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배 노무사의 노동인권과 노동법 2]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 손창배 노무사의 노동법과 노동권 개론을 6회 매주 월요일에 연재합니다. 본 글은 예수살이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 편집자 주


유럽에서는 학교에서 노동법을 가르친다고요?

영국에서는 중고등학생들이 학교에서 노동법을 배웁니다. 노조에서 직접 가르칩니다. 스웨덴과 프랑스에서도 중학교 때부터 노동법을 배우고, 독일에서는 초등학교에서 단체 교섭을 가르칩니다.

수업 시간에 사측, 노측을 나누어서 단체 교섭 시뮬레이션을 하는데, 학생들이 거의 다 노측을 하겠다고 한답니다. 사측을 하겠다는 학생들도 한두 명 있는데, 아버지가 사장이어서 나중에 물려받을 학생들인 경우고, 대부분은 노동자가 될 것이므로 노동자 역할의 경쟁률이 더 높다고 합니다. 파업은 어떻게 하는지, 전단지는 어떻게 만드는지, 성명서는 어떻게 내는지, 단체 교섭은 어떻게 하는지 등의 시뮬레이션을 초등학교 때부터 하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때 이런 걸 가르치면 아마 ‘빨갱이’ 교육시킨다고 비난을 받겠지요. 아무튼 유럽에서는 노동에 대해서 어려서부터 교육받기 때문에, 지하철 노조나 버스 노조가 파업을 하면 당연히 자전거 타고 다니고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합니다. 저 사람들이 파업을 하는데 내가 반대하고 욕하면, 나중에 내가 파업을 할 때 저 사람들이 지지를 해주겠냐고 이야기하면서 서로 연대하는 겁니다.

노동조합은 왜 필요한가요?

회사에 불만이 생겼을 때 나 혼자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너무 어렵습니다. 직원들이 많은 곳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나머지 500명은 잘하고 있는데 왜 너만 그래?’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노동조합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사측/회사 또는 자본가가 무조건 악한가, 노동자는 무조선 선한가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노무사 일을 하다 보면, 정말 힘들고 안타깝고 직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장도 많고, 이렇게까지 하면서 회사에서 더 많이 얻어내야 하는 노동자도 많이 봤습니다.

누구는 절대선이고 누구는 절대악이라고 볼 게 아니라, 각각의 사정을 다 들여다봐야 합니다. 물론 대부분 사측이 우월한 위치에 있는 것은 맞습니다. 왜냐하면 자본을 가졌기 때문이니다. 자본에 맞서서 개인으로 대응을 하거나 불만을 이야기하거나 임금을 올려 달라는 말을 개인적으로 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모이는 것이고 그것이 노동조합입니다. 결국 노동자 입장에서 그 많은 자본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머릿수(연대)밖에 없습니다.

혹시 ‘과반노조’라고 들어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직원이 100명일 때 51명 정도의 노조원이 있으면 과반 노조가 되는데, 과반 노조는 힘이 강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이 뭉치는 것입니다. 노조원 수가 적으면 아무래도 힘을 내기는 좀 어렵습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노동의 권리가 법으로 보장되어 있다고요?

인권은 인간이면 당연히 가지는 권리를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노동 인권은 무엇일까요? 노동 인권을 검색해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서울특별시 교육청에서 학생들에게 노동법 교육을 하기 위해 ‘노동 인권 조례’라는 것을 만든 것 외에는 딱히 정의된 것을 찾기 힘듭니다. 이 조례에서는 “노동 인권이란 헌법, 법률이 보장하거나 대한민국이 가입, 비준한 국제 인권 조례와 국제관습법에서 노동과 관련된 권리를 말한다”고 정의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법률에는 어떻게 정의되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헌법 32조에는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고 했고,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근로 조건을 보면 연소자의 근로와 여성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고 정해져 있습니다.

이승만 정권 시절의 1호 헌법, 제1공화국 헌법에도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와 의무를 갖고 여성과 소년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고 적어 놓았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 갑자기 생긴 게 아니라 예전부터 있었던 것입니다.

헌법 33조는 “노동자는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 교섭권, 단체 행동권을 가진다”고 했습니다. 이것을 우리는 노동 3권이라고 부릅니다. 단결권은 노조를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단체 교섭권, 단결권은 임금 협상 등 경영인 측의 불성실, 불합리한 경영에 대해서 파업을 하며 책임과 대책을 물을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해주는 것입니다. 이것을 구체화시킨 것이 노동조합법입니다.

헌법 외의 법률에서 노동의 권리, 근로의 권리를 어떤 법으로 보장하고 있는지 한 번 보겠습니다. 법률이 있고, 그 법률을 보완하는 것이 시행령이고, 또 그것을 보완하는 것이 시행 규칙입니다. 시행령과 시행 규칙을 빼도 노동 관련 법률만 38개이고, 시행령과 시행규칙까지 합하면 총 113개인데, 이 수치는 2019년에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더 많아졌을 것입니다.

이것을 일일이 다 들여다보기는 힘드니까 중요한 것만이라도 좀 알아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보통 근로기준법에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에 대한 기준을 정한 법입니다. 근로자, 그러니까 노동자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서 기준을 정해 놓은 것입니다.

즉, ‘이 기준 밑으로는 가면 안 돼’, ‘최소한 이 정도는 해줘야 해’라고 정해 놓은 것이 근로기준법입니다. 물론 최소기준이므로 이 기준이 충분한 것은 아닙니다. 기준의 하한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임금, 근로 시간, 휴식, 여성, 소년, 안전, 보건,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재해 보상 같은 것도 근로기준법에 들어가 있습니다. 이미 법적으로 노동자에게 보장된 당연한 권리입니다. 법에서 정해 놓았으니까, 내가 노동력을 제공했으니까, 당연히 달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노동법은 언제, 어떻게 생겨났나요?

18세기에 영국에서 1차 산업혁명이 일어났을 때, 산업화하면서 증기기관이 만들어지고 공장이 생기면서 시민법으로 계약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들을 데려다가 12시간씩 일을 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어른들은 14시간에서 18시간이 보통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노동 환경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전염병에 걸려 죽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공장 지대 노동자들의 평균 수명은 20살 이하였습니다. 최소 고용 연령은 면직 8살, 레이스 만들기 4살, 탄광 4살, 광산 7살, 굴뚝 청소 4살이었습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는 샘 해밍턴 아들 윌리엄이 2016년생, 5살입니다. 그런 아이들이 하루 열몇 시간씩 굴뚝 청소하고 탄광일 하고 레이스를 만들었습니다. 굴뚝 청소는 4세였는데, 더 크면 굴뚝 안에 들어갈 수가 없으니 이렇게 어린아이들에게 굴뚝 청소를 시켰을 겁니다. 안전장치도 없어서 떨어져 죽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떨어져 죽지 않으면 먼지 때문에 폐병으로 죽었습니다. 교육도 받지 못했습니다. 교육 받을 시간이 없으니까 글도 못 읽고 지식을 갖추지도 못했는데, 이유는 자율계약입니다. 즉, ‘이 돈 받고 일하기 싫으면 하지 마, 이 시간만큼 일하지 않으려면 하지 마, 너 말고도 많아’라는 계약 앞에 다른 요구를 할 수 없었던 겁니다.

여러 가지 문제가 너무 많이 발생하므로, 1802년 영국에서 ‘공장법’이라는 것을 처음 만들었습니다. 어린이들은 하루에 12시간 이상 노동시키면 안 된다는 법입니다. 30년 뒤인 1833년 9세 이하 아동의 노동 전면 금지(견직 공장은 제외), 아동 고용 시 고용주의 나이 확인 의무, 13세까지 하루 9시간 이내로 제한, 18세까지 하루 12시간 이내로 제한, 야간 노동 금지, 1일 2시간 교육 실시, 1844년 여성 노동자 보호 규정, 1847년 여성과 연소자의 10시간 노동 규정 등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법은 잘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법이 있어도 지켜지지 않는 일들이 그 전에는 얼마나 더 했을지 추측할 수 있습니다.

 

손창배 노무사(바오로)

함께하는 노무법인 부대표.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상임위원. 한국 갈등해결센터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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