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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윤리란 무엇이 돼야 할까?

기사승인 2020.08.07  12: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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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당 페미언니와 성·사랑·몸 수업]

윤리는 인간 행위의 가치를 측정하는 기준이 되고 도덕적 지침의 역할도 한다. 교회는 역사상 윤리를 매우 강조해 왔다. 윤리적 행실이 표양으로 드러나야 신앙이 참된 것으로 증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앙 따로 삶 따로는 있을 수 없으며 영성이 개인을 윤리적 존재로 거듭나도록 도울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윤리의 영역 중 성윤리는 주로 섹슈얼리티에 관심을 둔다. 섹슈얼리티는 성행위, 성정체성, 성적 지향, 성적 욕망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철학자 수전 그리핀(Susan Griffin)은 섹슈얼리티를 통해 자신의 신체적 자아를 가장 깊이 사랑할 수 있으며, 우리가 언어 바깥에서 다른 존재에게 가닿을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 섹슈얼리티라고 말했다.1)

여기에는 타인의 몸에 대한 구체적인 욕구와 체험이 포함된다. 그러므로 반드시 도덕적이고 정의로워야 한다. 그러나 쏟아지는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의 고발과 디지털 성범죄 사건들이 그동안 우리 사회의 성윤리가 얼마나 결여되어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혼인·가정윤리가 성윤리의 전부일 수 없어

그런데 그리스도교에는 성윤리가 있었는가?

대구가톨릭대 김정우 신부의 지적처럼, 이천 년을 넘긴 그리스도교의 역사에서 엄밀한 의미의 성윤리란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가정윤리와 결혼윤리만이 존재했을 뿐이다.2)

가톨릭교회는 기본적으로 성적 욕구를 부정적으로 보고 순결과 정절을 강조한다. 혼인 상태의 남녀가 자녀의 출산을 목적으로 두고 성적으로 결합하는 행위만을 윤리적이라고 본다. 지나치게 보수주의적이고 금욕주의적인 혼인-가정윤리가 성윤리의 모든 것일 수는 없다.

인간의 풍부한 성애에 대해 관심 있게 교리와 윤리를 발전시켜 오지 못한 결과, 교회는 섹슈얼리티와 관련된 다양한 억압과 폭력을 첨예하게 인식하기도 어려운 수준이 되었다.

그러나 성문제에 윤리적 가늠이 필요한 장면은 어떤 섹스가 두 사람을 인격적으로 연결하고 있는지, 아니면 누군가 도구화·대상화 되고 있는지의 여부여야 한다.

(이미지 출처 = Pxhere)

몸을 입은 윤리, 맥락을 보기, 관계를 보살핌

성직자와 수도자의 독신생활이 강조되는 가톨릭의 문화에서 성애적 삶은 신앙적 성숙에 방해가 되는 요소로 여겨진다. 정신을 육체보다 우위에 놓는 신학 전통이 성을 영적인 것보다 못한 것으로 이해하며 진지하게 다뤄 오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매 미사 때마다 그리스도의 성체를 받아 모시는 우리의 몸은 어떤 몸인가? 성별화되고 성애화된 조건을 인식하며 나답게 살아갈 수 있을 때 몸과 삶을 분리시키지 않아도 되는 신앙생활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

생활세계를 살아내는 인간의 경험들에서 하나의 정답을 제시할 수 있는 사안은 많지 않다. 개인이 서 있는 지점이 다 다르고 삶의 맥락을 이루는 요소들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처해 있는 각각의 정황을 파악하면서 어떤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들리지 못하게 만드는 세력은 누구인지 관심을 기울이는 윤리가 필요한 이유다.

보살핌의 윤리학을 창안한 심리학자 캐롤 길리건(Carol Gilligan)에 따르면, 보편 추상의 원칙 못지않게 보살핌의 원리가 행위자의 도덕적 성숙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그가 수행한 남녀 대학생의 인식 차이, 임신중절 결정연구, 권리와 책임에 관한 연구 등에서 많은 여성은 구체적인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중시하며 도덕적 선택을 하게 된다고 응답했다. 타자의 고통을 민감하게 감지하고 소중한 관계를 해치고 싶지 않은 희망과 책임감은 도덕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태도로 설명될 수 있다.

친밀한 타인과 몸을 통해 어떻게 관계 맺을 것인가를 중요하게 인식하게끔 해주는 섹슈얼리티, 그것에 관한 윤리는 명백한 답안지의 형태로 주어질 수 없다. 기본적으로 관계를 요청하는 것이고, 맥락을 살펴야 하며, 변해 가는 관계 속에서 진정한 호혜, 민주적 소통을 일구어 가야 하는 일이다.

그리스도교 성윤리를 만들기

듀크대학교의 캐시 루디(Kathy Rudy) 교수는 저서 "섹스 앤 더 처치"에서 섹슈얼리티가 하느님을 알게 하는 독특한 토대라고 말했다. 성애적 상호성을 통해 인간에게 자유를 주신 하느님의 사랑을 경험하면서, 영적 공동체에 대한 우리의 소망을 긍정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나는 보수적이고 금욕적인 성윤리가 파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진정한 사랑과 진짜 정의가 무엇인지에 천착하는 성윤리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의와 사랑을 적극적으로 담은 윤리를 확립한다면 어떤 섹스가 도덕적인지 방향성은 잡힌다. 혼전 성관계, 피임 실천, 동성간 성애를 터부시할 것 아니라 인간 존엄을 해치는 성적 위협과 폭력을 문제 삼아야 한다. 이것은 혼인 안에도 많고, 교회 안에도 있다.

교리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더딘 일이 되겠지만 우리 자신이 교회가 되기로 용기를 내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무엇으로도 환원될 수 없는 나의 고유한 섹슈얼리티를 존중하고, 개인의 경계를 잊는 충만한 기쁨 또한 누리면서 살자. 그렇게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서로의 몸의 경험을 진심으로 격려해 주는 교회가 되어 주자.

1) 수전 그리핀, '페미니즘과 엄마됨(1974)', "분노와 애정", 모이라 데이비 엮음, 김하현 옮김, 시대의창, 2018, p.84.

2) 김정우, "포스트모던 시대의 그리스도교 윤리", 위즈앤비즈, 2008, p.156.

강석주(카타리나)
서울대 종교학과 졸업, 여성학 협동과정 박사 수료. ‘페미니즘 시대, 실천적 종교연구를 위한 시론’, ‘낙태죄 판결의 의미와 가톨릭의 과제’, ‘아일랜드 국민들의 정의로운 선택’ 등을 썼다. 현재 ‘여성 종교인의 임신중지 체험의 의미와 본질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를 주제로 박사논문 준비 중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강석주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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