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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기업처벌법, "더는 억울한 죽음 없기를”

기사승인 2020.09.15  16: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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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7명 산재로 숨져.... 오는 26일까지 입법청원

“떨어짐, 넘어짐, 깔림, 뒤집힘, 무너짐, 끼임, 화재, 폭발, 파열, 교통사고, 질식....”

올해 1-6월에만 1000여 명의 노동자가 일하러 나갔다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유다.

2020년 1-6월 고용노동부의 산재 사망 집계치만 1101명. 지난해 산재 사망자 수는 2020명, 2018년은 2142명이다. 최근 10년 동안 산재 사망 노동자는 2만 2000여 명에 달한다. 매년 2200여 명 꼴로 일하다 숨졌다.

2019년 한국비교형사법학회가 2013-17년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사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산안법 위반 재범률은 97퍼센트로 사업주 등 책임자 구속은 단 1건, 전체 사건의 80퍼센트 이상이 평균 400여만 원의 벌금형에 그쳤다.

현행법은 산재 사망 법정형을 7년 이하의 징역으로 규정하지만, 현실은 대부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 노동자가 일하다 죽는 일이 반복되는 이유다.

이들 대부분의 죽음은 알려지지도 않았다. 노동건강연대에 따르면 2018년 전체 산재 사망 사건 가운데 66퍼센트는 보도조차 되지 않았다.

2019년 산업 재해 유형별 사망자 표. (자료 출처 = 고용노동부)

"우리처럼 지옥 같은 삶 살지 않길....억울한 죽음 멈추길 바랄 뿐”

특히 지난해 산재 사망 사고는 건설업(50퍼센트)에서 가장 많이 일어났고, 가장 큰 사고 원인은 떨어짐(41퍼센트)이었다.

지난해 10월 부산 남구 문현동 신축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정순규 씨(57, 미카엘)가 작업 중 추락해 숨졌다.

그가 작업했던 곳에 설치된 비계(높은 곳에서 작업하기 위한 발판)는 안전 규정에 따라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

당시 원청인 경동건설은 현장 안전관리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작업반장이던 고인이 사고 전 보고용으로 찍은 현장 사진을 통해, 안쪽 난간대, 추락 보호망과 안전대, 발끝막이판 등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사측은 사고 직후 안전망 설치, 비계 고정물 교체, 새 난간대 설치 등을 통해 사고 조사 단계에서 손대선 안 되는 현장을 훼손했다. 사고 3일 뒤 현장을 찾은 유족들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업체 쪽이 사고 원인을 은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은 현재 1심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다.

정순규 씨가 작업하던 비계에는 추락을 막기 위한 내부 난간대, 추락 보호망, 안전대, 발끝막이판 등이 없다. (사진 제공 = 정석채)
사고 3일 뒤 유족들이 사고가 일어난 공사현장을 찾았을 때 바뀐 비계 모습. 업체는 사고 조사 중에 현장에 손을 댔다. (사진 제공 = 정석채)

정 씨의 아들 정석채 씨(비오)는 “내가 일하다 숨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 안타깝다. 자신은 물론 가족, 친척,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이 아니더라도 산재 사망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15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산재 사망률이 최고다. 영국 등 유럽에서는 기업살인법이 있어 산재 사망이 일어나면 기업이 휘청거릴 만큼 처벌하고 흑인인종차별 시위처럼 온 동네가 일어나 시위하는데 우리나라는 보상금을 더 원하는 것으로만 여겨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가족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순간에 머물러 있다. 아버지 목숨 값은 과연 얼마로 책정돼야 하는 것인가. 합의금이나 보상금이 목적이 아니다. 다른 유족들이 또 생겨 우리처럼 지옥 같은 삶을 살지 않도록, 억울한 죽음이 멈추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매번 산재 사망이 나고 안전의무를 다하지 않은 많은 증거가 있음에도 가해 기업이 단지 벌금 400-500만 원 처벌에 끝나다 보니, 기업들이 안전관리에 투자하지 않고 하도급하고 공사기간 줄이는 데만 급급해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 10월 30일 부산 남구 문현동 경동건설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작업 중 추락한 정순규 씨.(57, 미카엘) (사진 제공 = 정석채)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 권리 보호의 최종 책임자는 기업 

부산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이영훈 신부는 “교회는 노동자들이 신체적 건강이나 정신적 건강에 손상을 끼치지 않는 노동환경과 작업 과정에서 노동할 권리를 가지고 있고,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저렴하거나 무상으로 의료혜택을 받을 권리 또한 있다고 가르친다”고 15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이어 그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 “노동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고, 노동자가 이윤 창출을 위한 부속품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으며, 다양한 산업현장의 최종 책임자들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권리를 보호해야 할 실제 책임자임을 깨닫게 하는 법이자, 노동자와 그들의 가정을 지켜주는 법”이라고 말했다.

이 신부는 “약 7명의 노동자가 매일매일 죽어 간다. 대부분의 산재는 은폐되는 일이 많아 사실 더 많은 노동자가 죽고 여기에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죽음은 빠져 있다. “잘 다녀올게”라고 말하지만 그것이 마지막 인사”라면서 “대부분 노동자의 죽음을 노동자의 책임으로, 부주의에 의한 것으로 결론짓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죽음의 책임도 하급 관리자나 턱없이 적은 벌금이 전부다. 실질적으로 가장 많은 이윤을 차지하는 원청과 기업주는 책임지지 않는다”며 “그들은 노동자의 생명을 이윤창출을 위한 손실처리 혹은 매몰비용 정도로 생각하고, 혜택에 비해 책임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청원, 11일 남아....

현재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 입법청원 중이다.

지난 8월 26일 김용균재단 김미숙 이사장은 입법청원을 시작하며 “반복되는 노동자, 시민의 죽음은 명백한 기업의 범죄”이며 “또다시 용균이 같이 일터에서 노동자가 억울하게 산재로 사망하지 않으려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미숙 이사장은 2018년 12월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에서 혼자 일하다 숨진 김용균 씨의 어머니다.

김 이사장은 “원청인 재벌 대기업은 위험을 외주화해서 하청 노동자가 사망해도 하청 업체만 처벌받을 뿐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대구지하철 참사도 기관사만 처벌받았고, 세월호, 가습기 살균제도 책임자들은 처벌은커녕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말단 관리자와 노동자만 처벌하는 꼬리 자르기식 처벌로는 기업이 재발방지를 위한 개선을 강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청원은 이달 26일까지 진행되며 10만 명의 동의를 받으면 소관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현재까지 8만 5000여 명이 청원에 동의한 상태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정의당 강은미 의원 등 14명이 제안한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도 국회 계류 중이다.

이 법은 노동자와 시민의 중대 재해에 대한 실질적 책임이 있는 경영 책임자, 원청, 발주처 등은 물론 인허가 및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공무원까지 처벌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안전, 보건 미비로 노동자, 시민이 숨지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안전의무를 소홀히 지시한 경우에도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사망을 제외한 중대재해의 경우 책임자는 3년 이하의 유기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2명 이상 숨지거나 3개월 이상의 요양이 필요한 상해가 발생하면 가중처벌 받는다.

또 임대, 용역, 도급 등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관련된 모든 책임자는 공동으로 안전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특히 산재율이 높은 다단계 하청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등의 중대재해에 대한 원청의 실질적 책임을 묻고, 고의적, 반복적으로 법을 위반하는 경우 등에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등이 포함된다.

이 법은 선박, 항공, 철도 등 공중교통수단과 실내 공기질과 시설물 안전 관리가 필요한 공중이용시설에도 적용된다.

입법 청원 주소 : http://asq.kr/c7RUQOkr4HD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김수나 기자 ssuk316@catholicnews.co.kr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의 기사는 영리 목적이 아니라면 누구나 출처를 밝히고 무료로 가져다 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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