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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춤출래요(Shall We Dance)?

기사승인 2020.06.08  13:5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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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학 오디세이아 2]

온 세상은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그 와중에 미국은 오랜 고질병이 터졌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드림 스피치가 50주년이 지난 오늘도 미국 사회에는 구조적 인종차별이 심하다. 특히 미국 사회가 마약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후, 경찰은 무기를 소지하게 되었고, 그 뒤 많은 유색인종, 특히 흑인들이 감옥에 가게 되었다. 미국 사회에서 흑인 커뮤니티를 보면 아버지가 없는 경우가 많으며, 영화나 매스미디어를 통해, 흑인 아버지들이 무책임하게 가정을 돌보지 않은 것으로 묘사가 되는데, 실은 많은 미국의 흑인 아빠는 감옥에 가 있다. 감옥에 간 사람들은 아주 싸구려 노동력을 제공하게 되고, 그 이익은 다시 거대한 자본가의 손에 들어간다.

이런 미국의 현실을 가장 잘 분석한 사람은 미셸 알렉산더로, 그의 책 “새로운 짐 크로”는 인종차별을 합법화했던 짐 크로 법은 이제 모습을 바꿔 많은 사람을 합법적으로 가두어 둠으로써 인권운동을 억압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나는 이 책을 나의 “사회정의와 영성” 수업 시간에 쓰는데, 다수가 유색인종인 나의 학생들은, 이 책만큼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한다. 요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책을 한 권 읽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인데, 이 책을 두세 챕터 복사해서 온라인 클라스 웹사이트에 올리면, 많은 학생이 다 읽고 싶어 한다. 

거리에 붙은 포스터. 왼쪽 첫 번째 몽타주는 경찰에 의해 살해된 여성 브리아나 테일러(Breanna Taylor), 가운데는 조지 플로이드, 그리고 마지막은 트럼프를 대놓고 욕하고 있다. ©박정은

요즘, 나는 한 학기 수업 계획안을 일부러 느슨하게 짜는데. 학생들이 요구하는 내용을 더 넣어서 함께 공부하기 위해서다. 그러다 보면 학생들은 자신들이 리드하고 싶어 하고, 몇몇 학생은 자연스럽게 토론을 주도하는 리더로 등장한다. 나는 기꺼이 자리를 내어 준다. 그러면서 늘 나오는 주제는 경찰의 폭력이다. 수년째 경찰의 폭력에 흑인들이 목숨을 잃었고, 이에 대한 저항으로 블랙 라이브즈 매터(Black Lives Matter) 운동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미네아폴리스에서 조지 플로이드가 “숨을 쉴 수가 없다”고 호소하다 목숨을 잃었고, 이 사건을 계기로 온 나라가 저항 시위에 들어갔다. 사람들은 왜 하필 지금이냐고 말하기도 하는데, 나는 결국 인종차별 문제는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경제적 불평등과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로 가장 많이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흑인이다. 집에서 머물러야 하는 명령이 내려질 때도, 가난한 사람들-대다수는 흑인 및 다른 유색인종, 이민자들-은 집에 머물 수가 없다. 하루의 빵을 벌기 위해서 그들은 거리에 나서야 한다. 재택 근무를 할 수 있는 여유와 조건이 되는 사람들에겐 조금 불편한 상황이었지만, 가난한 많은 사람, 집이 없어 거리에 나 앉은 사람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명령이었다. 그리고 이런 생과 죽음을 오가는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거리에 나가 시위하는 것이다.

내가 사는 알라미다는 그런 것과는 거의 무관한 안정된 작은 동네다. 그래서 시위가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지난 금요일 차량을 타고 하는 드라이브 스루 시위가 있었다. 한쪽에서는 평화롭게 걸으면서, '블랙 라이브즈 매터'를 외쳤다. 나도 두 시간 정도 걸었는데,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이들이었다. 그들은 소리 지르고, 서로 환호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외치고 있었다. 눈물이 왈칵 나왔다. 이번에는 마틴 루터 킹이 외친 그 꿈, 한 사람의 인격이 피부색이 아니라 개개인의 고유한 특성으로 인정되는 그런 거룩한 꿈이 꼭 이루어지길 기도했다.

알라미다에서 진행된 자동차 평화 시위. '블랙 라이브즈 매터'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어 올리고, 운전석에서는 계속 경적을 울렸고, 축제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박정은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나는 누군가 내 차의 유리창을 부수고 차 안을 뒤지고 간 것을 보았다. 약탈로 이어지는 이 저항운동의 현실이 마음 아팠다. 사실 로스엔젤레스 그리고 시카고 등 한인들이 사는 지역의 가게들이 약탈되었고, 모든 것을 잃고 힘들어 할 동포들의 아픔이 느껴졌다. 그러나 이것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세상은 늘 움직이고, 변해 간다. 어떤 부분은 천천히 바뀌고, 어떤 부분은 갑자기 바뀐다. 마치 강물이 흘러가듯이, 잔잔한 물살로 흘러가기도 하고, 걷잡을 수 없는 거센 물결로 흘러가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한 세대가 또 다른 세대로 흘러간다. 세상이 아픈데, 나는 내 차의 유리창이 부수어진 것이 더 아프게 느껴진다는 부끄러운 사실. 그러나 그것도 인정하기로 한다. 세상이 아픈데, 유리창이 대수인가라고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이 세상에서 모두 함께 춤을 추고 있는 것 같다. 세상의 아픔 속에서, 거룩함 꿈을 꾸면서, 그리고 기억하면서. 성찬의 전례에서 빵을 뗀다는 것은 결국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기억하면서, 그리고 이루어질 하늘나라를 꿈꾸면서, 아픔을 끼어 안는 것이다. 그것은 어느 세대가 되었든, 또 어느 곳이 되었든 같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춤을 추는 것이다.

오늘 삼위일체 대축일 미사를 '줌'으로 거행하면서, 나는 하나의 커다란 삼위이신 하느님의 춤을 생각했다. 그리스어로 삼위이신 하느님의 존재를 가르치는 단어는 페리코레이시스(Perichoresis)인데, 이는 성부, 성자, 성령께서 서로 사랑의 리듬에 맞추어, 다름 속에서 일치를 이루고, 서로를 감싸 안아주고, 또 받아들이면서 춤을 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공동체도, 우리가 사는 동네도, 우리 나라도, 그리고 이 세상도 그렇게 춤을 배워야 한다. 너무 내가 보는 손해에만 머리를 처박지 말고, 내 옆에 있는 어떤 존재의 손을 잡고, 다가오는 리듬에 맞추어 춤을 추어야 한다. 

집, 거리 그리고 심지어 전봇대에도 사람들은 '블랙 라이브즈 매터'라는 구호를 붙이거나, 인종차별을 금하라는 문구를 게시했다. 사진은 피부색으로 무조건 사람을 의심하지 말라는 경고다. ©박정은

이 삼위이신 하느님의 춤에 대해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사람은 C.S. 루이스다.  그는 그의 책 "순전한 기독교"에서 “삼위일체 하느님의 생명이 보여 주는 춤, 드라마, 혹은 패턴 전체는 우리 각자의 생명 속에서 재현되어야 한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 각 사람은 그 춤에 참여해야 한다”라고 했다. 친동생같은 제자가 보내 준 메시지에서 발견한 문구인데, 이 글을 쓰는 삼위일체 대축일 아침에 더 깊이 마음에 와닿는다.

바람이 분다. 세상이 어둡고, 아직 새 하늘 새 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삼위이신 하느님께서 춤추고 계시니 우리는 춤을 계속 추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세대, 젊은 그대들이 이 춤을 이끌도록 우리는 몸을 낮추고, 그대들이 나를 디디고 높이 서게 해야 한다. 그들은 나의 내일인데, 눈을 반짝이며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는 내 흑인 학생 자밀이며, 한국 홍대 어느 까페에서 노래를 하는 누구이기도 하고, 어느 성당 주일학교 교사 청년이기도 하며, 낯선 한글을 배우며 일을 하는 외국인 근로자이기도 하다.

이렇게 춤을 추면서 겨우 알아낸 한 가지. 내가 추는 춤은 그저 강의실에서 “우리 춤출래? 자 이제 네가 이 춤을 인도하렴”이란 손짓이며, 몸짓이라는 것. 코로나로 멈춘 것 같던 세상 한복판에서, 그래도 우리는 춤을 계속 출 것이다. 그럼 거룩한 꿈은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박정은 수녀
미국 홀리네임즈 대학에서 가르치며, 지구화되는 세상에서 만나는 주제들, 가난, 이주, 난민, 여성, 그리고 영성에 대해 관심한다. 우리말과 영어로 글을 쓰고, 최근에 “슬픔을 위한 시간: 인생의 상실들을 맞이하고 보내주는 일에 대하여”라는 책을 썼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박정은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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