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삼척 맹방해변에는 유신독재에 맞서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원주교구 초대 교구장 지학순 주교의 별장이 있다. 마당 있는 단층집인 소박한 별장에서 김수환 추기경도 휴가를 지내곤 했었다. 별장 바로 앞 곱고 부드러운 모래가 펼쳐진 맹방해변은 그야말로 명사십리다. 그런데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석탄화력발전소가 지어지고 있다. 삼척블루파워 석탄화력발전소다. 

삼척블루파워는 포스코 그룹 계열사로 박근혜 정부가 건설 승인해, 2018년 7월부터 건설되고 있는 2100메가와트급 초대형 석탄화력발전소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를 시작하며 탈원전, 탈석탄을 선언하고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부터는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허가를 전면 금지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삼척은 박근혜 정부의 6차 전력 기본계획에 따라 결정된 사업이라며 그대로 두었다. 이후 포스코 건설과 두산중공업은 삼척시로부터 공유수면 점용 허가를 받아 맹방해변 앞바다에서 케이슨 제작장과 해안부두와 방파제 공사를 하고 있다. 

맹방해변 공사로 깎인 해변. ©김덕년

공사가 진행되며 아름다운 사구가 깎여 4미터 높이의 가파른 절벽이 생겼다. 50미터가 넘던 해변의 폭도 10미터 이상 줄었다. 해변 높이도 현재 1미터도 채 남지 않아 높은 파도(고파랑)가 생기면 해안도로와 해변을 덮쳐 유실 위험도 있다. 지난 10월 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양이원영, 강은미 의원 등이 이 문제를 지적하며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공사중단을 요구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화력발전소 건설규정에 따르면 도심 5킬로미터 이내 지역에는 발전소를 세울 수 없다. 삼척블루파워 석탄화력발전소는 반경 3킬로미터 안에 삼척 시내 전체가 포함된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건설을 허가해 주었다. 화력발전을 위해서는 하루 10톤 트럭 1700대 분량의 석탄을 태워야 하고, 지역주민들은 이 과정에서 나오는 미세먼지,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등 대기오염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동해안 지역에는 이미 GS동해화력 등 6기의 석탄화력발전소(3590메가와트 규모)가 가동 중이다. 여기에 또 4기가 추가 건설 중이다. 이렇게 되면 삼척, 동해, 강릉 등 동해안 일대는 설비용량만 8000메가와트에 이르는 총 10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된다. 그야말로 온실가스 발생 단지다.

맹방해변 방파제 및 항만시설 공사 현장. ©김덕년

이런 문제로 11월 11일 가톨릭기후행동 등 전국의 시민, 환경, 종교단체들이 ‘삼척블루파워 석탄화력 즉각 원천 중단을 요구하는 전국환경, 시민단체’ 연대를 만들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삼척화력발전소가 완성되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국가 전체 배출량의 1.8퍼센트에 이르고,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는 저감 비용만 연간 5640억 원에 이른다고 우려했다. 이 발전소 가동 기간을 25년으로 잡고 계산하면 14조 원이라는 막대한 탄소 저감 투자가 필요하다. 여기에 서울, 수도권으로 향하는 송전선로 건설이 시작되면 백두대간 산림 등 생태계 파괴와 송전선로 주변 주민들과의 마찰도 우려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여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 석탄발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여 새로운 에너지 시장과 에너지산업을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탄소 중립 실천 의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 동해안에 짓고 있는 강릉에코파워, 삼척블루파워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에 대한 언급은 아예 없었다. 기후위기 시대, 언제까지 자연을 파괴하며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대기업과 자본에 편들 것인가. 약속한 탈석탄, 재생에너지 전환은 언제 나설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허울 좋은 탄소 중립선언을 멈추고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계획부터 중단해야 한다. 기존 석탄화력발전소 모두 조기 폐쇄해야 한다. 그래야 진짜 탄소 중립, 탄소배출 제로가 가능하다.

11월 11일에 있은 삼척블루파워석탄화력 즉각 원천 중단을 요구하는 전국환경시민단체 기자회견 모습. ©맹주형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전(JPIC) 연대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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