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제에서 만난 나 그리고 청년들]

요즘 대세 생활 악기, 취미 악기 : 칼림바

최근 1년 사이, ‘칼림바’라는 악기가 국내에서 굉장히 유명해졌다.

칼림바는 아프리카에서 만들어진 악기로 나무에 가느다란 금속판 여러 개를 한 쪽만 고정되게 달아, 고정되지 않은 쪽의 얇은 금속판을 튕기면 발생하는 진동에 의해 소리가 나는 악기다. 엄지 피아노, 손가락 하프라고도 칭하며, 음역과 크기, 모양 등에 따라 엠비라, 리켐베 등 아프리카 지역에 따라 수천 개에 이르는 다양한 종류와 명칭을 가지고 있다.

아름다운 음색과 간단한 연주법으로 입문하기 쉬운 접근성으로 인해 칼림바를 좋아하고 연주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다. 독학도 가능한 악기이지만 함께 체계적으로 배우면 좋아 문화센터 등에서도 칼림바 반이 많아지고 있으며 심지어 학교에서도 수업 시간에 가르치고 있다.

올해는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관악기 수업이 무기한 연기되거나 취소되며 이를 타현악기가 대체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저렴한 가격에, 소지하기도 작고 가벼운 칼림바를 선호한다. 또 슬기롭게 집콕생활을 즐기는 이들의 취미생활로도 각광받고 있어 온오프라인으로 아주 뜨겁게 ‘뜨고 있는’ 타악기다.

칼림바. ©유혜진

아름답고 따뜻한 힐링 음색의 칼림바     

정확한 악기의 명칭은 모르더라도 맑고 깨끗한 칼림바의 예쁜 소리를 들어 본 사람들은 바로 그 음색에 매료당한다. 금속판을 튕겨서 내는 소리이나 차갑지 않고 따뜻하며 부드러운 음색을 지녀 어떤 멜로디를 연주해도 듣는 이의 심신을 편안하게 안정시켜 주는, 힐링이 되는 악기다. 그 특별한 음색 덕에 악기 중에 거의 유일하게 호불호가 갈리지 않고 모두가 좋아하는 악기가 바로 칼림바다.

나 역시 작년에 우연히 칼림바 연주 영상을 접하면서 그 매력적인 악기의 음색과 단순해 보이는 연주법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작년까지만 해도 국내에 몇 안 되는 칼림바 특강을 찾아 듣고 관심을 키웠다. 다양한 칼림바를 구매하여 연주해 보고 주변에도 선물하며 칼림바의 세계에 조금씩 빠져들기 시작했다.

칼림바를 손에 조금 익혀 어렵지 않은 칼림바 연주 영상을 SNS에 올렸더니 예상보다 반응이 좋았다. 녹음과 연주가 어려운 오카리나 연주보다 오히려 쉬운 칼림바 연주가 듣기 좋다는 등의 지인들의 반응을 듣고 칭찬임에도 잠시 멍했던 기억도 있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랄까.

연주자와 강사로서의 활동은 오카리나로 계속하지만, 유튜브나 SNS에서 공유하는 연주 영상은 칼림바를 주력해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지만, 그저 고민에 그쳤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의 정체성은 관악기 연주자로 타악기인 칼림바는 하나의 취미생활로만 여겼었다.

칼림바, 취미에서 직업으로

그러다 올해 초, 코로나19 초기인 개학 전부터 학교나 문화센터 등에 출강하는 관악기 강사들은 걱정스러웠고 결국 그 걱정은 이례적으로 악기 수업을 비대면으로 진행하거나 혹은 연기, 취소되는 결과로 받아들여야 했다.

코로나19가 대유행을 하는 것을 지켜보며 이것이 짧게 지나가지 않을 것임을 직감했고, 또 이제는 완벽하게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함을 받아들였다.(사실 아직도 관악기 연주자, 강사로서의 나의 위치와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렇게 한 학교는 자유학기제 음악 수업으로 27명이 수강하는 오카리나 수업을 비대면 온라인 수업으로 준비하게 되었다. 나와 같은 외부협력강사는 정규직이 아니라 시간강사인데, 코로나19로 인하여 계약조건이 많이 바뀌었지만 동일하게 2시간 수업료를 받으면서 그의 몇 배에 해당하는 시간을 쓰고 있다. 수업 자료를 위한 동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고, 업로드하고 또 아이들에게서 온 숙제를 검사하고 피드백을 주는 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한다.

나는 그렇게라도 한 학교는 수업을 진행했지만, 다른 많은 관악기 강사들은 아예 수업을 시작도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는 학교에서 계약을 파기하기도 애매하니, 칼림바나 우쿨렐레 등 다른 타현악기를 가르쳐 주기를 요구한다고 한다.(나 역시 다른 한 학교는 연기 상태이나, 아직 그런 요구를 듣지 않았지만 그에 응하지 못하면 계약이 취소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이번 학기 초부터 관악기 수업이 어렵게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서, 관악기 수업이 당분간 쉽게 재기되지 못할 것임을 받아들이고 취미로만 여기려던 칼림바 지도자 과정을 밟았다. 그때까지도 혹시 모르니 타악기 지도자 자격증이 있으면 나중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고 1급 자격증을 따놓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 후, 코로나19로 인하여 더더욱 칼림바 자격증을 따고 싶어 하거나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내 주변에서도 내가 칼림바 연주를 하고 자격증이 있는 것을 알고 내게 수강을 원하는 사람들이 생겨 자연스럽게 칼림바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예쁜 음색의 칼림바(플레이트형). ©유혜진

무슨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시작한 것이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 신기하게 퍼즐이 맞춰지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경우가 있다. 떼제에서 독창자가 되어 음악을 다시 진지하게 시작하게 된 때, 한국에 돌아와 오카리나를 접하게 된 때, 그리고 이번 경우도 내게는 그런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동안 몇 가지 악기를 할 수 있었음에도 오카리나 연주자로서의 정체성만을 고집하고 있었는데, 칼림바의 매력에 빠져 취미 삼아 하려고 배워 놓은 것이 현재 칼림바 수업을 오카리나 수업보다 더 하게 될 것 같아졌다. 이런 상황에 고민을 하다 스스로 깨달은 점이 있다. 나에게는 무슨 악기로 연주하느냐가 중요하다기보다는 다른 이들에게 힐링을 주고 희망과 기쁨, 위안을 주는 그런 음악을 하고 싶은 의지가 더 크다는 것이다. 악기는 오카리나가 될 수도 있고, 칼림바가 될 수도 있으며 다시 노래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악기는 나의 음악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고 내가 대중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에너지, 메시지, 선한 영향력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느꼈다.

내게 음악은, 힘들 때에는 위로가 되고 희망을 주며, 기쁠 때에는 더 큰 기쁨을 주고, 슬플 때에는 함께 슬퍼해 주는 존재다. 음악이라는 것이 느낀 바를 구체적으로 형언할 수는 없으나 나의 가장 힘든 시절, 어려움을 달래주던 것이 음악이었다.

내가 위로받았던 그 음악을 내가 누군가에게 들려주어 힘이 되어 줄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하루를 산다. 그것이 어떤 모습이든 정직하고 아름답게, 가톨릭 신자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려 노력한다.

유혜진(마리아)
MaryU(메리유)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오카리나 연주자이자 강사. 공연기획 및 진행, 영어 통•번역 일도 하고 있으며 떼제 기도모임에서 선창과 솔리스트를 맡고 있다.
대학에서 영어영문학, 사회복지학, 실용음악학(오카리나)을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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