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환경사목위, 제37회 에코 포럼 열어

한국형 뉴딜에 노동자, 농민 없어.... 정부와 기업의 그린 비즈니스?

화석연료 산업 투자철회 운동에 한국 가톨릭 참여해야

기후정의, 교회가 모범을 보여야 사회에 제안할 수 있어

기후행동 노래 캠페인 등 풀뿌리 운동 필요.... 기후정책에 시민이 주도권을 가져야
 

9일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가 제37회 가톨릭 에코 포럼을 열었다. 포럼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중계로 진행됐다.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 팀장은 그린뉴딜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기후위기 관련 정책에 있어 시민이 주체가 되는 풀뿌리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7월 14일 문재인 정부가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시민사회는 정부의 그린뉴딜에 지구 온도 1.5도 상승을 막겠다거나, 온실가스 배출을 언제까지 줄인다는 목표가 없다고 비판해 왔다. 황인철 팀장은 기후위기 정책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기후변화로 인해 더 큰 피해를 보는 사회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이번 그린뉴딜 정책에는 이런 점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구체적 목표가 아닌 ‘저탄소 친환경’이라는 철 지난 용어를 쓴 것을 보고 크게 아쉬웠다며, 지금 세계는 ‘탄소배출 제로’를 말하는 추세라고 했다. 

그린뉴딜은 산업 생태계를 바꿔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사회 불평등을 없애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기후변화로 가장 피해를 받는 사회 취약계층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청와대가 마련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는 대기업 임원들이 등장했다. 이에 황 팀장은 한국판 그린뉴딜에 “농민과 노동자의 목소리가 없다"며 "기업과 정부가 그린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기후위기 대응은 시민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선라이즈 무브먼트를 소개했다. 미국의 그린뉴딜은 정부와 정치인이 먼저 계획을 세운 것이 아니라 청년을 중심으로 한 선라이즈 무브먼트가 정부와 정치권에 기후정책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아래로부터의 운동 없는 그린뉴딜은 국가와 기업이 주도하는 새로운 비즈니스로 전락할 수 있다며, 기후 정책에서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9일 가톨릭 에코포럼이 열렸다. 포럼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유튜브 실시간으로 진행됐다. (이미지 출처 =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유튜브 영상 갈무리)

그런 취지에서 한국에서도 가톨릭을 비롯해 종교, 시민사회에서 기후위기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12일에 전국 곳곳에서 온라인 1인 시위를 하는 등 집중 행동을 펼친다. 특히 가톨릭은 올해 5월 24일부터 내년 5월 24일까지 ‘찬미받으소서’ 특별 기념의 해로 보내기로 하고, "지구의 부르짖음에 대한 응답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에 대한 응답" 등의 내용을 제시했다. 황인철 팀장은 이 내용이 기후위기 대응과 사회 불평등에 관한 내용이 다 담겨 있는 ‘가톨릭 판 그린뉴딜’이라고 했다.

특히 ‘찬미받으소서’의 목표 가운데에는 “윤리적 소비, 투자, 화석연료와 지구와 사람들에게 해로운 모든 경제 활동에 대한 투자 철회”가 있다. 황 팀장은 전 세계에 화석연료 산업 투자철회 운동이 퍼지고 있다며 이 운동에 참여하는 1200여 개 기관 가운데 32퍼센트가 종교기관이라고 소개했다. 오스트리아, 필리핀, 아일랜드 주교회의 등 올해 초 기준으로 가톨릭 관련 기관도 190개 이상 참여하고 있다. 

그는 한국 가톨릭교회도 이 운동에 참여한다면 화석연료 산업에 투자하지 않거나 투자 중인 것을 철회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는 메시지를 사회에 줄 수 있고,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로 나선 박동호 신부(이문동 성당)는 한국판 그린뉴딜 정책에 비춰 가톨릭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제안했다. 그는 “정부가 발표한 정책에 대한 속 깊은 평가까지 할 수는 없으나, 우선 교회가 실천할 수 있는 게 있다”고 말했다. 교회에서 먼저 모범을 보이고 실천해야,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할 때 주장에 힘이 실릴 것이며 좋은 정책을 만들도록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성당과 수도원, 가톨릭계 병원 등에서 먼저 제로 에너지화를 추진하는 것, 태양광 설치, 교회가 거래하는 은행이 어디에 투자하는지 관심을 가지는 것 등을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가톨릭기후행동 공동대표 임미정 수녀(영원한도움의성모수도회)는 문화를 통한 신자 인식개선 캠페인으로 ‘기후행동송 캠페인’을 제안했다. 그는 “교구 생태환경위원회, 환경사목위원회, 남녀 장상연합회 등과 가톨릭기후행동이 기후를 주제로 한 노래를 부르고, 영상을 제작하면서 기후 행동의 주체와 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임 수녀는 또한 ‘생태 위기 시대, 군비축소로 평화 건설하기’ 캠페인을 제안하며, 주교회와 각 교구 생태환경위원회, 민족화해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 가톨릭기후행동, 팍스크리스티 코리아 등과 함께 하자고 했다.

미국 국방부는 단일 조직으로는 세계 최대의 석유 소비자이자 온실가스 배출 당사자다. 지난해 6월 미국 브라운대 왓슨연구소가 낸 “전쟁 프로젝트의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미 국방부(펜타곤)는 2017년 한 해에 이산화탄소 및 온실가스를 약 5900만 톤 배출했다. 연구소는 펜타곤을 하나의 나라로 치면 세계 55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라고 지적했다. (참고 : <한겨레> 2019년 6월 13일 자, '온실가스 배출 최대 주범은 미 국방부')

황인철 팀장도 군비축소 캠페인에 동의하며, 평화를 만드는 게 기후변화를 막는 길과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토론자, 청년 생태 환경 단체인 ‘하늘땅물벗 벨루가 벗’의 최정원 씨(레오)는 “에코 포럼이나 하늘땅물벗에서 만난 사람이 아니면 대부분 생태 위기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하며, “한국판 그린 뉴딜 정책이 기후위기의 심각함에 대한 설득보다는 세계적 추세에 합류하거나 대규모 일자리 창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신앙인으로서 아쉽다”고 말했다.

9일 서울 환경사목위가 주최한 가톨릭 에코포럼이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됐다. (왼쪽부터)최정원 씨, 임미정 수녀, 박동호 신부, 황인철 팀장. (이미지 출처 =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유튜브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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