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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도 '함께' 고쳐가는 교회 - 신학교 성폭력 사건과 교회쇄신

기사승인 2020.07.29  13: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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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학과 성찰 - 이미영]

이 글은 <가톨릭평론> 2020년 7-8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세상이 폭로한 신학교 성폭력 사건

지난 5월 16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인천교구 신학교에서 벌어진 신학생 성폭력 사건을 고발했다. 언론의 취재를 접한 인천교구는 방송을 앞둔 5월 8일 가해 사제를 면직 조처하고, 방송 전에 기자회견을 열어 교구의 입장을 밝혔다. 인천교구에서 밝힌 사건의 전모는 이렇다.

1996년 처음 개교한 인천가톨릭대학교에서 당시 초대 총장이었던 가해 사제가 1996년부터 1998년 사이에 위력에 의한 성추행을 저질렀고, 그 사실을 교구장이 알게 되어 1998년 5월 18일 가해 사제에게 “인천교구를 떠나 평생 속죄하며 조용히 지낼 것”을 명령해 모든 사제 직무를 박탈하고 인천교구에서 퇴출했다. 이후 가해 사제는 경기도 여주에서 지내왔고, 당시 교구장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 <SBS>의 취재 과정에서 이 문제를 캐묻자 인천교구에서는 다시 피해자 파악을 중심으로 진상조사를 벌였고, 당시 신학생 중 9명의 피해자를 파악했다.

인천교구는 그간의 경위를 밝히며 당시의 제재와 징계가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해 가해 사제를 곧바로 면직 조처하고, 쇄신위원회를 구성해 성직자 쇄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방송 뒤 3일 후에 인천교구장도 22년 전 한 사제의 부적절한 행위와 교구의 안이한 대처와 부족한 윤리의식에 대해 잘못을 통감한다며 피해자와 교구민에게 사과했다. 아울러 피해자들의 아픔에 더 귀를 기울이고, 사제의 성 인식과 성 문제, 교구 내 성차별의 원인 규명과 교회쇄신을 위한 제도, 피해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며, 구체적인 쇄신안은 추후 발표하기로 했다.

인천교구에서는 이 사안에 대해 신자들에게 기도를 요청했지만, 평신도가 할 수 있는 건 기도뿐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천교구의 쇄신 논의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며, 더 나아가 한국천주교회가 교회 내 성폭력 문제와 관련해 더 진전된 교회쇄신 논의를 시작하길 바라며 평신도로서 이 사건과 관련한 의견을 나눠 본다.

2020년 5월 16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중 한 장면. (이미지 출처 = '그것이 알고싶다 공식계정'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더 엄중하게 돌아봐야 할 교회 지도부의 책임

한국천주교회에서 교회 내 성폭력 문제가 처음으로 공론화된 건 2018년 2월 수원교구 사제의 성폭력이 <KBS 뉴스> 인터뷰를 통해 공개적으로 세상에 드러난 이후다. 한국천주교회는 곧바로 주교회의 의장까지 나서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교회 내 성폭력 예방 교육 등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이후 교구마다 성폭력 피해 접수처가 설치되는 등 가시적인 변화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해당 교구에서만 입장과 사과를 발표했을 뿐,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상하다 싶을 만큼 교회 안이 조용하다. 교회가 피해자의 증언 이후에야 비로소 문제를 인지했던 2018년 사건과 달리 이 사건은 22년 전에 이미 교회 지도부에서 진상을 파악했음에도 숨겨온 사건이라는 점에서 한 개인의 잘못을 넘어 교회의 책임이 훨씬 큰 중대한 사안이다. 더군다나 사제를 양성하는 신학교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이다. 그런데도 이 사건과 관련한 교회 언론의 취재는 그의 면직을 알리는 단신과 인천교구의 공식 입장을 전하는 ‘받아쓰기’ 보도 외에는 없다.(1) 아니, 교회 언론이 기사와 칼럼 등을 통해 형성하는 여론은 성폭력 사건과 무관한 사제들의 죽음을 함께 편집해 다룬 언론사의 선정성을 비판하는 데 주로 관심을 돌린다.

물론 나 역시 그 방송을 보면서 ‘성폭행’보다 더 자극적인 ‘죽음’을 부각한 편집과 연출이 오히려 신학생 성폭력 사건의 심각성을 흐렸다고 생각했다. 특히 사건과 관련없는 추기경 이름을 조명한 부분 등 여러 장면에서 제작진의 의도가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교회에서 더 심각하게 논의해야 할 사안은 사회 언론의 비윤리적 행태보다 교회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을 바로잡는 작업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피해생존자는 교회에 파장이 클 것을 우려하며 한참을 주저했지만, 가해자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면 증언하겠다고 나섰다. 그렇다면 그의 용기 있는 목소리 덕분에 교회의 잘못을 바로잡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 계기가 되었다는, 소중한 증언자의 목소리로 바꾸어내는 후속 논의가 교회 안에서 이어져야 한다.

가톨릭교회의 사제 성폭력 문제는 단순히 문제 있는 개인이 저지른 잘못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보스턴교구의 사제 성폭력 은폐사건을 추적하는 기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스포트라이트'(2015)와 프랑스 리옹대교구의 사제 성폭력 피해생존자들이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해방된 말'(La Parole libérée)이라는 단체를 결성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 '신의 은총으로'(2019)는 모두 실제 일어난 가톨릭교회 성직자들의 성폭력 사건을 다루었다. 그런데 두 영화 모두 범죄를 저지른 사제 개인의 잘못보다, 그 문제를 숨겨왔던 교회의 태도에 더 초점을 맞춘다. 교회라고 성폭력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순 없겠지만, 그 범죄를 알았음에도 가볍게 다루거나 비밀스럽게 감춰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하고 더 나아가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게끔 방조한 교회의 ‘은폐’는 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이 가해자뿐 아니라 교회에도 책임을 묻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인천교구는 1998년 5월 18일 처음 문제를 알게 된 후 곧바로 가해 사제의 총장 직무를 박탈하고 교구에서 퇴출했다며, 현재의 눈높이로 보면 미흡하지만 당시로써는 분명히 징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구에서 처음 문제를 인지했다는 시점 이후로도 활발했던 가해자의 교회 내 활동을 보면, 교구의 해명에 고개가 갸웃해진다. 교회 언론에서 가해자의 이름으로 나오는 과거 기사를 중심으로 그의 이후 행보를 정리하면 이렇다.

가해 사제는 교구에서 문제를 파악했다는 1998년 5월에 곧바로 학교를 떠난 것이 아니라 1999년 1월에야 총장에서 전통종교미술학과 교수로 인사발령이 났고, 1999년 3월에는 정식으로 총장 이·취임식도 거행했다. 그는 총장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로서 교회사 심포지엄에서도 발표하고, 1999년 가을에 창립한 ‘한국가톨릭문화학회’에서 총서발간 저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참고로 당시 그 학회의 회장은 인천교구 총대리였다. 2000년 1월 교구 정기인사에서 안식년에 들어갔던 그는, 1년 후 교구 정기인사에서 토착화연구소로 발령이 났다. 2002년에 그는 천주교 발상지인 경기도 여주 주어사 터 인근에 박물관 설립을 추진해 관장이 되었고, 교회 안에서는 토착화 연구의 전문가로서 계속해서 활발하게 학술 활동을 했다. 은퇴하기 1년 전 그는 장애인수도공동체를 설립해 새로운 수도공동체의 설립자가 되었고, 2015년 1월 교구 정기인사에서 원로사제로 은퇴할 때도 신학토착화연구소 직책에서 퇴임하는 것으로 소개되었다. 그는 고 김수환 추기경의 묘소에 매일 꽃을 바치는 겸손한 사제로, 2019년 가을에는 교황 방한 124위 시복 기념으로 제작한 대형 나전칠화 작품을 교황청 인류복음화성에 기증하도록 기획·추진한 실무 담당자로서 교회와 세상 안에서 칭송을 받았다.

2020년 5월 8일로 면직되었다는 단신이 나오기 전까지, 다른 교구에서 주로 활동했다는 흔하지 않은 이력으로만 보일 뿐 교회의 징계를 받았다고는 아무도 알아채기 어렵다. 가해 사제 역시 방송에서 자신을 무사히 사제로서 은퇴시켜준 인천교구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신학생들이 아들 같아서 사랑의 표현으로 그랬다며, 자신의 애정표현을 싫어했던 학생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변명으로 일관했다. 그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자신의 행위가 범죄라는 사실도, 피해자가 누구인지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 하는 것으로 보인다.

방송에서 용기를 내어 증언한 피해자는 당시 가해자에게 당한 성폭력의 순간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또 그 피해를 곧바로 알리고 도움을 청했던 학생처장 사제가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는 것에 대해 얼마나 실망했는지, 그리고 지금껏 그 가해자가 교회 안에서 사제로 살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화가 나는지, 22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한 그 고통을 토로했다.

교회 지도부는 가해 사제 개인이 저지른 잘못 때문에 세상의 비난을 함께 받게 된 억울한 피해자가 아니다. 22년 전 가해 사제의 잘못을 알려 도움을 청한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한 방관자이고, 피해자의 증언을 (그들을 보호한다며) 폐기하고 사건을 침묵 속에 묻어버려 피해자의 고통을 더 깊고 오래 묵게 한 또 다른 가해자이며, (제발 그런 일은 없으면 좋겠지만) 가해자의 잘못을 은밀하게 덮어주었기 때문에 혹시 다른 피해자가 생겼다면 그의 범죄를 도운 조력자다. 전임 교구장의 대처가 미흡했다며 그 책임을 과거로 돌리고, 세상 언론을 통해 문제가 제기된 이후에야 ‘면직’했다고 가해자와 선을 그어도 그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

지난 5월 19일, '그것이 알고 싶다' 방영한 3일 뒤에 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가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미지 출처 = 인천교구 홈페이지 공지사항 일부 갈무리)

교회가 성직자의 성폭력 문제를 다뤄온 방식

교회 안에서 성폭력을 저지른 사제를 징계하는 방식은 사안의 엄중성에 따라 대기, 정직, 면직 등 사제 직무를 멈추게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인천교구가 취했던 징계 방식을 보면 ‘안식년’이라는 쉼의 시간을 주는 방식과 교구 밖으로 내보내는 방법을 택했다. 영화 '스포트라이트'에서 고발했던 미국의 보스턴교구도 가해 사제들을 잠시 직무정지시키거나 그 사건을 모르는 다른 지역으로 인사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대처해, 피해자는 계속 늘어나고 문제가 더 심각해져 세상에 폭로되었다.

사제의 성폭력은 개인의 연애사나 정결서원을 지키지 못하는 성적 욕망의 문제가 아니라, 그 행위로 인해 고통받는 피해자가 있는 엄연한 폭력이다. 그럼에도 가해자를 더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런 교회의 태도는 사제 독신생활의 어려움을 이기지 못해 잠시 죄의 유혹에 빠진 것으로 보는, 가해자에 대한 깊은 연민도 한몫한다고 여겨진다. 인간의 나약한 한계를 인정하고 죄인을 용서하는 것, 그것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어머니 교회다운 모습이라고 여기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교회의 이런 태도는 피해자의 고통보다 가해자의 변명에 더 귀 기울인다는 점에서 공평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교회의 은폐는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청하거나 문제의 재발을 막는 변화의 계기를 맞기는커녕, 자신을 스스로 합리화하고 죄를 멈추지 않도록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아울러 피해자에게는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용기를 내거나 피해 회복을 위한 도움을 교회에 요청할 수 없게 막는 걸림돌이 된다.

교회 내 성폭력 문제가 처음 공론화됐던 2018년 이후로 한국천주교회 안에서는 사제의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고, 사제 평생 교육과 신학교 양성 과정에 성폭력 예방 교육이 더 강조되고 있다. 교구마다 성폭력 피해 접수 창구를 설치해 주보와 홈페이지를 통해 상시적으로 알리고 있고, 주교회의 산하에 이 문제를 다루는 ‘교회 내 성폭력 방지 특별위원회’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각 교구 성폭력 피해 접수 창구에 어떤 피해 사실이 얼마나 제보되는지, 제보된 내용은 어떤 과정으로 어떻게 조사하는지 아무도 모르고, 신고한 피해자에게 교회가 어떻게 도움을 주고 보호하는지도 신자들에게 알려진 바 없다. 교회 내 성폭력 방지 특별위원회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그 위원회가 설립되고 2년이 지났지만 위원장과 부위원장 주교의 이름 외에는 누가 그 위원회에서 활동하는지 전혀 공개되지 않았고, 또한 어떤 일을 하는지도 아는 사람이 없다.

그렇게 비밀스럽게 이 사안을 다루어야 할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으면, 가장 기초가 되는 교회 내 성폭력 예방을 위한 지침서 정도라도 지금쯤은 나왔어야 하는 건 아닐까? 교회가 사건이 벌어진 직후에는 곧바로 사과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약속하고는, 차츰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지면 슬그머니 무마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피해자를 중심에 두고 ‘함께’ 교회쇄신을 논의하기 기대하며 성직자의 성폭력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9년 5월에 교회 내 성폭력 문제를 다루는 규범으로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Vos Estis Lux Mundi)라는 교서를 발표했다.(2) 교회 내 성폭력 문제를 다루기 위해 “누구나 접근하기 쉽고 안전하며 공적인” 체계를 마련하고, 피해자와 그 가족을 존중하고 그들의 비밀과 평판을 보호해야 하며, 피조사자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누리면서 90일이나 정해진 기한에 조사가 종결되어야 하고, 국법을 준수해 사안이 처리되도록 법적 근거를 제시한 교서다. 이 교서에서는 교회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는 “우리 주님을 배신하는 것이고 그 피해자에게는 육체적 심리적 정신적 상해를 입히며 신자 공동체에 해를 끼치는 것”이라며, 어떤 형태로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진심에서 우러난 지속적이고 깊은 회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이러한 진심 어린 회개는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동참하는 구체적이고 확실한 행동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동참하는 구체적이고 확실한 행동”의 방법은 지난해 신한열 수사가 소개한 최근 프랑스교회의 움직임이 좋은 사례가 될 듯하다.(3) 프랑스 주교회의는 사제 성폭력 피해자들을 초대해 주교들과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피해자들에게는 그들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교회 안에서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하나의 치유 과정이 되었을 것이고, 더 나아가 교회 내 성폭력을 예방하고 대처하는 실질적 방안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증언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이후 프랑스교회는 교회 내 성폭력 문제와 관련해 피해자들에게 귀 기울이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였고, 또 어려움을 겪는 사제들을 동반해 그들이 잘못을 저지르지 않게 예방하고 가해자에게도 도움을 주고 있다. 그 과정에는 대학병원의 전문가나 시민사회도 참여해 돕고 협력한다.

2018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교회 지도부에서 교회 내 성폭력을 고민하는 방향은 사제 중심의 대책위원회를 꾸려 성직자 스스로 쇄신하겠다는 결심에 방점이 더 찍히는 것 같다. 물론 필요한 일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교회가 가해자의 편이 아니라 피해자의 편이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게 하고 피해자가 회복되도록 최선을 다해 돕는 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교회 구성원이 피해자의 고통을 제대로 마주하고 진심으로 그 아픔에 공감하며, 피해자의 보호와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하겠다.

아울러 교회 안팎에는 대학이나 병원에서 성폭력 문제를 다루는 전문가도 많고, 인권이나 성폭력 문제를 다루는 시민단체도 있다. 교회가 진정한 쇄신 의지가 있다면, 이러한 전문가와 평신도, 시민단체 활동가를 쇄신위원회에 포함시켜 어떤 일정 계획 속에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지 명확하게 밝히고 작업해야 할 것이다. 그 논의 안에서 피해자가 교회를 믿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투명하고 안전한 구조를 만드는 작업과 더불어, 더 나아가 독신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성직자들을 돕는 고민도 있어야 하겠다.

“숨겨진 것도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도 드러나게 되어 있다.”(마르 4,22) 세상에서 사회적·정치적 이유로 비밀스레 감춰지는 사건에 대해 교회가 진실을 요구할 때 자주 인용하는 성경구절이다. 이 말씀은 이제 교회에도 똑같이 메아리쳐 돌아왔다. 부끄럽지만 솔직하게 이 사건을 ‘은혜로운 회개의 때’로 받아들여, 피해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전하고 살필 수 있는 평신도와 전문가,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동참한 쇄신위원회에서 ‘함께’ 교회쇄신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1) <가톨릭신문>에 '인천교구, 교구 사제 성추행 사죄'(2020.5.17.)와 '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 사제 성추문 공식 사과'(2020.5.24.) 2개의 기사, <가톨릭평화신문>에 '인천교구, 1990년대 신학생 성추행 사건 통렬히 반성'(2020.5.24.) 1개 기사,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22년전 사제 성추행 처벌 미흡 통감'(2020.5.18.), '정신철 주교, 사제 성추행 “진심으로 사죄”'(2020.5.20.) 2개의 기사, <가톨릭프레스>에 '인천가톨릭대 1대 총장, 위계에 의한 성폭력으로 22년 만에 ‘면직’'(2020.5.18.), '위계에 의한 성폭력…천주교 인천교구장 공식 사과'(2020.5.19.)가 전부다.

(2) 프란치스코 교황 교서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 제24권 2호 통권 60호(2019.8.), 한국천주교주교회의, 56-69쪽.

(3) 신한열, '프랑스 교회가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 <가톨릭평론> 19호(2019년 1·2월호), 83-96쪽 참조.

이미영

우리신학연구소 소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이미영 editor@catholicnews.co.kr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의 기사는 영리 목적이 아니라면 누구나 출처를 밝히고 무료로 가져다 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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