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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정부 입법예고안에 찬반 측 모두 깊은 유감

기사승인 2020.10.08  17: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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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한된 권리" 대 "사실상 낙태 전면 허용"

10월 7일 정부가 낸 임신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입법예고안을 두고 낙태죄 완전 폐지를 요구했던 측과 폐지 반대를 요구했던 측 모두 반발하고 있다.

7일 국무조정실과 관련 부처인 법무부, 보건복지부, 식약처는 "임신 14주까지는 본인 의사에 따라 낙태할 수 있고, 15-24주 이내는 조건부로 상담과 숙려기간 등의 절차를 거쳐 낙태를 허용"하는 개정안을 냈다. 또 16살 이상 청소년은 보호자 동의 없이 낙태가 가능하다. 이는 지난해 4월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것이다. 헌재는 올해 12월 31일까지 형법상 낙태죄를 개정하라고 주문했다.

현재 모자보건법은 ‘임산부나 배우자에게 우생학적,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 전염성 질환 등이 있을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한 임신, 근친관계 간 임신, 임산부의 건강 위험 등 일정한 사유가 있을 때만’ 24주 안에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이번에 정부가 낸 형법 개정안을 보면, 임신 14주 이내에 의사에게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으로 낙태하면 처벌받지 않는다. 15-24주 안에는 ‘강간 또는 준강간 등 범죄행위로 인한 임신,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의 임신, 사회적 또는 경제적 이유로 임신한 여성을 심각한 곤경에 처하게 할 경우, 보건의학적 이유로 임신한 여성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경우’에 가능하다.

또한 의사가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으로만 낙태할 수 있으며, 사회, 경제적 이유로 인한 경우에는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상담을 받고 그로부터 24시간(숙려기간)이 지나야 낙태가 가능하다.

"14주 이내 허용은 국가 허락에 의한 조건부 권리" 

이에 대해 낙태죄 폐지를 주장했던 이들은 정부의 입법예고안대로라면 “여성의 권리는 국가의 허락에 의한 ‘조건부’ 권리”이며, “여성에 대한 처벌을 끝내 유지하며 권리 자격을 심사하겠다는 정부의 태도에 강한 분노를 표한다”고 반발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모낙폐)은 같은 날 성명서를 내, 이번 개정안이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처벌조항을 그대로 존치시킨다며 이는 위헌이라고 비판했다. 모낙폐는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민주노총,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23개 단체가 참여한다.

8일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처벌의 시대로 되돌아갈 수 없다. 낙태죄 완전 폐지하라"고 외쳤다. (사진 제공 =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이들은 임신 15-24주 사이 사회적, 경제적 사유가 있을 경우 상담을 받고 24시간의 숙려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조항을 두고, “허락받을 만한 사유인지 입증받기 위해 여성들이 상담기관과 의료 기간을 전전해야 하는 요건을 추가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담과 숙려기간의 의무화는 임신중지 결정을 돌이키거나 안전한 임신중지를 보장하는 데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이 같은 제도를 시행했던 다른 나라에서 확인됐으며, 오히려 임신중지 시기만 늦출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프랑스에서는 2015년 숙려기간 규정을 폐지했고, 영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상담은 당사자가 원할 때만 받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개정안에 따라, 상담과 24시간 숙려기간을 거쳐 의료기관을 찾았는데 만약 의료인이 거부하면 다시 상담기관으로 연계된다. 이에 대해 모낙폐는 “현재 산부인과의 지역별 격차가 매우 큰 상태에서 여성들이 상담기관과 의료기관을 찾아 전전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또한 임신 주수에 따라 허용 시기를 구분한 것에 대해서도, “임신 주수는 마지막 월경날을 기준으로 하는지, 착상 시기를 기준으로 하는지에 따라 다르고, 임신 당사자의 진술과 초음파 상의 크기 등을 참고해 유추될 뿐, 명확한 기준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제부터, 어떻게 처벌할 것이냐’가 아니라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해 어떤 시기에, 무엇을 보장할 것이냐’는 방향으로 임신 주수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금 필요한 것은 임신중지 권리 보장을 위한 의료진 교육과 보험 적용, 보건의료 체계 및 인프라의 전면적인 재정비 등과 같은 실질적인 조치”라고 강조했다.

"처벌이 아닌 생명 선택할 권리 위해 입법안 보완해야"

낙태죄 완전 폐지를 요구한 여성계와 단체들의 이같은 반발과 함께 천주교를 비롯한 종교계도 다른 이유로 입법안에 유감을 드러냈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박정우 신부는 정부의 이번 입법예고안에 대해, “일정 기간 외의 낙태를 불법으로 한다는 내용이 존치되는 것은 다행이지만, 무조건 허용 기간은 14주, 사회경제적 이유에 따라서 24주까지 허용한다는 것 역시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것에 유감”이라고 8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박 신부는 “여성계 역시 완전 폐지가 아니라는 이유로 찬성하지 않지만, 낙태 처벌을 완전히 없앤다는 것 역시 지난해 헌재 판결 내용과 맞지 않는다”며, "현재 입법예고안은 여성계조차 반발할 정도로 실행 단계에서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다른 입법이나 제도로 상당히 보완될 필요가 있다. 보완 방향은 임신, 출산에 대한 남성과 우리 사회의 공동 책임을 강조하고 낙태가 아닌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 제공 =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는 ‘태아살리기 프로젝트 2021’ 추진을 통해 이 같은 제도 보완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내용은 여성이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제안으로, “비밀출산법(익명으로 출산하고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 제정, 양육비 이행법 강화, 미혼모 등 한부모 가족지원법 강화, 낙태 결정 전 상담 의무화, 임신과 출산 친화적 직장문화 강화, 생명존중 및 인격적 성교육 의무화, 다자녀 가정 지원 확대, 의사의 낙태거부권 보장” 등이다.

박 신부는 “여성 단체의 의견 가운데서도 여성 혼자만의 책임이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교회와 우리 사회는 이들의 출산을 돕고 아이를 낳았을 때, 남성과 함께 사회가 더불어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낙태는 법에서 비범죄화, 합법화 하더라고 윤리적, 도덕적으로 죄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 형법상 죄가 아니라고 한다면 이것은 단순한 선택의 문제라는 메시지가 될 것이다." 또 "여성결정권에 의한 낙태의 결과와 책임은 오롯이 여성의 몫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정우 신부는 이번 입법예고안 논의 과정에서 교회의 목소리를 충실하게 낼 것이며, 이는 현실적으로 낙태죄의 완전 폐지를 하지 못하더라도, 법안의 수정과 보완을 통해 낙태로 고통받는 여성, 태아가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천주교 주교단은 지난 8월 28일 정부의 ‘낙태죄 완전 폐지 입법’ 추진 입장을 두고 낸 성명서에서, “여성 임신과 출산 문제는 낙태죄 완전 폐지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임신과 출산을 오로지 여성에게만 책임 지우는 사회 문화를 개선해야만 해결되는 일”이라며, “남성과 여성, 국가와 사회의 공동 책임을 강조했다.

또 주교단은 “수정되는 순간부터 인간이며,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가톨릭교회의 입장을 다시 확인하고, “국가는 인간 생명의 발달 과정에 상관없이, 모든 생명을 소중한 한 인간이며 인격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정현진, 배선영 기자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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