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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지옥' 뉴욕에서 벗님들께 보내는 열여섯 번째 편지

기사승인 2020.06.23  14:5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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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제는 완연한 한여름입니다. 오늘은 해변의 나무 보도를 걸어 볼까 생각하고 그곳까지 갔다가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주차장 밖에서 차량 수를 절반으로 통제하지만 그래도 주말이라 해변은 수영복 차림 피서객으로 가득합니다. 아직 공식적으로 수영은 금지되고 있지만 그래도 곳곳에서 수영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또 보도에는 자전거와 유모차 그리고 웃통을 벗고 마스크도 쓰지 않은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은근히 걱정이 됩니다. 

지금 미국 전역에는 여름철을 맞아 코로나가 줄어들기커녕 더욱 극성을 부립니다. 매일 미국 전역에 3만 명 가까운 확진자와 300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벌써 누적 환자는 235만 명에 달하고 사망자는 12만 3000명에 이릅니다. 뉴욕주는 훨씬 양호한 편입니다. 그래도 2000만 명이 채 못 되는 한국 3분의1 인구에 매일 700여 확진자와 30여 명 사망자가 발생합니다. 지금까지 40만 명 확진자와 3만 명이 넘는 사망자를 내고 그나마 요즘은 대폭 줄어든 것입니다. 다른 주들보다는 훨씬 체계적으로 대처한 덕분입니다. 

그래도 최근 해변을 개방하고 경제를 단계적으로 재개하는 데 비례해 재확산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또 뉴욕과 미국 전역에서 끊임없이 확산되는 인종차별 반대시위도 코로나 확산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주지사는 매일 브리핑에서 연방정부의 성급한 거리 두기 해제가 잘못된 것이라며 각종 통계를 제시하면서 비판합니다. 사실 서둘러 경제를 재개한 서부와 남부 20여 개 주의 확산속도가 무섭습니다. 특히 한창 뜨거운 캘리포니아주도 18만 명, 텍사스 11만 5000명, 플로리다주 10만 명에 육박합니다. 이 정도면 가히 재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자신에게 쏟아지는 코로나 대처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위해 한 달 전부터는 브리핑을 아예 중단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브리핑에 배석하는 전문가와 항상 엇박자를 보여 주었습니다. 지난 6월15일 백악관 회의에서는 “검사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확진자도 없을 것”이라는 희대의 ‘명언’을 했습니다. 단순한 말실수가 아닙니다. 바로 어제 6월20일 유세장에서 그는 또다시 "검사를 할수록 확진자가 늘어나 검사속도를 늦춰 달라고 요청했다"는 말을 했습니다. 대통령이 이런 생각이니 주정부들은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트럼프 눈치를 봐야 하는 공화당 주지사들은 속앓이만 하고 있습니다.

뉴욕주 경제활동 재개는 까다롭게 진행됩니다. 업주의 코로나 검사와 항체검사까지 패스해야 하며 한인들이 많이 종사하는 네일가게 같은 경우 반드시 고객정보를 기록해야 합니다. 이런 가운데 제가 본 해변의 모습은 실망스럽기까지 합니다. 하긴 마스크를 쓰고 수영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해변에서만이라도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이 엄격하게 이행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교회는 아직도 문을 닫았습니다. 성당에 전화하면 긴급한 경우에만 연락하라는 녹음이 나옵니다. 오랫동안 미사에 참석하지 못하다 보니 이것이 정상이라는 착각마저 듭니다. 보고 싶은 사람도 거리 두기로 대면 대신 통화하는 것이 정상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21일은 ‘아버지의 날’입니다. 자식들은 카톡으로만 “헬로” 합니다. 이것도 뉴욕의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덕분에 저는 바닷가와 숲속을 거닐며 자연과 벗 삼아 지냅니다. 이곳은 낙원입니다. 자연에서 많이 배웁니다. 해변과 호수와 공원에는 많은 오리 떼들이 노닙니다. 자세히 관찰하면 이들은 철저한 1부1처 가족입니다. 암수 한 쌍이 보통 서너 마리 새끼를 거느리고 활동합니다. 앞에서 이끌고 뒤에서 보호합니다. 그러다 여러 식구들이 함께 떼 지어 이동하거나 어울립니다. 집단 속에서도 각자 식구들은 따로 소그룹으로 행동합니다. 캐나다 오리들은 초겨울 미국으로 이동해 지낸 다음 이른 봄 다시 캐나다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함께 돌아가지 못하는 식구들이 있습니다. 새끼들이 장거리 비행하기에 어리거나 알을 부화시켜야 할 경우입니다. 이때는 숫놈이 가족을 보호하느라 항상 사방을 경계합니다. 이듬해 무리들이 돌아올 때까지 여름을 미국에서 보냅니다. 

오리뿐 아니라 갈매기도 영리합니다. 난간에 앉은 갈매기를 바라보며 접근하면 얼른 날아갑니다. 그러나 외면하면 더 가까이 접근해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사람 눈을 보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바쁘게 생활할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자연현상이 코로나시대 안식을 강요당하자 비로소 보이는 것입니다.

220년 전 정약전 선생이 흑산도에서 ‘자산어보’(玆山魚譜)를 저술할 때도 비슷한 환경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바쁘게 지내던 ‘양반’이 귀양이 아니라면 물고기 한 마리, 한 마리의 습성이 눈에 들어오기나 했을지 의문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이렇듯 인류 전체에 주는 피세정념(避世靜念)을 위한 안식년이라고 생각하면서 위안을 삼습니다. 벗님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다시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2020년 6월22일

뉴욕에서 장기풍드림

장기풍(스테파노)
전 <평화신문> 미주지사 주간
2006년 은퇴. 현재 뉴욕에 사는 재미동포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장기풍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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