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 종단, 기후행동 선언

22일 종교환경회의가 ‘생태공동체 회복을 위한 종교인의 삶’을 주제로 종교인 대화마당을 열고, 종교인 기후행동 선언을 발표했다. 종교환경회의(상임대표 원불교 김선명 교무)는 2001년부터 기독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천주교 5대 종단의 주요 환경단체가 모인 연대체다.

5대 종단에 유교까지 참여한 종교인들은 “탄소 중립 사회가 되도록 노력하고, 환경교육으로 기후위기를 알리고, 생태 정의를 세우고 실질적 변화를 만드는 데 적극 나서겠다”고 종교인 기후행동을 선언했다.

이들은 “더욱이 종교인들은, 가난한 삶과 무소유의 근본 가르침을 저버리고, 욕망의 사회를 저지하기는커녕 오히려 편승하고 부추기며, 물질을 우상으로 섬기고 이를 위해 자신의 신앙마저 왜곡하고 이용하는 큰 죄를 저질러 왔다”고 참회했다.

또한 “한국은 기후 악당국가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데도, 대책을 세우지 않고 미온적 대응에 머물러 있다”고 정부를 비판하며, “기후위기를 비상사태로 선언하고 총체적 대응을 위한 범국가기구를 설치하라”고 제안했다.

종교인 대화마당은 조명래 환경부 장관의 축사,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장 강우일 주교의 강연 그리고 각 종단의 기후행동 현황 발표로 이어졌다.

우선 조명래 장관은 종교인 기후행동 선언의 취지에 깊이 공감한다며 정부도 “탄소 중립 사회를 위해 신기후체제의 이행을 강화하고 생산에서 폐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자원 순환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탄소, 분산형 에너지 확산 도시, 공간, 생활 인프라의 녹색전환, 녹색산업혁신 생태계 구축 등 그린뉴딜 3대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종교인 대화마당에서 축사하는 조명래 환경부 장관. (이미지 출처 = 종교인 대화마당 유투브 영상 갈무리)

특별강연에서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는 “지구가 그 자체로 유기적 생명체임을 깨닫지 못하고 마구잡이로 훼손해 온 데에는 서구 문명의 기초를 놓은 그리스도교에 큰 책임이 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성서에서 “세상이라는 정원을 일구고 돌보아야” 한다고 가르치지만, “그리스도인들은 오랜 세월을 지배하고 다스리라는 말만 읽었다”라며, “지구에 끼친 폭력에 대해 속죄하는 자세로 화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주교는 한국형 그린뉴딜이 “약간의 에너지 절약형 새로운 산업을 다양하게 일으켜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부족한 일자리를 확보하겠다는 신기루”라며 기후위기에 대한 아무런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기후위기를 몰고 온 온실가스의 주범은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시스템이므로 “이 시스템을 수술하지 않고서는 탄소배출 감소를 이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도 정부는 신규 화력발전소 7개 건설을 추진하고,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화력발전소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며 “정부의 인식이 너무 안일하다”고 비판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 실천으로 육류 소비 줄기기를 제안한 강 주교는, 2016년 옥스퍼드대 보고서를 인용하며 “육류 소비를 줄였을 때 식량 시스템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적게는 29퍼센트에서 70퍼센트까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각 종단의 기후행동 현황 발표가 이어졌다.

양기석 신부(천주교창조보전연대 대표)는 기후위기에 대한 한국 가톨릭교회의 인식과 대응을 발표했다. 그는 2015년에 기후위기를 비롯한 생태계 전반의 위기에 대한 최초의 사회교리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반포되면서 교계 차원에서 환경운동이 더욱 적극적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천주교에서는 14개의 교구에서 ‘환경사목위원회’ 혹은 ‘생태환경위원회’라는 공식 조직을 통해 환경운동 관련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생태영성포럼’, ‘생태영성학교’ 등을 통한 교육, 대전교구의 ‘불휘햇빛협동조합’과 같은 에너지전환운동이 각 교구에서 진행되고 있다. 

서울대교구의 경우 ‘하늘,땅,물,벗’과 같이 신자들이 생활 영성공동체를 만들어, 신자 저변의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수원교구는 신자들을 대상으로 탄소 제로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고, 의정부교구는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하고 지역의 시민단체와 연대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행동을 주도하고 있다.

종교인 대화마당에서 각 종단의 기후행동 현황을 발표하는 모습. (이미지 출처 = 종교인 대화마당 유투브 영상 갈무리)

개신교는 1984년부터 6월 첫째 주일을 환경 주일로 정하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소속 교회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으며, 올해에는 ‘한국교회 기후위기 선언문’과 ‘녹색교회 기후위기 비상사태 선언문’을 발표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이진형 목사는 “오래전부터 기후위기에 대한 신학적 논의와 교회적 대응을 모색해 왔지만, 한국 개신교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했다”며 개신교인의 환경의식은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돌아봤다. 이어 “근본주의 신학, 보수화된 교회, 정치 세력이 된 일부 개신교 집단, 몰상식한 교회 지도자들의 한계로 인해 기후위기 대응을 이끌어 가기는커녕 사회의 골칫덩어리, 걱정거리가 되어 버린 것이 한국 개신교의 참담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신학자들이 기후위기의 시선으로 성서를 재해석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신학적 담론을 확산시키고자 ‘기후위기 신학 포럼’을 준비하는 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개신교 안의 흐름을 설명했다. 또한 ‘삭개오 세금’(부유세, 탄소세, 빅데이터세 등 경제, 생태, 사회 정의를 위한 세금)을 한국 사회에 적용하는 것을 검토해 정부에 기후위기 대응 예산을 편성할 것은 촉구하고, 탄소 헌금으로 기후위기 대응 기금을 조성하는 것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고 했다.

불교계는 지난 6월 15일 불교기후행동을 출범시켜, 기후위기로 고통받는 사람을 돕는 등 실천을 약속하고, 정부에 2050년 탄소 제로 달성을 위한 국가계획을 세울 것 등을 요구했다. 이후 전국에서 불교기후학교를 진행하고, 매주 기후행동 피켓팅, SNS 챌린지를 하는 등 기후위기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불교환경연대 한주영 사무처장은 앞으로 기후위기 우울을 겪고 있는 이들을 치유하는 워크숍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원불교기후행동은 원(won)에코 기후학교, ‘적을수록 좋다’ 3덜 캠페인 등을 주요 과제로 행동하고 있다. 3덜 운동은 기후 정의가 실현되는 상품을 선택할 권리를 되찾는 소비자운동으로 덜 쓰고, 과포장을 거부하고 에너지 절약으로 쓰레기와 화석연료, 핵발전 전기를 덜 만들고, 자연자원 개발을 규제하고 경제성장 신화를 깨드려 덜 개발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목표로 한다.

원불교환경연대 대표 오광선 교무는 “전국 각 교구, 교당에서 일회용품 덜(less), 플라스틱 덜(less), 전기제품 덜(less)을 실천하는 3덜 초록단 활동, 매월 15일 불을 끄고 마음을 켜는 천지보은 15분 기도, 각자 자리에서 ‘뭐라도’ 수요기후행동, 나이만큼 나무 심기, 몽땅 초록 교당, 재생가능에너지 100퍼센트로 전환하는 RE100 원불교 만들기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인 1인당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11.7톤이라며 ‘1인 1톤 탄소 다이어트’에 도전한다고 했다.

22일 종교인 대화마당에서 5대 종단이 종교인 기후행동 선언을 발표했다. (이미지 출처 = 종교환경회의 유투브 영상 갈무리)

천도교에는 한울연대 8주년 행사에서 기후폭동 대토론회를 열고, 10대 실천 강령을 채택했다. 천도교 한울연대 목암 전희식 고문은 “손수건과 물 컵, 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니고 지역 유기 농산물을 먹으며 주거 공간을 줄이고 대중교통과 자전거를 이용하기 등” 실천 강령의 세부 내용을 설명했다. 또한 실천 강령에는 텃밭을 가꾸는 것은 물론 카톡, 페이스북 등의 과다 사용으로 생기는 전자 생활 쓰레기를 줄이는 것도 들어갔다.

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ICE) 민정희 사무총장(한국기후위기비상행동 운영위원장)은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무엇보다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며, 각 종단에서 신자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을 핵심적으로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정부나 국회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위기의식이 없어 목표를 낮게 잡고 있다며 각 지역 종교계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등 정치인을 만나 압박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기후위기 행동에 있어 시민운동과 시민단체들이 비빌 언덕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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