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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지옥' 뉴욕에서 벗님들께 보내는 열다섯 번째 편지

기사승인 2020.06.09  11:3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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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곳은 갑자기 날씨가 무더워졌습니다. 해변의 비키니 차림도 자연스럽습니다. 코로나가 한풀 꺾였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미국 전역에는 매일 2만 명이상 확진자와 800명 이상이 코로나로 죽습니다. 뉴욕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제가 사는 인구 240여만 롱아일랜드 2개 카운티에 지금까지 8만 1000명이 넘는 확진자와 46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뉴욕주 전체로는 38만 명 확진에 2만 4200명이 사망했습니다. 지금까지 200만 명 확진자와 11만 3000명 사망자가 발생한 미국은 코로나에 겹쳐 최근 전역의 인권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지난 5월25일 미네소타주에서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 체포과정에서 사망한 뒤 인종차별에 격분한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연일 시위를 펼치고 있습니다. 시위에는 흑인뿐 아니라 백인과 히스패닉 한국인 등 다양한 인종이 참가합니다.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 무릎에 목을 눌려 사망할 때까지 기록한 동영상이 퍼지자 인종불문하고 격분한 것입니다. 플로이드는 “숨을 못 쉬겠어요. 살려주세요”를 반복하다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부르며 숨을 거두었습니다. 행인들이 경찰에 격렬하게 항의했으나 경찰은 그가 죽은 뒤에도 몇 분이나 계속 누르고 있었습니다. 구급차에 실린 플로이드는 시체였습니다. 명백한 살인입니다. 한국 언론에서 이를 ‘흑인폭동, 약탈, 방화’로 보도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표현입니다. 시위 와중의 일부 약탈과 방화는 인종에 관계없이 불량배들에 의해 저질러지며 시위자들은 다투어 이를 제지합니다. 일부에서는 흑인폭동으로 몰고 가려는 극우집단 소행으로 의심하기도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지사들에게 연일 강경진압을 압박하면서 연방군을 동원하겠다고 위협합니다. 에스퍼 국방장관은 이에 평화시위에 군대를 결코 동원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통수권자에 대한 항명인 셈입니다. 일부에서는 그의 해임을 예상합니다. 또 트럼프정부 초대 국방장관 해병대 출신 매티스는 미국 역사상 이렇게 국민을 분열시키는 대통령은 본 일이 없다며 맹비난했습니다. 워싱턴DC 시장은 아예 백악관 앞 4차선 도로명을 ‘Black Lives Matter’(흑인 생명은 소중하다)로 바꾸고 도로 전체를 노란색 페인트로 크게 구호를 새겼습니다. 이번 주말 무더위에도 백악관 앞에는 최대 인파가 모였습니다. 1963년 8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인권대행진 후 57년 만의 제2 인권대행진인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기행을 보입니다. 6월2일에는 백악관 앞 평화시위를 경찰을 동원 최루탄과 고무총으로 해산시키고 경호대에 둘러싸여 200미터 거리의 성공회 교회까지 걸어가 성경을 손에 들고 사진을 찍고 돌아왔습니다. 다음 날에는 워싱턴 성 요한 바오로 2세 기념 순례성당을 찾아 같은 행동을 되풀이했습니다. 이런 기행은 성공회 주교와 가톨릭 워싱턴 대교구장 그레고리 대주교와 미국 주교회의 의장으로부터 종교를 정치적으로 왜곡하고 악용한다는 이유로 격한 비난을 받았으며, 프란치스코 교종도 미국 교회와 뜻을 같이한다는 메시지를 발표했습니다.

많은 도시에 통행금지령이 내렸습니다. 수도 워싱턴 DC도 저녁 7시부터 통행금지입니다. 미 전역에서 항의시위와 경찰의 강경진압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뉴욕시 경찰 대처가 돋보입니다. 뉴욕 경찰은 첫날 경찰차로 시위대에 돌진하는 무모함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부터는 180도 달라졌습니다. 경찰청장과 진압경찰이 동조의 의미로 무릎을 꿇고 시위대와 연대하기 시작했습니다. 경찰 호위 아래 시위하는 동안 폭력이나 약탈은 있을 수 없습니다. 처음 이를 비판하던 주지사도 이런 변화에 잘못 생각했다고 사과했습니다. 시위 진압을 위한 고도의 전략인 셈입니다. 이런 진압방식은 세계 어디서든 국민들이 공감하는 시위에 대처하는 모범이 될 것 같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해변을 포기하고 인근 타운 숲길을 걸었습니다. 호수와 시냇물이 흐르고 거대한 나무와 어깨 높이까지 자란 고사리 숲으로 냉기마저 흐릅니다. 산책 후 차를 몰고 타운 기차역 부근을 지나는데 여러 대 소방차, 경찰차들이 경광등을 번쩍이며 있습니다. 조심스레 접근하니 200여 시위대가 ‘black lives matter'(흑인 생명은 소중하다)와 고인의 마지막 외침인 ’I can't breathe‘(숨을 쉴 수 없어요) 등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습니다. 백인 타운이라 흑인은 볼 수 없고 백인들뿐입니다. 저도 모르게 창문을 열고 엄지손가락을 올려 주었더니 일제히 환호성을 터트리며 손을 흔들어 댑니다. 저도 ’드라이브 스루‘ 시위에 참가한 셈입니다. 아무튼 지금 미국은 코로나에 시위 사태까지 겹쳐 설상가상입니다. 아무쪼록 코로나와 이번 인권시위 사태가 인권적, 경제적, 환경적 측면에서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벗님 여러분 또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20년 6월7일

뉴욕에서 장기풍 드림

장기풍(스테파노)
전 <평화신문> 미주지사 주간
2006년 은퇴. 현재 뉴욕에 사는 재미동포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장기풍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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