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그리스도인의 실천’, 가톨릭 생태영성포럼

올 여름도 엄청난 더위가 몰려올 것으로 예상한다. 기후변화로 “극한 날씨가 정상”이 되어 가고 있다.

22일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기후위기와 그리스도인의 실천’을 주제로 가톨릭 생태영성포럼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기후위기가 초래할 문제와 석탄화력발전소 투자철회운동 등 그리스도인이 할 수 있는 실천을 살펴봤다.

생태 문제는 정의 문제, 가난한 나라에서 기후 위기 피해 더 받아

전 국립 기상과학원장 조천호 박사는 평년보다 기온이 3도 이상 높은 극심한 더위가 2005년 이후 매년 찾아오고 있다고 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은 물, 폭염, 전력 생산 위기, 식량, 거주지 악화 등 인간의 삶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구의 평균온도가 1.5도 높아지면, 사는 곳의 환경 악화를 겪어야 하는 이들을 9100만 명으로 추정한다. 조 박사는 “이들이 해수면 상승이나 식량 부족으로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 난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 문제와 관련해 난민이 발생한 사례는 이미 있다. 그에 따르면, 2010년 러시아에 가뭄이 들면서 밀 생산량이 줄고, 전 세계 식량 가격이 폭등했다. 그러면서 북아프리카와 중동 나라에서 폭등과 시위로 기존 정권이 흔들리고 무너지는 ‘아랍의 봄’ 시위가 일어났다. 이런 중동 나라의 상황과 2007년부터 2010년까지 계속된 극심한 가뭄의 영향이 시리아 내전으로 이어졌다. 그는 기후변화로 인한 러시아의 폭염이 시리아 내부의 갈등을 증폭시켜 수백만 명의 난민을 발생시켰다고 설명했다.

기후위기에 차등적 책임 있어, 온실가스 저감 ‘누가’ 실천할지도 관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문제는 이미 전 세계가 공유하고 있다. 조천호 박사는 이를 “누가 실천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화석연료로 부를 쌓은 상위 10퍼센트 나라에서 전 세계 온실가스의 50퍼센트를 배출하지만, 정작 그 피해는 가난한 이들이 입고 있다면서, “생태 위기는 곧 사회 위기”라고 말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장 백종연 신부도 온난화로 인해 가난한 이들이 가장 고통받는다며 “가난한 이의 고통에 무관심하면, 그 자체로 신앙적으로 죄를 짓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인용해 “일부 부유한 나라의 엄청난 소비로 온난화는 세계의 가장 가난한 지역, 특히 아프리카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장 가난한 나라들은 환경 영향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채택하기 어렵고, 기후 변화에 차등적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종연 신부는 또 시민단체들의 노력으로 환경문제가 공적 안건으로 자리 잡긴 했지만, 정치적 의지는 여전히 부족하다며 “특히 신앙인이면서 정치인인 사람이 어떻게 더 신앙인답게 살도록 격려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기후 변화를 위한 정부 정책이 정권에 따라 바뀌지 않고 이어지기 위해서는 국민과 시민단체의 압력이 필요하다며, 신앙인과 환경 단체의 연대를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환경문제에 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강론, 연설 등을 묶은 ‘우리 어머니인 지구’를 인용하며 “우리가 누구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는지, 무엇을 파괴했는지 살피고 용서를 청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가난한 이들에게, 배척받는 이들에게 용서를 청할 수 있다면 참으로 좋을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 땅과 바다에, 공기에, 동물들에게 저지른 악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뉘우칠 수 있을 것입니다.”(프란치스코 교황, '우리 어머니인 지구')

6월 22일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기후위기, 그리스도인의 실천을 주제로 가톨릭 생태영성포럼이 열렸다. ⓒ배선영 기자

가톨릭도 탈석탄 은행 고려해야
전국 성당에 태양광 발전을 설치한다면....

한편, 토론자로 나선 가톨릭기후행동 공동대표 김종화 신부(작은형제회)는 현재가 교회가 “코로나19 사태의 원인을 파악하고 시대징표를 찾아 하느님의 뜻을 말하는 예언자적 부분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질주의 정신이 기후위기의 원인이라며 “경제성장 신앙으로 성장한 기후위기의 불평등과 죽음의 문화에 저항하는” 예언자의 역할이 그리스도인에게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 신부는 기후위기를 위해 행동할 수 있는 하나로 ‘석탄화력발전소 투자철회운동’을 들었다. 벨기에,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필리핀 주교회의 그리고 이탈리아, 싱가포르, 호주, 노르웨이 몇몇 주교와 가톨릭 기관들이 화석연료산업 투자 철회를 결정했다. 현재 150개 이상 가톨릭 기관이 이 투자철회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은행 가운데 “농협 371억 원, 신한은행 1414억 원, 우리은행 1369억 원, KEB하나은행 1027억 원, IBK기업은행 967억 원, KB국민은행 864억 원을 각각 석탄발전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고, 전북은행과 제주은행만 투자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 5월 서울시교육청은 10조 원대 예산을 맡길 은행으로 석탄화력발전에 투자하지 않는 곳을 우대하겠다고 ‘탈석탄 금고’를 선언했다. 김 신부는 가톨릭교회도 은행 선정에 이점을 고려하자고 제안했다.

경기에너지협동조합 안명균 상임이사는 전국의 성당에 햇빛발전소를 설치하는 것으로 기후 위기 실천을 제안했다. 종교계에서는 원불교가 2016년에 100개 '햇빛발전소' 설치를 목표로 세운 뒤, 자가용 발전소 포함 100기 설치를 달성한 바 있다.

이번 가톨릭 생태영성포럼은 천주교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의정부교구 환경농촌사목위원회, 인천교구 사회사목국 환경사목부, 천주교창조보전연대, 가톨릭기후행동이 함께 열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