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동, 이주사목위, 선종 10주기 미사 봉헌

22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와 이주사목위원회가 도요안 신부 선종 10주기 기념,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사진 제공 =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22일 도요안 신부 선종 10주기 추모 미사가 서울 보문동 노동사목회관에서 봉헌됐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에서 50여 년간 노동, 이주사목에 헌신하며 ‘노동자의 대부’로 불린 도요안 신부(본명 존 트리솔리니)는 10년 전 이날 73살의 나이로 선종했다.

심포지엄과 미사는 팬데믹 시대의 불안정 노동과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짚고, 도요안 신부의 사목활동을 회고하며, 노동, 이주사목의 소명을 성찰하는 자리로 예정됐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감염자 급증으로 심포지엄은 자료집 배포로 대신하고 추모 미사만 봉헌됐다.

이날 미사는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와 이주사목위원회 공동 주관으로 진행했으며, 이광휘 신부(이주사목위원장), 이주형 신부(노동사목위원장), 원고삼 신부(이주사목위 부위원장), 이상범 신부(전 노동사목회관장)가 공동 집전했다.

이주형 신부는 “더 어렵고 힘든 삶의 자리에 힘과 용기를 실어 주는 것"이 도요안 신부의 삶이자 지금 노동, 이주사목의 소명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이주형 신부는 강론에서 “반세기 넘게 이방인으로서 머나먼 낯선 타지에서 가난하고 헐벗은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자신을 투신한 도 신부님의 생애는 주님을 만나기 위해 준비하며 살았던 삶이 무엇인지를 보여 줬다"고 말했다.

이어 “그 삶은 성자의 삶을 드러내는 표징이며 어떻게 하느님의 뜻을 실천해야 하는지와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이 걸어야 할 길을 가르쳐 주신 삶이기도 했다”면서 “그리스도인은 세상의 밀알로 분열과 미움 속에서 사랑과 용서를 증거하고 서로를 잇는 다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민 가정에서 태어난 도요안 신부, “가난한 노동자들의 삶 깊이 체험”
“지금 여기에서 가장 가난한 이들 누구”인지 물어야....

추모사는 2001년부터 10년간 도요안 신부와 함께 지내며 사목했던 허윤진 신부(서울대교구 대신학교 원감)가 맡았다. 

허 신부는 추모사에서 “도 신부님은 이탈리아와 아일랜드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이주민의 손자, 아들로 태어나 가난한 노동자들의 삶을 깊이 체험했으므로 노동사목과 이주사목을 이론만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적임자셨다”라고 회고했다.

허 신부는 생전 도 신부가 투병 중에도 청소년들을 애정으로 대했던 일화도 떠올렸다.

“도 신부님께서는 보문동 노동사목회관 옆에 있는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청소년들, 인근 중고등 학생들을 만나실 때마다 오래 서 계시기에는 대단히 불편하신 몸인데도 30분 정도 그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시고는 일주일 뒤 자기 방으로 놀러 오라고 하셨습니다.”

이에 대해 허 신부는 “사목자로서 구체적인 애정이 담긴 행동이 아니고서는 이렇게 할 수 없다”면서 “사목자, 교회 안에서 사회사목에 종사하는 이들은 매사를 사목으로 해야지 운동이나 사업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도 신부가 1959년 한국에 와 어려운 시절을 우리와 함께한 것처럼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교회의 사목 목표는 이 세상이 다할 때까지 달라지지는 않지만, 우리 스스로 “지금 여기에서 가장 가난한 이들이 누구인가”를 늘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심포지엄은 자료집 배포로 대체하고, 추모미사만 봉헌했다. (사진 제공 =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더 어렵고 힘든 삶의 자리” 찾았던 도요안 신부의 삶이 지금 우리 소명

한편 이주형 신부는 “오늘은 도 신부님을 추모함과 동시에 노동, 이주사목의 교회적 사명과 비전을 함께 살펴보는 날”이라며 “우리가 걸어가야 할 목적지와 길, 그 도상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기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노동을 통해 사람은 더욱 사람다워지고 성화된다는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은 예언자적 소명을 통해 세상에 전해져야 한다”면서 “더 어렵고 힘든 삶의 자리에 힘과 용기를 실어 주도록 목소리 내는 것이 도요안 신부님의 삶이자, 오늘 노동사목, 이주사목위원회의 소명”이라고 말했다.

이 신부는 “힘들고 어려운 곳, 눈물과 아픔이 흐르는 곳에 더 필요한 것이 바로 그리스도의 사랑이며 그 사랑을 통해 참된 정의와 평화가 흘러나온다”며, “가난한 노동자를 위해 헌신했던 도요안 신부, 수많은 이의 희생과 공로는 평화를 향한 고단한 여정에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과 이주민 문제는 우리 일상의 문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현실, 나의 처지”라면서 “그 속에서 우리 모두는 관찰하고, 판단하며 실천하는 가운데 그리스도의 복음이 세상 곳곳에 퍼져 나가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심포지엄 자료집에는 윤자영 교수(충남대)의 “팬데믹 사태와 불안한 노동”, 이규용 연구위원(한국노동연구원)의 “이주민의 일터와 삶”, 문무기 교수(경북대)의 “도요안 신부님의 노동사목”, 허윤진 신부(서울대교구 대신학교 원감)의 추모사가 실렸다. 

자료집은 서울대교구 각 본당에 배포되며, 서울대교구 노동사목, 이주사목위원회 홈페이지에서도 내려받을 수 있다.

도요안 신부는 1937년 미국 뉴저지주 이주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1959년 돈보스코 신학교에 다니던 중 전남 광주에 선교사로 파견돼 광주 살레시오고에서 영어 교사로 사목 실습을 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신학 공부를 하고 신부가 된 뒤 1968년 한국에 다시 와 돈보스코 청소년센터에서 청소년 양성, 한국가톨릭노동청년회 전국 담당 신부 및 아시아 담당 신부, 1971년 노동사목위원회 전신인 ‘도시산업사목회’ 초대 위원장 등을 지내며 노동자의 인권과 복지 향상을 위해 헌신했다.

이주 노동 문제가 본격화되기 전인 1990년대 초반 이미 이주노동사목을 시작했고, 1993년 신장암, 2004년 척수암이 발병해 투병하는 가운데에도 업무를 지속하다 2010년 11월 22일 서울 보문동 노동사목회관에서 집필 도중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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