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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우려, 성소수자 고통에 앞서나

기사승인 2020.08.11  16:2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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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별금지법에 대한 엇갈리는 교회 목소리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발의되고, 종교계 내에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개신교계 일부에서는 제정 반대 성명을 내는 등 논란이 거세지만 지난 4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차별금지법은 우리 모두를 위한 법"이라며 제정 촉구 성명을 낸 바 있다.

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차별금지법 제정연대와 오는 13일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오체투지’를 한다. 한국 가톨릭교회는 어떨까?

한국 가톨릭에서는 아직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교계 언론을 통한 목소리 그리고 그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면, 차별금지법 가운데 특히 성적 지향과 성적 정체성 보장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입장은 명확하면서도 복잡해보인다. 이에 대한 가톨릭계 최근 움직임을 짚어보고 교회 내 분위기에 대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어떤 차별도 안 돼 VS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때문에 교회 가르침에 반해

먼저 <가톨릭신문>은 7월 12일자 1면과 11면에서 “가톨릭교회 시각에서 바라본 차별금지법”을 다루면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왜 필요한지 소개하고, 차별금지에 관한 교회 문헌,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성명, “마땅히 제정되어야 하는 법”이라는 천주교인권위원회의 입장 등을 실었다.

또 기사에는 이 법이 “어떤 차별도 발생하면 안 되기 때문에 제도적 장치로서 필요하며, 일부 사회 집단이 일방적으로 안 된다고 외치는 주장을 식별하도록 교회 차원에서 명확하게 차별금지에 대한 내용을 신자들에게 제시해야 한다”는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양성일 신부의 발언도 담겼다.

그러나 2주 뒤에는 앞의 기사 내용과 다른 논조의 기사가 게재됐다.

7월 26일자 7면에는 “차별금지법안이 가진 윤리적 문제”라는 제목으로 “차별금지법안에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포함하고 있어서 교회 가르침에 반한다”는 기사가 실렸다.

'가톨릭신문'은 2주 전후로 차별금지법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다른 시각을 기사로 냈다. ⓒ배선영 기자

또 7월 31일 수원교구 홈페이지에 ‘차별금지법안에 대한 수원교구의 입장’이 공지됐다. 입장문을 통해 수원교구는 가톨릭교회 교리와 문헌 등을 들어 사랑과 결혼을 남녀 사이의 것으로 보고, 남녀의 혼인과 가정의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한다. 그러면서 “차별금지의 이름으로 남자와 여자의 성과 사랑, 혼인과 가정의 특별한 중요성이 간과되거나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8월 4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에는 각각 차별금지법에 대한 기사가 게재됐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가톨릭 교리에 반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으며,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는 “차별금지법이 성 해방을 전제로 한다”며 교회 안에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없음을 지적하는 김연준 신부(광주대교구)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김연준 신부는 “창세기에서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만들었다고 했는데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중성, 야성, 무성이든 갈수록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60개, 아마 앞으로 100개 이상 넘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원교구 홈페이지에 처음 올라온 차별금지법안에 대한 입장문의 제목(왼쪽)이 며칠 사이에 '교회'에서 '수원교구'로 바뀌었다. (이미지 출처 = 수원교구 홈페이지)

교회, 청소년 성소수자가 느낄 두려움 기억해야

그렇다면 이러한 교회 내 목소리를 듣는 당사자들의 입장은 어떨까.

성소수자 부모모임 홍정선 대표(세실리아)는 가톨릭 교계 일부에서 성소수자 조항을 들어 차별금지법 제정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낸 것에 대해 “(이는) 성소수자의 미래를 앗아가는 것과 같다”며 “누구도 차별하지 않았던 예수님의 마음으로 교회가 다시 성찰하고 평등한 사랑을 실천해 주길 바란다”고 11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이어 홍 대표는 차별금지법 대한 교회의 우려를 접한 뒤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느낄 두려움을 교회가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회가 지켜야 할 가장 큰 덕목은 조건 없는 사랑과 환대, 이웃사랑의 실천”인데, “교회가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면 성인 성소수자는 물론 청소년 성소수자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며 현재도 심각한 청소년 성소수자의 자살률이 더 심각해질 수 있고, 그들의 부모들은 자녀의 정서적, 육체적 안정을 늘 걱정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홍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성소수자 인구는 평균 4-5퍼센트로 20명 가운데 한 명꼴로 성소수자이고, 우리 일상 속에 존재하지만 우리 주변 특히 교회에서 성소수자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그것은 교회가 성소수자의 존재를 반대하는 모양새를 취하기 때문에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정선 대표는 부모모임에 참석했던 한 개신교 목사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지난주 부모모임에 참석한 한 목사님의 자녀가 간성(인터섹스intersex)이었다. 목사님은 세상에는 남녀만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직접 체험했다고 하면서 하느님은 실수하지 않으신다. 그저 있는 존재를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홍 대표는 “목사님이 전에는 성소수자에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자신의 아이를 통해 새로운 세상에서 깨어나게 됐다고도 했다”면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못한다면, 특히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존재가 지워진다고 느끼고, 살 가치를 잃어버린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간성은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성별 구분에 들어가지 않는 다양한 성징을 일컫는 포괄적 용어다. 국제인권단체인 국제엠네스티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 신생아 가운데 약 1.7퍼센트가 변이된 성적 특징을 갖고 태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성공회 등 개신교는 서울퀴어문화축제에 공식 참여해 성소수자들과 연대했다. ⓒ김수나 기자

성소수자의 성향을 부정하고자 교리를 내세우는 것이 과연 하느님의 뜻인지 묻고 싶다

가톨릭 여성 성소수자 모임 알파오메가에서 활동하는 크리스티나 씨는 “성소수자는 내 가족일 수도 있고, 내가 다니는 성당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을 수도 있다. 당신 주변에 성소수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은 그들이 당신을 두려워한다는 뜻”이라고 10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이어 “가톨릭 교회는 성소수자를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차별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동성애를 무질서한 행위로 보며 인정하지 않고 동성혼 합법화도 반대한다”면서 “성소수자들 입장에서는 성별을 남자와 여자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폭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경(갈라티아서 3장) 말씀과 달리 가톨릭 교육성과 신앙교리성은 성별을 이분법적으로 나눠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성소수자들이 받는 고통에는 침묵하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우려 목소리를 내는 가톨릭 성직자들에게서 바리사이를 본다. 일상 속에 숨어 있을 수밖에 없는 성소수자들의 성향을 부정하고자 교리와 윤리적 기준을 내세우는 것이 과연 창조주 ‘하느님의 뜻’인지 묻고 싶다”면서 “성소수자들을 묵묵히 응원하는 수도자들의 선의를 무색하게 만들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갈라티아서 3장 27-28절에는 “그리스도와 하나되는 세례를 받은 여러분은 다 그리스도를 입었습니다. 그래서 유다인도 그리스인도 없고, 종도 자유인도 없으며, 남자도 여자도 없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나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김수나, 배선영 기자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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