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교구별 지원책 논의, 서울대교구 등도 기금마련 계획

가장 긴 장마와 폭우성 호우로 곳곳의 침수 피해가 이어진 가운데, 농가들의 피해도 심각하다.

농가들의 재산 피해도 크지만 수해로 작물이 유실되거나 침수돼, 올해 농산물 출하는 물론 내년 농사까지 영향을 미치게 됐다. 또 생산량이 크게 줄어 농산물 시장가격도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일례로 일반 마트에서 하나에 1000원가량이던 호박은 현재 4500원 정도로 약 4배가 올랐다.

가톨릭농민회 각 분회도 피해가 크다. 8월 19일 현재 우리농촌살리기운동 전국본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광주대교구, 안동교구, 의정부교구, 전주교구 등이다.

광주대교구 곡성분회 이옥신 회원의 유기인삼 비닐하우스와 모종이 모두 쓸려내려갔다. (사진 제공 = 광주대교구 가톨릭농민회)

광주대교구는 곡성, 나주, 담양, 장성, 함평 분회 11가구가 농작물과 농기계, 비닐하우스 침수 등으로 모두 16억여 원의 피해를 입었다. 이 가운데 가장 피해가 큰 곳은 곡성 분회 이옥신 회원 농가다.

이옥신 회원은 유기인삼 재배 하우스, 주택, 퇴비 공장 등이 모두 침수되거나 유실돼, 모두 12억 5000여만 원의 피해를 입었다.

광주대교구 가톨릭농민회 김도영 사무국장은 “이옥신 회원은 지역에서 인삼 유기농 명인으로 지정되고 퇴비교육장을 운영할 만큼 열심한 사람이었다”며, “인삼은 재배 기간이 4-6년이기 때문에 내년에도 복구가 어려워 앞으로가 더욱 문제”라고 안타까워했다.

현재 피해농가들은 퇴적 토사물, 무너진 하우스 등을 청소하고 복구하는 것 외에 다른 여력이 없는 상태다. 당장 봉사자들을 모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 우리농 본부 실무자들이 일손을 돕고 있다.

김 국장은, “비닐하우스 안은 폭염 때문에 하루 일하면 더위를 먹을 정도다. 농민들의 심정은 말이 아니지만 당장 정리에도 정신이 없는 상황”이라며, “교구 차원에서도 위로금이나 지원금을 계획하고 있지만 당장은 그것조차 위로가 안 될 지경”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이어 곡성이나 구례 지역은 가농뿐 아니라 모든 농가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면서, “그 지역은 지붕이 잠길 정도였는데, 폭우의 영향도 있었지만 댐 방류 과정의 인재적 측면도 있다. 미리 방류했어야 할 것을 폭우 전날 갑자기 방류해 수위조절에 실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섬진강변 7개 시군을 중심으로 꾸려진 대책위원회는 댐과 저수지 관리 소홀과 운영 미흡의 책임을 물으며 정부 차원의 피해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농가 피해가 큰 전주교구도 가농회원 5가구 피해액이 약 2억 5000만 원에 이른다. 안동교구는 솔티와 풍양분회 3가구가 1억 원, 의정부교구 대광분회 3가구도 약 8264제곱미터(약 2500평)의 농산물 유실 등으로 생산이 중단되거나 감소되는 피해를 입었다.

전주교구 순창분회 김기열, 전명란 회원의 농가 등이 물에 잠긴 상황. (사진 제공 = 전주교구 가톨릭농민회)

전주교구 가농 홍명희 사무국장은 “피해가 발생한 직후 순창분회 피해농가를 다녀왔는데, 지붕 바로 밑까지 침수돼 모든 집기가 침수됐다. 급한대로 집기를 씻었지만 즙류 기계와 전기제품은 사용 불가”라며, “그나마 회원들이 긍정적이고 괜찮다고 말하지만 막상 가서 보니 눈물이 날 정도였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홍 사무국장은 “우선 피해 복구 지원을 위해 그동안 가농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기금, 순창 성당 양업회 지원금 등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피해에 따라 각 교구별로 지원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우리농 생활공동체'는 그동안 물품 판매액의 일부를 모아 다양한 지원금으로 써왔던 기금(생명공동체기금)을 피해 농가 지원금으로 쓸 방안을 논의 중이다. 또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차원에서도 지원금을 낼 계획이며, 이문동 성당은 코로나19로 진행하지 못한 본당의 날 행사 예산을 농민 지원금으로 낼 예정이다.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사제단도 운영하고 있는 자율 기금(프란치스코 기금)을 특히 피해가 심각한 광주대교구와 전주교구 사회복지회, 가톨릭농민회 등에 각 1000만 원 씩 총 4000만 원을 내놓기로 했다.

한편, 가톨릭농민회 등 5개 농민단체가 연대하는 ‘농민의 길’은 지난 11일 성명을 내고 정부의 실효성 있는 피해 대책과 관련 법안 수정을 요청했다.

이들은 급격한 기후변화로 막대한 농업 피해 발생이 빈번해지고 있지만 이에 따른 농업피해 극복, 농업 지속성을 위한 국가의 제도와 역할이 없다고 비판하고, “농작물 피해의 명확한 조사와 그에 상응하는 긴급 생계 대책비 지원, 호우로 창궐한 병충해에 대한 예방 약제 긴급 지원, 수해피해 관련 4차 추경 편성”을 요구했다.

이들은 식량자급율 21.7퍼센트를 간신히 유지하는 나라에서 이같은 농업 피해는 식량안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현행 농업재해대책법은 시설 보수와 생계 구호 수준의 지원에 그치고 있으며, 농작물 피해에 대한 보상은 전혀 없다. 농작물은 국민들의 먹거리이고 농민의 생계 유지 수단임에도 정부가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는 것은 국민 먹거리와 농업의 지속성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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