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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의 꿈, 정년이 아니라 복직입니다

기사승인 2020.06.25  12: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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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영식의 포토에세이]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마지막 해고자 김진숙은 '정년'이 아니라 '복직'을 꿈꾼다. 해고 35년 동안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는 '선각공사부 선대조립과 용접1직 사번 23733 김진숙'으로 돌아가는 것이 꿈이다. 

김진숙은 "단 하루만이라도 작업복을 입고 용접을 하고 싶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그 김진숙을 사진기에 담고 싶다. 김진숙의 35년의 꿈이 이루어지는 날, 나의 소박한 꿈도 이루어지는 날이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복직 촉구 기자회견에서 밝힌 발언의 전문을 소개하면서 그이의 눈물겨운 꿈을 함께 꾼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한진중공업 작업모를 쓰고, 복직의 꿈을 그려보고 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나에게 "꼭 복직해서 작업복을 입고 용접을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나도 '선각공사부 선대조립과 용접1직 사번 23733 김진숙'이 용접하는 모습을 꼭 촬영하고 싶다. 그 꿈이 현실이 되길 빈다. ⓒ장영식

35년 동안, 단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던 꿈
회사 규모가 줄어도 줄지 않았던 꿈
경영진이 몇 번이 바뀌는 세월 동안에도 바뀌지 않았던 꿈
해마다 다른 사안에 밀리고, 번번이 임금인상과 저울질 되면서 상심하고 소외된 세월이 35년입니다만, 저는 그 꿈을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습니다.
이제 그 꿈에 다가갈 마지막 시간 앞에 서 있습니다.
제 목표는 정년이 아니라 복직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여기 사진은 40여 년 전 제 모습입니다.
왼쪽 눈 밑은 용접 불똥에 맞아 부어있고, 저 시절엔 늘 어딘가 상처가 있었습니다.
손바닥이 찢어지고 다리가 부러졌습니다.
불똥에 벌집이 된 땜장이 얼굴은 40여 년이 지나도 기미처럼 흔적을 남긴 채 아물었지만, 가슴 속 상처에선 아직도 피가 흐릅니다.
늘 누군가 크게 다치고 자주 사람이 죽어 나가던 공장에서, 배 한 척이 바다에 띄워질 때마다 그 배를 만들 때 죽었던 동료의 이름을 부르며 담배에 불을 붙여 철판에 올려놓던 아저씨들.
진수식, 명명식은 회사 측엔 경사였지만 노동자들에게는 추모식이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엔 빗물이 스미고 쥐똥이 섞이고 겨울엔 살얼음이 덮인 도시락을 국도 없이 넘겨야 했던 노동자들. 우리도 인간답게 살자고 외쳤던 죄는 컸고 유배는 너무 길었습니다.
검은 보자기를 덮어씌운 채 낯선 남자들에게 끌려갔던 대공분실의 붉은 방, 노란 방.
"니 겉은 뺄개이를 잡아 조지는 데"라는 그들의 말을 듣고 제가 처음 뱉은 말은 저는 "선각공사부 선대조립과 용접1직 사번 23733 김진숙입니다!"였습니다. 사람을 잘못 보고 잡아 왔으니 내일이라도 돌아갈 줄 알았던 세월이 35년입니다.

억압이 안정으로 미화되고, 탄압이 질서로 포장된 불행했던 시대에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빨갱이가 되고 자유의 외침은 불순분자가 되곤 했습니다.
무수한 목숨의 피와 눈물로 세상은 변했지만, 한진중공업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습니다.
5월이면 담장을 뒤덮던 아름다운 장미꽃을 베어내고 시멘트 담장은 교도소처럼 높아졌고 노동자의 숫자는 5분의 1로 줄었습니다. 40년 동안 단 한 번도 좋아 본 적이 없이 늘 어렵기만 하다는 회사는 매각을 이유로 또다시 구조조정의 칼을 갈고 있습니다.

왜 모든 고통은 노동자들의 몫이어야 합니까!
왜 노동자들만 희생양이 되어야 합니까.
올해 정년퇴직을 하는 어떤 조합원이 그러더군요.
그래도 또 안 잘리고 내 발로 나가게 돼서 천만다행이라고. 38년을 다니면서 노조 위원장의 장례를 두 번이나 치르고 선배와 후배를 땅에 묻고, 정리해고됐다 복직한 파란만장의 세월을 보내고 정년을 맞으며 후배들에게 닥칠 앞날을 걱정해야 하는 것이 한진중공업입니다.

스물여섯 살에 해고되고 매일 아침, 저녁으로 어용노조 간부들, 회사 관리자들, 경찰들에게 그렇게 맞고 짓밟히면서도 “저 좀 들어가게 해 주세요.” 울며 매달리던 저곳으로 이제는 돌아가고 싶습니다.
감옥에서 시신으로 돌아온 박창수 위원장은 얼마나 이곳으로 오고 싶었겠습니까!
크레인 위에서 129일을 깃발처럼 매달려 나부끼던 김주익 지회장은 얼마나 내려오고 싶었겠습니까?
인간답게 살고 싶었던 꿈이 있는 곳, 우리 조합원들이 있는 곳, 그곳으로 이제 그만 돌아가고 싶습니다.

2020.6.23.
한진중공업 마지막 해고자 김진숙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장영식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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