도로는 무법천지에 가까웠습니다. 많은 경찰이 코로나에 감염된 탓으로 순찰차를 찾아보기도 어려웠습니다. 거의 모든 차가 제한속도를 무시하고 레이스를 펼쳤습니다. 따라서 차량사고도 대부분 대형사고로 이어지곤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순찰차 단속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또 묘지들도 차츰 정상화되고 있습니다. 조심스럽게 사회가 정상을 회복하는 모습입니다. 시민들도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합니다. 상점이나 심지어 해변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출입을 금지합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아들 손주를 보러 가기도 아직까지는 마음에 께름칙합니다. 손주들 재롱도 카톡 영상으로 봅니다.

투구게(말굽게). (이미지 출처 = Flickr)

프란치스코 교종께서 5월30일 로마시간에 맞춰 전 세계 신자들이 함께 코로나 종식을 지향하는 묵주기도를 바치자고 했지만 한 장소에 모여 기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저는 시간에 맞춰 인근 공원 숲길을 걸으며 동참했습니다. 언제 교회가 문을 열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제가 점찍어 둔 외딴 해변을 성당 삼아 기도하며 걸었습니다. 그곳에는 미국의 보호종인 말굽게(Horseshoe crab)가 지천으로 깔려 있었습니다. 일명 투구게라고 불리는 말굽게는 수명도 40-50년이나 되는 바다의 무법자입니다. 고대부터 거의 진화되지 않아 ‘살아 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말굽게를 불법채취하면 마리당 1만 달러 벌금이라고 합니다. 의학실험용으로 잡은 것도 필요한 파란색 혈액만 채취하고 다시 놓아준다고 합니다. 작은 냄비 뚜껑 같은 크기에 6쌍의 다리가 있어 보기에 징그럽습니다.

저는 해변에서 몸이 뒤집혀 버둥거리는 말굽게 여러 마리를 바닷물에 풀어주었습니다. 모래에 파묻힌 말굽게를 찾아 꺼내주는데 잠시 물에 들어갔던 놈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입니다. 신기해 집에서 검색해 보니 제가 무식했습니다. 말굽게들은 암놈이 모래 속에 알을 낳고 수놈은 그곳에 사정해 산란시키는 것입니다. 제가 생명에 대한 선행이랍시고 한 행동이 모두 그들의 번식을 훼방한 셈입니다. 무식하면 용감한 법입니다. 저의 주관적인 선행이 경우에 따라 악행이 될 수도 있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아무튼 요즘 코로나 팬데믹으로 거의 매일 찾게 되는 해변과 숲은 저의 인생에 훌륭한 스승입니다. 벗님 여러분 다시 소식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20년 5월31일

뉴욕에서 장기풍 드림

장기풍(스테파노)
전 <평화신문> 미주지사 주간
2006년 은퇴. 현재 뉴욕에 사는 재미동포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장기풍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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