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획 2] 광주대교구, 5.18 기록사 다큐 제작 중

5.18민주화운동(이하 5.18)에 대한 왜곡을 막는 법적 장치에 이어 5.18 40주년 기획 두 번째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5.18 기념재단 김양래 이사를 통해 5.18 진상규명에 기여하기 위해 가톨릭교회가 무엇에 더 힘써야 하는지 짚어봤다.

김양래 이사(아우구스티노)는 5.18 당시 전남대 4학년생으로 민주화를 위해 활동하다 광주항쟁 관련 1심 군법회의에서 1년 선고를 받은 뒤, 1980년 10월, 형 면제로 조비오 신부와 같은 날 석방됐다. 석방 직후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이하 정평위)에서 자원 활동을 했고 1982-91까지 정평위 간사로 일했다.

조비오 신부(조철현 몬시뇰, 1938-2016)는 5.18 당시 광주 계림동 성당 주임신부로 계엄군 헬기가 시민을 향해 기관총을 쏘는 것을 목격했으며 1989년 처음으로 국회에서 이를 증언했다.

진상규명 위해 더 필요한 일? “5.18 관련 교회자료 연구, 정리”

먼저 김양래 이사는 5.18 40주년을 맞이하는 지금, “광주 사람들에게 가장 절실한 진상규명과 같은 5.18의 과제에서 가톨릭교회의 두드러진 역할이 보이지 않아 아쉽다”고 6월 19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제가 보기에 광주대교구는 아직도 5.18의 전국화라는 명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중점을 둔 것 같다. 코로나-19 상황임에도 전국 주교단과 40주년 미사를 함께 봉헌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지만 “실질적으로는 5.18 진상규명과 관련해 교회 스스로가 자료를 정리하고 그에 관한 문제를 사회에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 17일 광주대교구 주최로 주한 교황대사와 염수정 추기경, 6개 교구 주교단 등이 공동으로 광주 임동 주교좌 성당에서 5.18 40주년 기념미사가 봉헌된 바 있다.

5.18 기념재단 김양래 이사(아우구스티노) ⓒ김수나 기자

지난날 우리 사회가 5.18 진상규명에 대해 아무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때도 가톨릭교회는 진상규명을 위한 대사회적 촉구와 활동으로 일정한 성과를 낸 바 있지만, 지금은 교회가 그것을 교회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는 되물으며 매우 아쉬워했다.

이에 대해 그는 “제도적 틀 안에서 진상규명이 이뤄지고 있지만, 가톨릭교회 스스로가 아니면 아무도 당시 가톨릭교회의 진상규명 활동을 가톨릭의 시각으로 이야기할 수 없고 또 그에 대해 인정해 주거나 평가해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톨릭교회가 5.18과 관련해 핵심적으로 해왔던 활동인 구속자, 부상자와 유족 지원, 당시의 진실을 널리 알리고 규명하고자 했던 일에 대한 각종 자료가 지금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신학적, 영성적으로 5.18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지에 대한 주제에 대해서는 가톨릭교회가 시도하는 모습이 있지만, 5.18에 대한 그간의 교회 역사와 자료를 조사, 연구하고 이를 정리하는 활동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이사는 “가톨릭교회 스스로가 5.18 진상규명에 관한 그간의 교회 활동, 그에 관한 기록과 자료들을 한데 모으고 더 연구, 정리하면서 그 결과가 진상규명에 활용되도록 제시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5.18, 기념에 머물기에는 아직 너무 많은 문제 현재 진행형”

김양래 이사는 가톨릭교회의 역사적 자료에 대한 관심과 연구, 정리를 위한 교회의 실질적 움직임을 강조하는 한편,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사회적 요청에 따른 역할보다는 교회의 자발성에서 우러난 활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2015년 광주대교구 정평위가 5.18 역사 왜곡을 반복하는 지만원 씨를 검찰에 고소한 사건의 경우, 가톨릭교회가 5.18 왜곡 세력을 단죄하는 활동에 참여한 것으로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교회가 자발적으로 연구, 조사한 결과에서 나온 활동이 아닌 가톨릭교회가 먼저 나서 달라는 주위의 요청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그는 “지만원 씨가 광주 정평위를 특정해서 공격했으니 가톨릭교회가 먼저 나서 달라는 주변의 요청이 있었고, 성직자로서 소송에 참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부담에도 5.18 왜곡이 광주 시민과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해 고소를 특별히 허락했던 김희중 대주교의 결단에서 시작된 일”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5년 김양래 이사와 광주 정평위 전현직 사제들은 5.18에 대한 악의적인 반복 왜곡과 날조에 대해 지만원 씨를 검찰에 고소한 바 있다.

당시 지만원 씨는 1987년 광주대교구 정평위가 5.18 참상을 다룬 최초의 사진전을 연 것과 “광주의거 자료집 2,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을 출간한 것을 두고, “신부를 가장한 공산주의자들”, “북한과 공모한 사진 자료집”, “북괴 정치공작원들과 정의평화로 위장한 천주교 신부조직”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2월 지만원 씨를 대상으로 한 명예훼손 관련 5개 사건 병합 재판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1987년 광주대교구 정평위가 낸 5.18 첫 사진 자료집. 5.18민주화운동 기록관에 전시돼 있다. ⓒ정현진 기자

김 이사는 “5.18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정도에 머물기에는 아직도 상황이 엄혹하고, 매우 많은 문제가 현재 진행형”이라면서 “당시 수감됐던 신부들이나 가톨릭교회가 5.18에 직접 관여했던 과정에 관한 기록, 상황을 교회가 자발적, 주도적으로 조사, 연구 및 정리해 세상에 제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40주년을 지내면서 이 작업이 별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광주대교구 중심의 5.18 기록사 다큐멘터리 제작 중

5.18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역사적 자료화를 위해 현재 교회가 준비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광주대교구 정평위 이태윤 사무국장은 “당시 교회 활동에 대한 일련의 역사적 내용이 교회 중심사로 정리되지 못한 것, 하나의 완성된 기록 작업이 없는 것은 아쉽다”면서 “현재 광주대교구를 중심으로 한 5.18 기록사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 중이며, 올해 안에 제작을 마무리하고 공개할 예정”이라고 6월 30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광주대교구는 1980년 5월과 뗄 수 없는 관계로 5.18에 대한 시민 사회의 진상규명 촉구를 지원하는 역할도 놓지 않겠다”며 “5.18이 역사적 사실로서만 존재하지 않고, 광주 시민들의 공동체적 연대라는 5.18 정신의 핵심이 우리 사회에서 일상화될 수 있도록 하는 작업도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5.18 당시부터 1987년 6월 민주항쟁까지 광주대교구를 중심으로 한 가톨릭교회는 다양한 방법으로 광주의 참상을 알리며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구속자, 희생자 및 유가족과 연대했다.

5.18을 무력 진압하고 정권을 잡은 전두환 신군부의 감시와 탄압이 엄혹했던 시기에도 5.18 이듬해부터 1주기 추모 미사 및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사제단의 단식기도, 사형자 구명 및 구속자 감형 서명운동과 피해자 가족 지원 같은 평신도들의 연대도 계속 이어졌다.

1985년 광주대교구는 천주교 자료집을 발간하고 1987년 광주가톨릭센터에서 최초로 5.18사진전 개최, 같은 해 9월에는 사진집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이어 10월에는 독일 제1공영방송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가 찍은 영상을 재편집한 비디오를 제작해 전국 성당에 배포하는 등 가톨릭교회는 광주의 진실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이러한 자료들은 미국, 일본, 유럽 등으로 퍼져나갔고 각국 언어로 번역돼 5.18을 국제 사회에 알리는 데도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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