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 임미정 수녀 인터뷰

기후 관련 활동가들이 한 번쯤 겪는다는 기후 우울증을 임미정 수녀(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도 경험할 때가 있다. 평균온도 상승에 따른 지구의 수명을 보여주는 사이트에서 남은 지구의 시간을 확인할 때면, “지금의 활동과 노력이 정말 필요할까 하는 회의와 우울감이 몰려온다.”

이렇게 우울할 때,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노력에도 지구에 마지막 시간이 닥친다면 위기극복을 위해 끝까지 함께한 신뢰하고 사랑하는 이들과 마지막을 맞이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한 기후 활동가의 말에 위안을 받았다. 해서, 임 수녀는 금요기후행동을 하러 거리에 나선다. 

코로나19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 기후의 이상 징후가 나타나지만, 마스크와 거리 두기의 불편함 말고는 이 사회에서 기후위기의 절박함을 읽을 수 없다. “피켓을 들고 서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과 나의 차이는 뭘까, 이 간극은 어디서 오는 걸까”라는 생각에 씁쓸하기도 하다. 하지만 “지치지 않고, 느린 호흡으로 더 많은 이들과 직접 만나” 기후위기를 알리기 위해 힘을 낸다.

전 세계 교회가 ‘찬미받으소서’ 특별 기념의 해를 보내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해 가톨릭교회는 ‘공동의 집’을 지키기 위해 관심을 촉구하고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후 관련 활동에 앞장서고 있는 가톨릭기후행동의 공동대표 임미정 수녀를 만났다.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JPIC) 담당이기도 한 그에게 기후 활동가 그리고 여성 수도자로서의 생각과 고민을 들었다.

7월 10일 광화문 광장에서 금요기후행동에 나선 임미정 수녀. ⓒ배선영 기자

학생 때부터 노동자, 농민, 빈민 등에 관심이 많았다. 가난한 이들과 연대하는 삶을 바랐던 임미정 수녀. 그는 수도회를 찾던 중,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를 처음 방문하고, 그날 동행한 수녀와 함께 당시 수도회에서 운영했던 서대문 근처 무료급식소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됐다. 그때 소박하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수녀들의 모습을 보며 입회의 마음을 굳혔다. 

수도회에서의 소임이 원하는 대로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본당 사목을 했지만, 그가 지향한 대로 서울대교구 빈민사목 소속 강북 평화의 집과 울주군 나자렛 공동체 소임도 했다. JPIC를 맡으면서 기후 문제를 공부하고, 관련 활동을 해오고 있다. 

두 영역을 경험하면서 그는 빈곤과 기후위기가 다른 차원이 아님을 깨달았다. 과도한 개발과 산업으로 인해 뜨거워지는 지구와 그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 가난한 이들. 그는 “산업화, 신자유주의의 발전으로 가난한 이들과 지구가 울부짖음을 호소하고 있으며, 이를 통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몸의 중심은 아픈 곳’(시 ‘몸의 중심’, 정세훈)이듯 “‘통합적 정의’의 기준은 가장 약한 이들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현장은 “기후위기와 코로나19로 일상이 더 어려워진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이 있는 곳 그리고 석탄화력발전소, 기후위기 주범 산업체, 거리 등 지구의 울부짖음이 있는 곳”이다.

그는 “나도 두렵고 약할 때 힘과 권위에 두려움을 느끼고, 종속하려는 경향을 스스로에게서 본다”며 “누구에게나 이런 면이 있지만, 끊임없이 기도하고 권위에 기대지 않고 선으로 향하려고 방향을 트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기후위기 또한 가장 약한 생명과 내가 연결되어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그러나 여전히 기후위기에 관심이 부족한 현실이다. 지난 7월 14일 정부가 내놓은 ‘한국형 뉴딜’ 계획안도 기후위기 인식 부족을 드러냈다고 비판받고 있다. 임 수녀는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구조의 전면적 변화를 포함하는 기후 정책, 기후 국회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회도 급진적 방식으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위험한 발상일 수 있지만 국회 앞에 드러눕기라도 해야 바뀔 것 같다”고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그만큼 기후문제는 절박하다.

가톨릭기후행동은 기후학교, 워크숍, 기후 관련 동아리를 조직하려고 노력 중이다. 노래, 춤 등에 기후위기 문제를 녹여 캠페인을 벌이는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는 임미정 수녀는 활기차 보였다. 그는 ‘기후버스킹단’, ‘방탄수녀단’ 등 작은 동아리를 통해 의지가 있으나 무엇을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싶다.

지난 5월 대전교구 내포도보순례 때, 가톨릭기후행동 회원들과 기타를 들고 있는 임미정 수녀.(오른쪽 아래) (사진 제공 = 가톨릭기후행동)

또한 내년이면 마무리하는 생명평화분과 담당 임기 안에 여성 수도자들이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길 원한다. 그는 “지금까지는 부르면 초대에 응하는 역할이었는데, 여성 수도자가 주체가 되는 활동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다”고 바람을 털어놨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생명평화분과를 혼자 담당하고 있는 임미정 수녀는 기획하고 실행하기에 힘에 부치곤 한다. 그럴 때면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만큼만 하자며 자신을 돌아보며 겸손을 청하고, 천천히 가자”고 자신을 달래 본다.

한편으로 임 수녀는 “스스로도 여성이며, 수도자로서 어디까지 나설 수 있을까를 늘 식별하고 고민한다”고 했다. 여전히 교회와 사회에서 수녀는 ‘조용히 기도하고, 앞에 나서지 않는’ 이미지로 인식되고는 한다. 그러나 그는 “가난하고 약한 현장을 보면 정의평화에 대한 인식이 생기고, 이를 위한 기도를 하다 보면 내 몸으로 가서 연대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코로나19 위기에 교회는 소외되고 어려운 이들과의 연대에 힘을 쏟았다. 생명평화분과 소속 여러 수도회도 마찬가지였다. 재난지원금을 모아 도시락을 쪽방촌 등에 전달했고, 이주민들에게 전화카드와 물품을 후원하기도 했다. 각 수도회에서 생명평화분과를 담당하는 수녀들과 몇 주간 중림동에 있는 한사랑가족공동체에 음식을 직접 만들어 나눴다.

끝으로 임미정 수녀에게 지구를 위해 일상에서 하는 실천 방법을 물었다.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이용하기. 일주일에 한 번 세탁기 돌릴 때, 마지막 헹굼 뒤 탈수하기 전에 세탁기를 잠깐 멈추고 물을 퍼내서 걸레 빨 때 쓰기. 외식할 때 부족한 듯 시키기-같이 밥 먹는 이들에게 미안할 수 있다. 남은 음식 싸 오기-통을 챙기는 것을 잊을 때가 많아 가능한 한 다 먹으려고 애쓰니 자꾸 의복 치수가 커진다고 한다.

그는 인터뷰하는 동안 ‘관계성’을 여러 번 강조했다. 시베리아의 기온이 38도까지 오르고, 세계 곳곳에 홍수가 나는 것이 나와 무관하지 않으며, 나와 미래 세대의 일이라는 것. 세상의 가장 약한 부분과 내가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한다면 우리는 결코 기후위기를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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