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7월 18일, 경주역 광장. 한 남자가 피켓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그날은 전국 탈핵 진영이 “핵쓰레기장 저지 범국민 행동”을 개최한 날이었습니다. 그는 전북 완주에서 왔다고 합니다. 그의 아내와 두 딸과 함께.

전북 완주에서 온 한 남자가 경주역 광장 앞에서 핵쓰레기장 건설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장영식

 

‘10만 년의 책임’을 말하는 고준위핵폐기물 공론화 과정이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과는 달리 졸속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공론화라는 이름을 빌려 모든 정보를 차단하고, 비밀주의로 진행했습니다. 게릴라식으로 여기저기 장소를 옮기고, 문을 걸어 잠그고, 경비가 삼엄하게 지키는 가운데 501명의 시민참여단의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대부분은 화상 회의로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를 모아서 최종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합니다. 후안무치 그 자체입니다.

박근혜 당시에는 적어도 프로그램 진행과 대상이 엉터리였을지라도 모든 자료를 공개했고, 회의록도 영수증도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그 어떤 참여의 제한도 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공론화는 참여도 제한하고 숙의 자료집도 비공개일 뿐만 아니라 토론자도 사전에 비공개이며, 회의록과 예산 집행 내역도 비공개로 진행되었습니다. 공론화라는 이름으로.(https://www.facebook.com/leowonny/posts/3364590366941503?__tn__=%2CdH-R-R&eid=ARDzIB2_CjAca_NBZPym-rYkv9uMjLITdL1Yv6uzbOYVViITystVvNcvFVeke1LVKa-szR5y0UxxbLxw 참조)

 

전북 완주에서 온 어린이들이 "핵쓰레기장 건설 반대" 피켓을 만들고 있습니다. ©장영식

 

그는 이 상황을 “안타깝고, 부끄럽다”라고 말합니다. 두 딸에게도 부끄럽고 참담하다고 했습니다. 지금 현재 세대들이 이렇게 무책임하게 10만 년의 책임을 엉터리로 결정하는 것에 두렵고,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훗날 두 딸이 “그때 아빠는 무얼 하셨나요?”라고 물었을 때, 떳떳한 아빠가 되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두 딸을 비롯한 미래 세대에게 빌린 지구를 훼손 없이 온전하게 돌려주고 싶다고 말하며, 시민들의 행진에 함께했습니다.

 

핵쓰레기장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엉터리 공론화를 규탄하는 대현 현수막을 들고 경주 시내를 행진하고 있습니다. ©장영식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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