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우간다, 미얀마 내 공동체 자립 통한 코로나19 극복 지원

국제개발협력단체인 한국희망재단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가난하고 소외된 지구촌 이웃들에게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는 공동캠페인을 2020년 한 해 동안 진행합니다. -편집자

 

코로나19, 모두가 알지만 모두가 모르는 이야기

바이러스로 온 지구촌 이웃들의 삶이 힘들어졌다는 표면적인 사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고 주민들의 일상이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지, 자세히는 알기 어렵습니다. 다음은 우간다 캄팔라에 위치한 은틴다(Ntinda) 시장에서 채소를 판매하는 캐롤라인 씨의 이야기입니다.

“우간다 내 갑작스런 통행금지령이 내렸습니다. 대중교통이 곧 끊길 거란 걸 알았지만, 토마토 값으로 한 손님에게 받을 10달러가 있어 시장을 떠날 수가 없었죠. 기다렸지만, 손님은 결국 오지 않았습니다. 그날로 저와 어린 딸은 채소를 펼쳐 놓고 팔던 나무 테이블에서 그대로 잠들고 따로 화장실도 없는 시장에서 24시간 생활해야만 했습니다.”

악몽과 같던 경험을 더듬으며, 그녀의 눈에 서서히 눈물이 맺힙니다.

“시장에서 자던 첫 번째 밤. 그 딱딱하고 차가운 느낌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거에요. 매트리스도, 담요도 없는 판매대에서 잠을 뒤척이다 옆에 누워 있는 딸을 보니 마음이 더욱 찢어지는 듯했습니다. 조금이라도 편하게 자라고, 아이의 머리를 제 무릎에 뉘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시장이 문을 열기 전 재빨리 자던 자리 옆에서 세수를 했습니다. 언뜻 본 딸아이의 얼굴은 조금 많이 자라 있었습니다.”

일터인 시장에서 그대로 잠을 청하는 우간다 칼레르웨(Kalerwe) 시장의 한 여성. ©IST Uganda, 한국희망재단

희망을 잃은 이들을 위해

이렇게, 단순히 ‘힘들다’라는 언어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구체적인 고통들이 지구촌 곳곳에 있습니다. 특히 인도, 네팔, 필리핀, 우간다, 탄자니아 등 다수의 개발도상국에서 코로나19 이후 실시한 봉쇄령(lockdown; 국민들의 외출과 이동을 제한하는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였으나 많은 이에게 바이러스 자체보다도 큰 공포, 즉 생계의 위협으로 다가왔습니다. 개발도상국 내 상당수의 저소득 노동자들은 건설직, 서비스직 등의 일용직에 종사하여 하루의 소득이 곧 하루의 생존으로 연결되곤 합니다. 그런데 봉쇄령의 실시로 이들은 갑자기 일자리를 잃고 당장 매 끼니를 걱정하는 상황에 몰리게 되었습니다.

인도의 국가봉쇄령 이후, 수도 뉴델리 내 수많은 이주노동자가 행렬을 이뤄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CSEI, 한국희망재단

그렇다고 바이러스의 확산을 지켜만 볼 수도 없기 때문에 정부의 입장에서도 딜레마입니다. 물 부족, 인구밀집, 열악한 보건의료 시스템 등으로 개발도상국에서의 바이러스 전파는 선진국에서보다 더욱 빠르고 치명적입니다.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손씻기와 사회적 거리두기조차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곳이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들을 외면할 수는 없기에, 한국희망재단에서는 지난 4월부터 인도(비하르 주), 네팔(고르카 지역), 방글라데시(다카 지역), 필리핀(보홀 섬, 세부 시), 부룬디(부반자 및 치피토케 주) 내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식량이나 마스크, 비누 등 위생용품을 긴급지원해 왔으며,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위생교육도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또한 국내 이주노동자 및 난민 가구에도 긴급생계비를 지원하였습니다.

네팔 고르카 지역 내 쌀, 마스크, 비누 긴급지원 현장. ©SoD Nepal, 한국희망재단
부룬디 현지협력단체 IPSDI 직원들이 주민들의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한 위생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IPSDI Burundi, 한국희망재단

하지만, 마스크 지원보다는 마스크 만드는 법의 공유를 

주민들이 시급하게 필요로 하는 식량과 마스크 등 물품을 직접 지원하는 것은 물론 반드시 필요하며 중요한 활동입니다. 하지만 사실 이는 일시적인 해결책에 불과하며 영향을 받는 인원 또한 한정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스크 1개를 지원한다면 단 1명이 쓸 수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마스크 제작법은 어떨까요? 1명만 교육을 받더라도 마을 안에 지속적으로 널리 퍼질 수 있을 뿐 아니라 판매도 가능합니다. 이렇게 주민들이 자신의 손으로 직접 코로나에 맞서 싸우는 동시에, 소득을 창출할 수단을 확보할 때에 비로소 더 나은 내일을 희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희망재단은 필리핀, 미얀마, 우간다에서 마을주민들이 마스크나 손세정제 등의 제작방법을 배워 스스로 지역 내의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직접 제작한 마스크를 착용하고 기뻐하는 필리핀 까낭깐 주민들. ©FTCP, 한국희망재단

필리핀의 경우, 현지 협력단체인 FTCP(Feed The Children Philippines)에 DIY 마스크 제작 방법을 담은 유튜브 영상을 공유하였고, 현지 단체는 다시 지역사회 자원봉사자, 소그룹 모임,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주민들에게 영상을 공유하였습니다. 주민들 또한 주변의 이웃과 지인에게 메신저 등을 통해 동영상을 재공유하여 정보가 지속적으로 퍼질 수 있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약 400가정이 외부의 지원 없이도 스스로 마스크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간다 와키소 구 교육센터에서 마스크를 제작하고 있는 한 여성. ©DHF 한국희망재단

우간다에서는 기존에 운영 중이던 “여아교육을 위한 다목적센터” 내 여성 45명의 마스크, 손세정제, 생리대, 액상비누 생산을 지원하였습니다. 본 센터는 작년에 한국희망재단이 우간다 여아들의 조혼과 학교 중퇴를 예방하기 위해 설립한 것입니다. 다음은 마스크 제작에 직접 참여한 한 여성의 말입니다.

"마스크 제작으로 소득을 얻는 것도 물론 좋지만, 그보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 이웃, 공동체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이 더욱 중요하답니다."

직접 제작한 마스크를 자랑스럽게 들어 보이는 우간다 다목적센터 여성들. ©DHF 한국희망재단

바이러스에 스스로 맞서고자 하는 주민들의 손에 무기를 쥐어 주세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자꾸만 장기화되고 있는 지금, 여전히 아시아, 아프리카 곳곳에는 마스크 착용이나 손씻기 등이 일상화되지 않았으며 확진자 현황조차 파악이 잘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어떤 주민들은 코로나19를 결국은 공동체의 힘으로 극복해 내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구촌 이웃들. 하단 해피빈 캠페인 참여를 통해 이들에게 더욱 나은 내일을 선물해 주세요.

 

 

 
 

*한국희망재단(이사장 최기식 신부)은 가난과 차별로 소외된 지구촌 이웃을 지원하기 위해 2005년 설립된 국제협력단체입니다. 일시적, 응급 구호가 아닌 국가 마을공동체 개발을 통해 주민들이 스스로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있고, 현지 NGO와 협력해 사업을 추진합니다. 현재 인도와 방글라데시, 짐바브웨, 탄자니아 등 8개국에서 식수 개발, 빈곤 극복, 집짓기, 빈곤아동 교육사업 등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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